지난 기획/특집

환경의 날 맞아 4대강 살리기 위한 교회 노력을 돌아본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05-30 수정일 2017-05-30 발행일 2017-06-04 제 304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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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조질서

새 정부는 6월 1일부터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우선 6개를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개방되는 6개 보 중 하나인 낙동강 강정고령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새 정부는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4대강 보를 평상시에도 개방하고 물관리 체계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정부 조직을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최대 역점으로 삼았던 ‘4대강 정비 사업’ 자체에 대한 정책 감사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는 4대강 사업 추진 시작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4대강 사업이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 예상되고,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한국교회는 왜 4대강 개발을 일관성 있게 반대해왔는지, 4대강 개발 사업이 가져온 환경 파괴의 실태는 어떠한지, 그리고 4대강 살리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교회는 처음부터 4대강 사업 반대

한국교회는 4대강 개발을 시작부터 반대했다.

2010년 3월 12일 한국 주교단 전원은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4대강 개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주교단은 이 성명에서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해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정부에 “책임 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2009년 12월 8일에는 전국 9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남녀 수도회 정의평화창조보전위원회, 그리고 천주교 환경단체 대표 등이 모여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천주교 시국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이하 천주교연대)를 구성했다.

이후 주교단은 정의평화위원회를 실무 기구로 두고 지속적으로 4대강 개발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해왔다. 천주교 연대는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개발 현장 항의 방문, 환경 파괴 실태 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4대강 권역별로 마련한 생명평화 미사와 강연회는 4대강 사업의 반생명적이고 비민주적 속성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천주교 연대는 이듬해 3월 8일, 5명의 주교를 포함해 1500여 명의 사제들이 서명한 4대강 사업 반대 전국 사제 선언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도 발표했다. 사제들은 “4대강의 죽어감이 우리 모두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성찰했다. 당시 천주교연대 상임대표였던 조해붕 신부는 이러한 사제들의 선언이 “사제적 양심으로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 왜 사업을 반대했는가

성명서와 선언, 생명평화 미사 등을 통해 표명된 교회의 4대강 반대 입장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에 바탕을 둔다. 아울러 불의한 사회 질서, 즉 경제우선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죽음의 문화’를 고발하고 개선하기 위한 예언자적 소명에서 그 동기를 얻어왔다.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하느님의 선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인식하여, 남용하고 훼손하고 멸종시켜 온” 죄를 성찰하고, “우리 스스로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을 거부”하고, “생명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요구”(강우일 주교, 2017년 환경의 날 담화 중에서) 하는 것이 바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이고 예언자적인 소명이다.

교회가 4대강 사업을 시종일관 반대해온 이유는 바로 이러한 예언자적 소명에 따른 것이다. 2010년 사제단 선언에서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생명에 대한 사제적 양심의 선택”이라고 표명했듯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신앙이 가르치는 바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이 사업을 반대해왔다.

2012년 8월 6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 주례로 봉헌한 생명평화미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하천 환경 파괴 심각, 복원 시급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토목 사업으로 불리는 4대강 개발 사업.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강으로 꼽히는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보와 댐, 저수지를 만들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는 목표로 추진됐던 사업이다.

하지만 4대강 유역에는 이른바 ‘녹조라떼’가 창궐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보에 막혀 호수가 되어버린 강에는 큰빗이끼벌레가 대거 서식하면서 강 생태계가 온통 파괴됐다.

새 정부는 4대강 사업의 핵심이었던 16개 보를 보통 때에도 계속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물을 가두는 보 건설이 핵심이었던 4대강 사업은 하천 환경을 훼손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새 정부는 16개 보 중에서 우선 6월 1일부터 6개를 열고, 앞으로 순차적으로 모두 열 계획이다.

새 정부는 무너진 생태계와 하천 환경을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의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감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조 규모의 대형 사업이 가져온 환경 파괴는 광범위하다. 더욱이 이미 5년이나 흐르면서 생태계의 변화가 심각할 것으로 추정돼, 생태와 자연성 회복 자체도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4대강 민관합동 조사 평가단’을 구성, 향후 1년 동안 16개 보 전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 상태 등을 면밀히 조사한 후 효과적인 방안을 추진한다.

■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책임 규명을

4대강 사업은 애당초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추진됐던 국책 사업이었다. 게다가 완료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대다수는 사업 자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5월 17일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가 발표한 ‘4대강 사업 평가와 자연복원을 위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적극 반대’가 43.5%, ‘반대하는 편’이 23.5%로, 반대 입장이 67%로 압도적이다. 16개에 달하는 보를 철거하든 안 하든 복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73%에 달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5월 25일 발표한 바에 의하면, 4대강 사업 정책 감사 찬성 의견은 무려 78.7%로 압도적이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15.4%에 불과하다.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녹색연합 등 40개 시민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시민 3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5월 24일 감사원에 4대강 사업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총리나 국회의 동의 없이는 독립기관인 감사원 감사를 실시할 수는 없다. 반면 19세 이상 성인 300명 이상이 서명하면 공익감사 청구가 가능하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에 우리 모두 나섭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강 주교는 ‘이 시대의 신앙인들과 선한 의지를 가진 시민들’을 향해 “충만한 생명을 누리는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며, 우리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오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전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