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사-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 심포지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03-28 수정일 2017-03-29 발행일 2017-04-02 제 3038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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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3월 25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진리관 대강당에서 열린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심포지엄 중 김희중 대주교가 청중들의 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사장 이기수 신부)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김희중 대주교)는 제4차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월 25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진리관 대강당에서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심포지엄은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의 기조강연에 이어 두 개의 발제와 각각의 발제에 대한 논평, 그리고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특히 김 대주교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반’ 또는 ‘동행’의 사목 실천을 제안, “사제와 신자들이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다양한 개인 삶 안에서 함께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동행의 관계가 되길” 희망했다. 김 대주교는 또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도록 돕는 교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기수 신부는 심포지엄 인사말을 통해 “논의되는 내용과 조사 보고가 앞으로 우리 한국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읽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를 향하여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기조강연 - 김희중 대주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장)

가톨릭신문사가 1986년에 시작해 10년마다 시행하는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는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가장 신뢰받는 조사 연구다. 일회적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하는 주기적인 추이 조사는 신자들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한국 교회는 이번 조사를 통해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이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알 수 있다.

제4차 조사에서 신자들은 천주교 신자로서 높은 자부심을 드러내 보였다. 미사와 성사생활, 기도생활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식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진보적 의견을 나타냈다. 사회 현실 참여에는 동의한다는 비율도 높았고, 교회의 활동이 과거에 비해 성장했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에는 퇴보했다는 평가가 많아 복음이 좀 더 지역사회 안에 육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력해야 할 사목 분야로는 청소년, 청년 사목 분야가 가장 많이 지적됐다. 개신교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불교에 비해서도, 성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과 청소년 신자 비율은 미미하다.

냉담교우들에 대한 조사에서는 평균 냉담 기간이 늘어나 우려되기도 하지만, 다시 성당에 다닐 의향이 있는 신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구체적 신앙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이 동반된 예비신자 교육 과정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가지 사목 실천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동반’ 또는 ‘동행’의 사목 실천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주, 강하게,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즉 사제와 신자들은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인 신앙의 규율 안에서의 수직 관계가 아니라,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놓인 개인 삶 안에서 동반하고 동행하며 함께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도록 돕는 교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과 교회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기 때문에, 사회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생활 양식과 가치관을 지향해야 하는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에 대한 올바른 교리교육은 예비신자 교리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깨어 기도하기, 자선 실천, 기쁨의 생활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일상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다. 교황은 또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다운 교회, 세속화된 관습과 전통에 매달리지 않고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가르침을 실천하는 선교적이고 사목적인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설 것을 요청했다.

가톨릭신문은 100주년을 앞두고 시대 상황, 보편교회의 갈망과 지향을 염두에 두고 올바른 신앙생활의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시대가 요청하는 참된 복음화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또 일반 시민들에게도 복음의 기쁨과 교회 가르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획을 제공함으로서 교회와 세상의 가교 역할도 해줄 것을 기대한다.

■ 제1발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연구(1987~2016)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과 전망’ - 박문수 소장(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이번 조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한국 교회 전체 신자 일반에 대한 조사, 다른 하나는 냉담교우에 대한 별도의 조사다.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3차 조사(2006년) 이후 교회 전체적으로는 냉담교우 비율이 증가하고, 미사 및 성사 참례율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일반 신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의 종교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응답자들이 ‘핵심 신자층’에 속한다. 둘째, 교회 주변부 층 신자 규모는 확대됐고, 핵심 신자층은 규모가 축소된 반면 종교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교회 중심부가 중산층화되면서 새로운 특성의 핵심 신자 집단이 형성됐다.

-교회 미래 전망

1차 조사(1986년)부터 4차 조사(2016년) 시기까지 30년은 교회와 사회 모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교회 안의 변화는 ▲중산층화 ▲양극화 ▲이데올로기의 신앙화 ▲양적 고도성장 ▲제도화 ▲긍정적 이미지와 높은 사회적 위신 등으로 요약된다.

양극화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종교성이 높은 소수 신자 층과, 소속 의식이 적고 다원적 속성이 강한 다수의 주변적 신자 층으로 양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4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망해볼 때, 우선 한국교회에서는 60대 이상 여성 신자 비율이 높아지고 신앙생활의 중심 단위는 부부 혹은 1인 가구가 될 것이다. 중산층이 중심이지만 자원동원 능력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이는 교회 침체의 원인이 될 것이다.

둘째, 공동체적 결속력은 더 약화될 것이다. 고령 신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젊은 세대들이 개인주의적 삶을 추구하고, 새 입교자는 감소하지만 이탈자는 증가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셋째, 핵심 신자층의 종교적 투신은 더 강화되지만, 주변부 다수 신자들은 더 주변화될 것이다.

넷째, 사회의식과 참여에 있어서 더 보수적이 될 것이다. 다섯째, 전통문화의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고, 이웃 종교에 대한 태도는 현재와 같이 종교성이 높아지고 ‘정통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더 배타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교세 감소가 현실이 되고, 교회 공동체도 크게 활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교회의 미래 전망은 다소 비관적일 것이다.

-냉담 원인·대상·시기

주변부 신자층(냉담교우) 대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냉담은 특별한 신자, 즉 소극적이거나 입교 동기가 약한 신자들에게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냉담은 모든 신자에게서, 신앙생활의 모든 시기에서 일어나고 있다.

종합적으로 냉담 원인을 분석하면, 첫째 한국과 같은 종교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종교간 이동, 개종이 활발하고 그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개인화, 사사화(privatization) 경향이 커졌다는 점이다. 신자들은 과거와 달리 제도에 얽매이지 않아 소속은 유지하지만, 종교 활동을 하지 않거나 취사선택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셋째, 세계화의 영향이다. 특히 인구 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가톨릭교회의 근간인 속지주의가 약화되고 속인주의가 강해졌다. 이에 따른 심리적 변화와 변화된 삶의 방식이 냉담 원인의 하나로 나타난다.

넷째, 급변한 가구 구조의 영향이다. 1인 가구 증가는 신앙 선택에서 가족의 영향력을 약화시킨다. 다섯째, 교회의 사목적, 신학적, 교회적 실천도 냉담 원인이 됐다. 여섯째, 신자 일반이 갖는 편의적 신앙태도, 즉 교회 가르침을 내면화하지 않는 소극성이다. 마지막으로 ‘세속화’와 ‘탈 제도적 종교성’도 냉담에 영향을 미쳤다.

-질적 성장 필요

지난 30년 동안 천주교 신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주변화됐고, 이 층은 앞으로도 점점 더 두터워질 것이다. 핵심 신자층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조금 더 줄어들 것이다. 결국 한국 교회의 인적 구성은, 핵심 신자층이 좁아지고 주변부는 넓어져 타원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목적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양적 성장이 사실상 멈춘 상태이므로 신앙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사목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신자 교육과 지도자(혹은 제자) 양성은 현재도 미래도 중요한 해결 방향이자 방법이다.

둘째, 교회는 공동체, 유사 가족 기능을 더 많이 요구받게 될 것이다.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신자들이 다양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사 가족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끼리, 신자들끼리 여러 일들에서 상부상조할 수 있는 계기들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신자들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여러 활동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보조성 원리에 입각해 이런 활동과 노력들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교회사 안에서 반복해서 나타났던 것들이다. 이는 교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하는 것일 수 있고, 각자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대체로 후자라고 생각해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가 나타났을 때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나타나는 문제들은 남이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려서는 곤란하다. 먼저 자각한 이들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교회 구성원들 모두가 솔선해서 해결에 나설 때 미래가 있다.

■ 논평- 노길명 명예교수(고려대학교 사회학과)

한국 종교계의 변화 양상은 이전과는 전혀 딴판이다. 지난 세기말까지만 해도 천주교와 개신교의 신자 증가율은 경이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활력을 크게 잃어버렸다.

종교 인구뿐만 아니라, 종교인들의 종교의식이나 신앙생활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세속화, 사사화, 또는 개인주의 영성의 확산이라고 부른다. 이는 기본적으로 세속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종교 흐름이 세속화의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앙과 의례가 개인 삶에 미치는 영향은 1980년대 이후 증대하고 있다. 이는 특히 개신교 복음주의 교단들과 전통적 이슬람교에서 두드러진다. 전통적 종교들도 다시 부흥해 공적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세속화 이론가들은 제도 종교가 사사화되고 주변화 된다는 단선적 세속화론에 반박하면서, ‘공적 종교의 부활’을 주장한다.

2014년 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의식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 개신교 신자의 수는 크게 줄었지만,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신자들은 기도생활과 예배에 더 충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헌금을 더 많이 하며, 단체나 선교 활동에 적극적이고, 신앙적으로는 더욱 강화된 근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제4차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은 1~3차 조사결과에서보다도 신앙적으로 더욱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갤럽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즉 오늘날엔 냉담교우가 증가하고 신앙생활의 사사화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사람은 신앙적으로 자아의식을 더욱 강화하고, 신자들끼리 공고하게 결집하며, 근본주의 성향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교회에서도 탈세속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제2발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2016)에 대한 신학적 성찰 -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앙을 수행하고 있는가? 신앙이 종교의 영역 안에서만 작동되고, 밖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죽은 신앙이다. 신앙은 교리와 제의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표현되고 고백되고 실천돼야 한다.

오늘날 종교적 신앙의 수행 방식은 전통적 방식과는 많이 달라졌다. 대부분 교리에 대한 충실성, 적극적인 제의 참여, 긴밀한 종교 단체 소속의 방식보다는 마음의 평화와 영성의 추구라는 정서적 방식으로 수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가톨릭 신앙이 총체적이고 통합적 관점에서 수용돼 실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 신앙의 현재를 가늠하고 향후 방향을 찾는데 유익하다. 설문 조사를 통해서 볼 때,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 신앙은 전통적 방식으로 수행된다.

가톨릭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본당 생활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사참례, 성체조배, 묵주기도, 성경읽기, 기도생활을 하고, 각종 재교육 프로그램 참여로 나타나는 것이다.

신자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주된 이유가 일치된 신앙과 교계제도, 거룩한 전례 분위기, 전통과 영성으로 나타난 것도 가톨릭 신앙의 수행 방식을 잘 보여준다. 즉 신앙이 내면적·주관적·역동적 방식으로 수행되기 보다, 외형적·객관적·정태적 방식으로 수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톨릭 신앙이 외적 형식과 틀을 통해 수행된다는 또 하나의 증거는 신자들이 교회에 다니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도 볼 수 있다. 성직자, 수도자의 생활 모습에 대한 실망, 미사 참례의 의무와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감, 신자들의 생활 태도에 실망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답변들은 가톨릭 신앙이 전례 참여와 교계제도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가톨릭 신앙의 수행 방식은 형식적, 습관적, 위선적 신앙을 낳을 수 있는 위험이 많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교회의 현실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설문의 내용을 변화시켜 질문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2014년 갤럽 조사에서 “종교 단체들이 종교 자체에만 전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가톨릭 신자의 5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특히 정치 분야의 종교 참여에 대해서는 가톨릭 신자의 17%만 찬성했다. 즉, 대부분은 신앙이 여전히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수행돼야 한다고 인식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 신앙은 여전히 개인적 차원과 교회적 차원(종교의 영역)에서만 머무는 경향이 있고, 사회적 차원으론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타인의 일들에 대한 무관심, 세상의 일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드러나는 이기주의적 신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앙의 총체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항상 교회에 있다. 올바른 신앙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신앙을 형성, 전수하는 교회 자신의 쇄신이 필요하다.

가톨릭 신앙은 매개적이며 성사적이다. 특히 가톨릭 신앙의 매개적 특성은 교계제도와 성직자라는 틀을 통해 표현된다. 현실적·구체적으로 가톨릭 신앙을 생성하고 성장시키는 데에는 성직자들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성직자 매개성은 신앙의 자발성, 능동성, 주체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성직자의 쇄신과 성직자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 논평- 김정용 신부(광주대교구 사목국장)

신앙이 “신념과 행동과 태도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이고, “교리와 제의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표현되고 고백되고 실천돼야” 하며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포함”한다는 견해에 공감한다. 그런데 왜 개인의 신앙 실천과 교회 현실 속에서 신앙의 총체성에 균열이 생기는가?

설문조사를 보면 종교적 신앙의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평화와 위로’였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에 대한 해석은 매우 복잡하다.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이유로서의 마음의 평화는 예수의 삶의 관점에서 정화되고, 삶과 신앙의 총체성 관점에서 해석돼야 한다. 또 종교의 역할을 축소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의 세상 복음화, 예언자적 소명이 위축되지 않는다.

신앙은 개인 내면 차원에 갇혀서도, 개인적인 ‘마음의 평안’으로 환원돼서도 안 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관계적이고, 신비적-정치적이며 개인적-공동체적-사회적이다.

현행 ‘교리 교육’이라는 용어를 ‘신앙 교육’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교리’라는 표현에 국한된 차원을 넘어 ‘신앙’이 지닌 총체적 개념과 의미를 살리자는 것이다.

교회가 공동체로서 실현되기 위한 본질적 요소인 복음 선포, 전례, 친교, 봉사는 서로 무관하지 않고, 개인적이거나 내면적 차원으로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교회 내적 영역으로 축소되지 않으며 사회적 특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이런 요소들이 지닌 총체적 의미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제시해야 한다.

한국 천주교회의 고질적 문제의 하나였던 ‘성직자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지표상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물론 이는 지속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발제자의 견해대로 가톨릭 성직자의 매개성이 갖는 이중성을 간과할 수 없다. 신앙이 성직자를 통해 전수된다는 긍정적 의미와 함께 평신도들의 주체성과 자발성이 약화될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신앙 전수를 위한 평신도 양성은 긴급한 과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