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순교지 ‘잊은 터’에 본당 신자 정성 모아 성지 조성 병인박해에 신자 떠났으나 공동체 다시 형성 죽산 장릉리 공소에서 1983년 본당 승격현재 본당 공동체, 죽산성지 관리에 참여
평택대리구 죽산본당(주임 박건우 신부)은 죽산 지역의 순교자들을 현양하며 지역에 복음을 전해온 본당이다. 조선시대부터 죽산 지역에는 신자들이 많이 거주해왔다. 하지만 1866년 병인박해가 시작되자, 죽산 도호부가 있던 이곳은 박해의 중심지가 됐다. 죽산 도호부가 관할하던 지역의 신자들은 모두 이곳에 잡혀와 심문을 받고 또 순교했다.
박해가 얼마나 참혹했던지 지역 사람들은 ‘그곳에 끌려가면 이미 죽은 사람이니 잊어라’라는 의미로 순교터를 ‘잊은 터’라고 불렀다. 그 극심한 박해에 죽산지역의 신자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고, 60여 년이 지나도록 신자라고는 단 한 사람도 살지 않는 곳이 됐다. 순교자의 피가 흩뿌려진 이 땅에 다시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때는 1934년이었다. 1932년부터 신자가족들이 하나 둘 죽산으로 이사해왔고, 이윽고 죽산 장릉리 공소가 설립됐다. 이 공소공동체는 공소회장의 집에서 공소예절과 판공을 치렀고, 열심한 전교활동으로 입교자들을 인도했다. 신자들이 점차 증가하자 1961년에는 공소 강당을 마련해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다.본당은 죽산성지 조성에도 앞장섰다. 죽산의 순교자를 현양하기 위해 성당을 세우긴 했지만, 나아가 순교자들이 순교한 ‘잊은 터’를 성역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덕분이었다. 가난한 시골본당이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순교자들의 목숨을 바쳐 하느님을 증거한 ‘잊은 터’의 땅을 매입해 나갔다. 본당의 신자들이 마련한 이 땅은 1995년 교구 성지로 선포됐고, 오늘날 죽산성지를 개발하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1449명의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죽산본당은 복음화 활동과 더불어 성지의 크고 작은 행사에 봉사하는 등 죽산성지를 돌보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