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계 평화의 날 담화] 비폭력적 공동체 건설 노력 강조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6-12-27 수정일 2016-12-28 발행일 2017-01-01 제 302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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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존중, 자비와 용서 통해 평화 이룩하길”
“폭력은 하느님 이름 모독하는 것”
군비 축소와 핵무기 금지·폐기 등 복음에 따른 평화 건설 지침 제시

평화란 “생명, 진리, 정의, 자유, 사랑이 지닌 가장 높고 가장 절대적인 가치를 선포하는 것”이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이러한 평화를 실천하는 노력에 “전 세계 모든 가톨릭신자들과 선의의 모든 이들이 함께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제정한 바 있다.

해마다 이 ‘세계 평화의 날’에는 교황 담화가 발표된다.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폭력, 평화를 위한 정치 방식’을 주제로 담화를 내고, “‘비폭력’으로 이룬 평화만이 인간 발전의 유일하고 참된 길”이라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담화를 요약, 소개한다

새해를 맞이해 세상의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국가와 정부의 수반들, 종교와 사회와 공동체의 지도자들을 위해 진심으로 평화를 빕니다.

올해로 세계 평화의 날 담화가 제50차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담화를 통해 저는 평화를 위한 정치 방식인 ‘비폭력’에 관해 숙고하고자 합니다. 2017년에는 기도와 활동으로, 마음과 말과 행위에서 폭력을 몰아내는 사람이 되어, ‘공동의 집’을 돌보는 비폭력적 공동체 건설에 노력을 기울입시다.

■ 깨어진 세상

지난 세기는 두 차례에 걸친 잔악한 세계대전으로 초토화됐고, 핵전쟁의 위협과 다양한 분쟁들을 겪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러 나라와 대륙들에서 발생하는 전쟁, 테러와 조직범죄, 예측 불가능한 무장 습격, 이민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겪는 학대, 환경 파괴 등의 산발적 세계대전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폭력이 지속적인 가치를 지닌 목적을 이루도록 합니까? 폭력이 이룩한 것은 고작 복수와 파괴적인 분쟁의 악순환만을 야기하여 극히 일부의 군벌들만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닙니까?

폭력은 깨어진 세상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면, 기껏해야 강제 이주와 커다란 고통만이 야기될 뿐입니다. 엄청난 자원이 군사적 목적에 전용돼 젊은이, 궁핍한 가정, 노인, 아픈 이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박탈당하기 때문입니다.

■ 기쁜 소식

예수님께서도 폭력의 시대에 사셨습니다. 하지만 폭력과 평화가 대립하는 현실 앞에서, 근본적으로 적극적인 답을 해주셨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마태 5,44 참조),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9) 하고 가르치셨습니다. 또한 끝까지, 곧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비폭력의 길을 가셨으며, 십자가로 평화를 이룩하시고,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 2,14-16 참조). 그래서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이는 누구나 자신 안에 있는 폭력을 깨닫고, 하느님 자비로 치유받을 줄 알게 됩니다.

오늘날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는 것은 비폭력에 대한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도 의미합니다.

선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세상에 너무 많은 폭력과 너무 많은 불의는, 더 많은 사랑과 더 많은 선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극복될 수 없다”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비폭력이란 단순한 전략적인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이며,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그리스도 혁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 폭력보다 더욱 강력한 것

“우리 가정에는 폭탄과 무기가 필요 없고 평화를 이루고자 파괴를 자행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함께하면서 서로를 사랑하면 됩니다. … 그러면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콜카타의 데레사 성녀는 적극적 비폭력에 관한 메시지를 이렇게 분명하게 설명했습니다.

단호하고 일관되게 실천된 비폭력은 놀라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인도의 해방을 위해 노력한 마하트마 간디와 칸 압둘 가파르 칸의 업적,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마틴 루터 킹 2세의 업적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여성들이 종종 비폭력의 선도자가 됩니다.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와 수많은 여성들이 바로 그 예입니다. 이들은 기도 집회와 비폭력 시위를 조직해 라이베리아의 2차 내전 종식을 위한 고위급 평화 협상을 이끌어 냈습니다. 또한 우리는 유럽 공산주의 정권의 몰락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지속적인 기도와 담대한 활동으로 이에 기여했습니다.

불의와 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가톨릭교회만이 지닌 선이 아니라 많은 종교 전통들에 속한 것입니다. 이 전통들에 “연민과 비폭력은 본질적인 것으로 삶의 길을 가리켜 주는” 것입니다. 저는 “그 어떤 종교도 테러 정신을 지니지 않는다”고 힘주어 단언합니다. 폭력은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치지 말고 말해야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평화만이 거룩합니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만이 거룩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50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모든 이들이 인간관계, 사회관계, 국제관계에서 사랑과 비폭력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2014년 세계 평화를 위한 미사 후 성 베드로 광장 발코니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있는 교황. CNS 자료사진

■ 비폭력 정치의 뿌리가 되는 가정

폭력의 원천이 인간의 마음에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보다도 먼저 가정이 비폭력의 길을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제가 설명한 사랑의 기쁨의 요소에는 비폭력이 포함됩니다. 가정은 반드시 필요한 용광로와 같은 자리로, 그 안에서 부부와 부모, 자녀, 형제자매가 소통하고 사심 없이 서로 돌보는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긴장이나 갈등도 힘이 아니라, 대화와 존중, 상대방 행복의 추구, 자비, 용서로 극복돼야 합니다.

‘사랑의 기쁨’은 가정에서 세상으로 흘러들어 사회 전체에 빛을 비춥니다. 궁극적으로 형제애의 윤리, 인간들 사이와 민족들 사이의 평화 공존은 공포와 폭력과 폐쇄의 논리가 아니라, 책임과 존중과 참된 대화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군비 축소와 더불어 핵무기의 금지와 폐기를 호소합니다. 핵 억지와 상호 확증 파괴의 위협은 결코 형제애 윤리의 바탕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과 여성 학대와 아동 학대의 중단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 개인적 초대

‘적극적 비폭력’을 통한 ‘평화 건설’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산상 설교(마태 5,3-10 참조)에서 평화 건설의 전략 지침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온유한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세계 전체의 정치 지도자들, 종교 지도자들, 국제기구의 책임자들, 기업과 대중 매체의 경영인들이 각자의 책임을 수행하는 데 적용해야할 계획이며 도전입니다. 그들은 평화의 일꾼으로서 활동하며, ‘행복 선언’을 적용해 사회와 공동체와 기업을 꾸려나가야 합니다. 인간 배척, 환경 파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윤추구를 거부해 자비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는 “갈등을 기꺼이 받아들여 해결하고, 이를 새로운 전진의 연결 고리로 만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차이는 확실히 갈등을 빚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건설적이고 비폭력적으로 대처하며, “긴장과 대립이 다양한 형태의 일치에 이를 수” 있어 “귀중한 양립 가능성이 보존”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가톨릭교회가 적극적 창의적 비폭력을 통한 평화 건설의 노력에 함께할 것을 보증합니다.

2017년 1월 1일부터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가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 부서는 교회가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의, 평화, 창조 보전이라는 헤아릴 수 없는 보화”를 증진시키고 “이민, 궁핍한 이들, 아픈 이들, 배척된 이들, 사회적으로 차별된 이들, 무력분쟁과 자연재해의 희생자들, 감옥에 갇힌 이들, 실업자들, 모든 형태의 노예살이와 고문의 희생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의 모든 활동은 비록 작은 것이라도 폭력 없는 세상의 건설에 기여할 것이며, 정의와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