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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 세월호와 함께한 사람들 - 3년간 ‘팽목항성당’ 지켜온 부부 봉사자 손인상·김영애씨

박지순 beatles@catimes.krrn사진 박원희
입력일 2017-04-11 수정일 2017-04-14 발행일 2017-04-16 제 3040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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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마음 편히 기도하도록 돕고 싶었죠”
유가족들 힘들고 외로울 때 함께 손잡아 주며 위로 전해
“세월호와 끝까지 함께할 것”

진도 팽목항 부부 봉사자 손인상(오른쪽)씨와 김영애씨가 3년간 팽목항에서 봉사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한국사회에 너무나 큰 고통을 던져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고통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사실 국민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였다. 고통받고 외로운 이들에게는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손을 잡아주는 위로를 건넬 이웃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3년이 지나는 동안 아파하는 이들과 변함없이 함께하고자 했던 이웃들을 만나 본다.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던 세월호가 3월 31일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말린호에 실려 목포신항을 향해 마지막 항해를 할 때 누구보다 깊은 감상과 상념에 잠긴 채 지나온 3년을 회고했던 손인상(스테파노·69·광주대교구 진도 진길본당)·김영애(바울라·65)씨 부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나자마자 팽목항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의 가족은 물론, 언론사 취재진, 해양수산부와 경찰을 비롯한 행정기관 관계자들로 팽목항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3년 동안 팽목항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 손인상씨 부부만큼은 한 자리를 지켰다. 절망에 빠진 이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것이 신앙. 손씨 부부는 팽목항에서 천주교 신앙인들, 천주교를 잘 모르지만 막연히 기도하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차 한 잔, 물 한 컵을 건네며 지난 3년을 팽목항에서 보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주교 광주대교구 세월호 팽목항성당’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은 컨테이너 성당을 지키고 있다.

손씨는 ‘어떻게 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팽목항을 지키셨냐’는 물음에 “정확히는 세월호 참사 사흘째 되는 날부터 팽목항에 나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힘들고 외로울 때 손이라도 잡아 주고 위로해 주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를 이용해 꾸민 현재의 팽목항성당.

자그마한 컨테이너 안에 제대와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14처를 만든 세월호 팽목항성당은 무려 5번이나 옮긴 끝에 지금의 자리에 정착했다. 앞으로 언제 또 자리를 옮길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김영애씨는 “세월호 참사가 나고 천주교는 물론 개신교, 불교 등 종교 시설들이 설치됐다가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적어지고 팽목항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지자 어느 순간 종교 시설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 참사 초기에는 팽목항에 설치된 시설들에 대해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기공급마저 중단되는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팽목항성당만큼은 ‘세월호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팽목항성당에서는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미사가 꾸준히 봉헌돼 왔다. 팽목항성당 지킴이인 손씨 부부가 있었기에 미사가 없는 시간에도 언제, 누가 팽목항성당을 찾아오더라도 마음 편히 기도하고 공소예절을 드릴 수 있었다.

팽목항성당 외부에 성당을 찾은 신자들의 메모가 걸려 있다.

손씨 부부는 팽목항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을 회고할 때 가장 기뻤던 일로 세월호가 떠올라 목포로 이동한 것을 꼽았다. 세월호가 목포로 이동해 이제 팽목항성당도 철거해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손씨는 “세월호가 목포로 이동하면서 목포를 찾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보낸 고통과 외로움의 시간들을 잊을 수 없어 팽목항에 계속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내 김씨 역시 “팽목항이 ‘세월호 추모공원’으로 조성되면 전국에서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의 기억을 되살리는 분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며 “팽목항성당도 세월호 추모공원 한 켠에 자리해 미사와 기도 공간으로 오랜 세월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박지순 beatles@catimes.krrn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