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회교리를 배웁시다] 20 노사관계 - 상

이용훈 신부ㆍ수원가톨릭대학교수
입력일 2017-03-15 수정일 2017-03-15 발행일 1992-02-02 제 179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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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간 빈부격차가 갈등 원인
상호신뢰와 공평성이 선결과제
■ 노사문제의 발생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생산구조 위에서 발전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재화가 상품화되고 인간의 노동력도 화폐로 계산되는데, 생산수단을 갖는 계층이 일반 노동자 계층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잉여가치의 생산을 꾀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와 그 노동력을 구입하는 사용자사이의 분리될 수 없는 관계가 생긴다. 이 둘의 관계가 바로 노사 관계인데 갈등과 대립의 모습을 취하게 된다. 그 이유는 자본가는 끊임없이 기업의 이윤을 최대한으로 얻으려 하고, 노동자에게 가능한 한 최소한의 임금을 지불하려하며, 노동시간을 가급적 늘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때 노동자는 인간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되고 비인간적 환경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스스로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결속체인 노동조합을 운영하여 실추된 품위를 회복시키는 활동을 하게 된다. 노사관계는 근본적으로 부의 불공평한 분배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극복하는 태도에서 출발할 때만이 원만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노사관계는 노동자의 노동력 제공에 대해서 사용자가 임금을 지불하는 거래에서 출발하기에 무엇보다도 상호간의 신뢰와 공평성이 요청된다. 이 거래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인격체와의 접촉을 전제하기 때문에 계약에 의해 체결한 노사간의 관계는 지속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노동력을 이용하여 벌어들이는 자신과 가족들의 품위와 생계유지를 위해 풍족한 급료를 지불한다면 노사간에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는 급료지급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당한 척도에 따라 구체적 상황을 진단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구체적인 노동자들의 실상에 합치하는 급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용자를 만난다는 것은 이상적 기대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급료를 받고 있으며, 사용자의 태도와 처신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노사관계는 양측이 자기에게 유리한 관점과 계산에서 급료문제와 근로조건 등 기타의 문제들을 해석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갈등과 대립상황이 노출되는 것이다.

■ 재화의 바른 사용과 노사관계의 목표

노동쟁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려는 소망때문에 생긴다. 곧 인간은 정신적이고 문화적이며 종교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물질적인 여건들을 도외시하면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물질적인 요소를 갖고 풍요롭고 안락하게 사는 것을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질만을 숭상하는 물질 만능주의로 인해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들을 상실하게 된다면 인간의 고귀한 품위를 상실하게 된다. 물론 인간에게 여러모로 인간화를 실현시키는 재물들은 노동으로 획득된다. 세상에 있는 재물들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윤리적인 생활을 보장하며 영신적인 보화까지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재화의 사용으로 최소한의 인간품위의 유지가 가능하고, 선행과 공로를 행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므로 경제활동은 윤리적 질서를 따르면서 인간을 위해 마련된 하느님의 계획아래에서 전개되어야 할것이다.

세상의 재물들이 사회정의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사회에서 이 원칙은 잘 지키지지 않는다.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가들은 특정한 정치정당의 힘을 빌어 재물을 독점하려고 서민대중을 억압하려 하며, 이런일은 국제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으로 발전하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심지어 세상의 모든 인류를 위해 개방되어야 할 자원들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방치하여 두는 사례가 생기기도 하고, 강대국에 의한 아열대지역의 삼림의 파괴와 공해업소들의 출현 등은 토지, 대기, 수질, 해양오염 등을 유발하여 지구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민족들의 발전 22). 경제개발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지향할 때 비로소 살기 좋은 인간다운 세상건설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사회적 관심 46). 그러므로 개인과 특정집단들이 재물의 노예가 되어 이기적이고 과도한 탐욕을 향해 치닫는다면 노사간의 쟁점들은 풀릴수 없을 것이다.

한편 노사간의 극단논리와 주장들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민족들의 발전27). 그런데 노사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은 한 국가안에서 생기는 빈부의 격차때문이다. 즉 부유한 계층의 사치를 보면서 빈곤속에 허덕이는 가난한 노동자 계층은 적대감을 갖게 된다. 사회는 가난한 노동대중을 폭넓게 수용하여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과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구조를 혁신하는 국민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인류의 평화와 복지를 실현하는 정의의 평등의 원리를 계속 외치고 있다. 소외계층인 노동자들이 그들의 사용자나 사회에 구조적 불의를 고발하면서 그 개선책을 호소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이용훈 신부ㆍ수원가톨릭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