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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주교의 교회법 해설] 86 관면

정진석 주교ㆍ청주교구장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7-04-24 수정일 2017-04-24 발행일 1992-03-29 제 179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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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은 관면될 수 없어
관할법위를 넘는 관면은 무효
▨관면(寬免)(dispensatio)

▲관면의 근거

○법률을 예외없이 엄격히 적용하면 사회 전체에게나 그 구성원 개인에게나 큰 어려움이 야기될수 있다. 그러기에 현명한 입법자는 형평에 입각하여 법규범을 제정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을 참작하여 적절한 예외규정을 마련한다.

○교회는 정의와 형평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관면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마련하였다 관면은 개별적인 경우에 법률에 대한 해제이다.

○교회에서는 입법자 뿐아니라 긴급하거나 특수한 상황에서는 관할권자에 의하여서도 관면권이 행사된다.

▲관면의 개념

관면은 개별적인 경우에 순전히 교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대한 해제이다. 즉 법률의 구속력을 정지시키고 그 의무를 해제시키는것 이다.

○관면은 면제(免除)와 다르다.

①관면은 관할권자가 외부로부터 개입하여 법률에 대한 해제를 허가하는 것이다.

②면제는 사안의 본성상하여 법률자체의 면제 이유에 따른 내부로부터의 면제이다.

○관면은 특전(特典)과 다르다.

①관면은 법률을 벗어나는 일시적인 허가이고 관할권자의 행위에 의하여서만 획득될 수 있다.

②특전은 법률을 벗어나는 영구적인 권리이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획득 될수 있다.

○관면은 허가(許可)와 다르다.

①관면은 법률을 벗어나는 허락이기에 반드시 관할권이 요구된다.

②허가는 어떤 행위를 법률에 맞게 행하도록 하는 허락이기에 반드시 관할권이 요구되는것은 아니고 지배권만 있는 상급자라도 허가할 수 있다.

○관면은 형평(衡平)과 다르다.

①관면은 관할권자가 공적 권위로 법률의 의무를 해제시켜 주는 것이다.

②형평은 법률로는 파악되지 아니하는 자연적 정의에 입각하여 이례적인 사항을 당사자 본인이 사적 권위로 법률의 의무를 스스로 해제하는 해제이다.

○관면은 관용(寬容)과 다르다.

①관면은 관할권자가 법률을 벗어나도록 미리 허가하는 것이다.

②관용은 관할권자가 법률의 위반을 알면서도 처벌없이 용인하는 것이다.

○관면은 사죄(赦罪)와 다르다.

①관면은 정당한 이유에 의하여 죄책을 면하도록 법률에 대하여 해제해 주는것이다.

②사죄는 정의에 의하여 또는 적어도 교회의 법률에 의하여 참회자에게 죄나 벌을 사해주는 것이다.

▲관면의 대상

순전히 교회에서 제정한 법률만이 관면의 대상이다.

○자연법은 관면될 수 없다. 하느님의 실정법에 대하여는 교황만 관면할 수 있다.

○법제도나 법률행위를 본질적으로 구상하는 요건을 규정하는 법률은 관면되지 아니한다.

○관면의 대상은 성사의 집전과 은사의 수여, 서원과 맹세의 해제, 성립되고 미완결된 혼인의 해소, 처벌의 해제, 법률의 해제 등이다.

▲관면권자

○입법권자:법류을 제정할 권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폐지하거나 정지할 권도 있다.

○집행권자:관면은 행청행위이다. 따라서 집권자는 그의 관할 범위내에서 관면할 수 있다. 관할 범위를 넘는 관면은 무효다.

○그밖의 관면권자:법자체로나 합법적 위임에 의하여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나 관면권을 가지는 이도 관면할 수 있다.

▲관면권의 행사

○교황은 하느님의 실정법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대리로서 관면권을 행사할 수있다. 교황은 교회의 최고입법권자이므로 교회에서 제정한 모든 법률(즉 교황헌장이나 보편 공의회의 교령 등 보편법 뿐 아니라 모든 개별교회법)에 대하여 관면할 수 있다.

○교구장은 자기의 구역이나 소속자들을 위하여 제정된 모든 규율을(보편법이거나 개별법이거나 모든 규율법)에 대하여 관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송이나 형법 또는 관면이 사도좌는 관면할 수 없다.

○교구직권자 즉 교구장과 총대리 및 교구장대리는 개별법 즉 교구나 그 지역교회의 법률에 대하여 관면할수 있다.

○직권자 즉 교구직권자와 수도회 장상은 관면이 사도좌에 유보된 법률에 대하여 긴급한 상황에서 관면할수 있다.

○본당사목구 주임과 그밖의 성직자는 관면권을 명시적으로 부여 받은 경우에만 관면할수 있다. 즉 죽을 위험중에 혼인장애의 관면, 사적서원의 관면, 축일이나 참회의 날(금식과 금육)을 지킬 의무의 관면 등을 허가할 수 있다.

정진석 주교ㆍ청주교구장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