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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주간 특집] 서울 정평위 사회교리주간 기념 세미나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6-12-06 수정일 2016-12-07 발행일 2016-12-11 제 302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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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야에서 ‘안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노동·생태·인권·남북관계 영역서
‘안전’ 문제 살피고 대안 모색
개개인의 사회교리 실천 통해
공동선 실현하려는 노력 절실

12월 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정치 공동체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다’ 주제로 제6회 사회교리주간 기념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우리 한국 사회는 ‘안전’한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이 국가(정치공동체)의 가장 기초적인 역할이지만, 한국인들은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 국민안전처가 조사한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에서 26.4%의 국민만이 ‘안전하다’고 답했다.

‘노동’ ‘생태’ ‘인권’ ‘남북관계’ 등 우리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영역에서의 ‘안전’ 문제를 살피고 정치공동체와 시민이 그 대안 마련을 위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 이하 서울 정평위)는 12월 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정치 공동체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다’ 주제로 사회교리 주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100여 명이 참석한 세미나는 ‘안전’을 주제 단어로 한국의 노동문제, 환경문제, 인권문제, 남북관계 문제 등이 현장 사례들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다뤄졌다.

각 발제에 앞서 ‘국가와 공동선’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선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는 국가와 정치 공동선의 의미를 밝히고 공화주의적 전망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신부는 “오늘날 양극화라고 일컬어지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빈부격차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는 시민들의 동질성과 통합을 무너뜨리고, 이해관계를 양분화시켜 결과적으로 공동선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선은 국가의 존재 의미이며 정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숭고한 소명이자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라고 개괄한 이 신부는 “공화주의적 전통은 정치공동체의 존재 목적으로서의 공동선, 시민의 덕성으로서 공동선에 대한 헌신과 참여,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적 전망의 통합이라는 면에서 가톨릭 사회교리와 전망을 공유한다”면서 “불안정한 정치 상황 안에서 민주공화국으로서의 회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공동선의 요소”라고 전했다.

‘생명이 이윤보다 중요하다’ 제목으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의 노동불안전에 대해 정리한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씨는 “2015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95%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임을 밝히고 “이는 돈벌이만을 추구한 기업의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생존 때문에 노동자들은 위험을 거부할 수 없고 정부는 이런 위험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으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특히 하청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기업은 대부분 벌금에 그치는 등 처벌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제부터라도 생명의 존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이러한 가치에 입각해서 법과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인철(마태오) 녹색연합 활동가는 ‘핵발전과 지진’ ‘기후변화’ ‘4대강 사업’ 등을 예로 들며 ‘한국 사회의 환경과 안전, 그리고 정의의 문제’를 살폈다. 황씨는 “4대강 사업은 식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천의 생태계 자치가 완전히 교란되어 망가지는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이러한 환경 위기는 잘못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결탁한 불의한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치가 바로서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한 황씨는 “생명과 안전 위에 돈의 가치를 올려놓았던 정치, 사적 이익을 앞세웠던 공동선이 본연의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이 있어야 할 자리’ 주제로 발제한 김덕진(대건안드레아·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씨는 “일상에서 누구나 인권 침해의 피해자가 될 수도, 인권 침해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인권 침해의 피해나 목격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익숙해지는 일”이라면서 “시대의 변화, 사회의 발전에 걸맞은, 즉 어떠한 정권이나 자본도 침범할 수 없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깊은 ‘인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씨는 ‘남북관계 제로 시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주제로 현 시국 상황에 따른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문제를 다뤘다. 정 대표는 “박근혜 정부 이후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의 창출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에 다소나마 진전을 이루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운영 재개, 사드 배치 철회 내지 유보,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종료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경촌 주교가 4일 사회교리주간 기념 세미나 후 봉헌된 기념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세미나 후에는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주례로 제6회 사회교리 주간 기념미사가 봉헌됐다.

유 주교는 강론을 통해 “사회교리는 세상에 대한 무관심의 현실을 벗고 세상 고통을 똑바로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교리가 요청하는 것은 교리의 축적이 아니라 개개인의 실제적인 삶의 변화와 더 나아가 세상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 시작은 분명 개인의 동참과 노력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인 유 주교는 “ 특별히 정의 평화 창조 보존이라는 패러다임 안에서 통합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때에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사회교리 실천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자”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 정평위는 이날 세미나에 이어 12월 7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 2층에서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 총동문회 사회교리 더나은세상(회장 박경수) 주관으로 다문화가정, 외국인노동자, 난민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권을 다루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