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악성가 하늘나라] 국악성가 송년축제

강수근 신부(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한국관구장)rn1992년 사제로 서품됐다. 미국
입력일 2016-11-29 수정일 2016-11-30 발행일 2016-12-04 제 302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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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은총에 감사드리는 모두의 잔치

2014년 12월 13일 서울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국악성가 송년축제 모습.

요즘 시국이 참 어수선합니다. 나라를 망쳐놓은 이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죄하기는커녕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죄를 숨기려 하고, 죄가 들통나면 “배 째라” 하는 식으로 강짜를 부려대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늘 힘을 가진 사람들로서 힘없는 사람들을 부리며 살아오고, 게다가 지금은 권세의 정점에서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살다 보니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참 딱한 노릇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통치 하에서도 그나마 이 나라가 이만큼 버텨온 것은 남이야 알아주든 말든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온 수많은 민초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이들이 촛불을 밝혀 들고 그들의 탐욕을 꾸짖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 소중한 기회에 권력을 남용해 사리사욕을 채워온 무리들이 모두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고 참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정직한 사람들이 공직을 맡게 되는 좋은 전통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00만 명 이상이 모인 촛불 집회가 마치 흥겨운 한마당 축제와 같았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저도 축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전에 국악성가 연주단체들이 한데 모여 발표회를 가졌던 ‘국악성가 축제’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2012년부터 이 축제가 발표회 성격보다는 연주단체들이 서로 모여 한 해의 은총에 감사하면서 함께 친교를 나누는 잔치의 개념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을 ‘국악성가 송년축제’로 바꿔 부르게 됐지요. 멀리 광주에서, 수원에서, 일산에서 그리고 서울 각지에서 모여 온 합창단원들이 오후 2시부터 흥겨운 레크리에이션으로 몸을 풀고, 각기 순서대로 고운 단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제각기 기량을 뽐냅니다. 처음엔 국악성가만 부르던 합창단들이 두 곡 중 한 곡은 민요, 가요, 캐럴 등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면서 레퍼토리가 점점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합창단들뿐만 아니라 국악성가연구소 무용반과 청춘대학 시니어아카데미 학생들 그리고 수강생 팀도 함께 무대에 올라 흥을 돋웁니다. 올해에는 수원교구 오전동본당의 글로리아 성가대도 함께 선을 보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각 단체의 공연이 끝나면 올 한 해 베풀어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는 감사미사가 200여 명의 합창단이 소리 맞춰 부르는 우렁찬 국악성가와 함께 봉헌됩니다. 참 감동적이지요. 그리고는 여흥을 겸한 저녁 만찬으로 축제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이 축제에는 합창단원이 아닌 분들도 누구나 오실 수 있습니다. 벌써 몇 년째 온 가족과 함께 이 축제에 늘 찾아오시는 단골손님도 계십니다. 흥겨운 공연과 감동적인 미사와 정겨운 잔치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수선한 정국이지만 여러분도 잠시 시름을 잊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 해의 은총에 감사드리는 축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를 도와주소서.

강수근 신부(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한국관구장)rn1992년 사제로 서품됐다.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