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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 수원가톨릭대 교수 박현창 신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6-10-18 수정일 2016-10-18 발행일 2016-10-23 제 301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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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목은 성직자와 평신도 함께 고민해야 할 학문”

수원가톨릭대학교를 거쳐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 신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 11월 사제품을 받았다. 수원교구 권선동과 군포본당 등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한 뒤 독일 뮌헨 대학교로 유학, 2005년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교구 망포동본당 주임을 거쳐, 2006년 9월부터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현창 신부는
“사목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개 본당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제의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사목’은 평신도를 포함한 하느님 백성 전체가 행하는 교회의 귀한 몫입니다.”

제2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현창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가 말하는 ‘사목’은 “시대와 세대가 엮어내는 ‘시대의 징표’를 올바르게 보고, 교회가 고민하는 행동의 학문”이다. 성직자들의 전유물로 간주되는 협소한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박 신부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긴급하게 요청되는 문제 또한 지적했다.

“특히 장차 사제가 될 신학생들이 성직 중심의 사목관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더디고, 노력이 더 들어도 교회와 신앙생활에 관한 의사 결정과 합의 과정이 좀 더 개방적이 되도록 사제 스스로가 애써야 합니다.”

박 신부는 각 분야의 평신도 전문가들이 풍부하게 양성된 오늘날, 사제 중심의 교회 운영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신자들 안에 간직된 풍성하고 고유한 은사들을 공동체적으로 계발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대 가톨릭 사목신학의 사상적 계보」는 사목이 신학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 역사적 과정의 필연성, 또한 18세기 후반 대학의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기 훨씬 이전부터 사목이 신학이라는 날개를 자연스럽게 달고자 했던 여러 전조와 징후들에 관해 탐구한 책이다.

‘사목신학’의 홀로서기의 배경은 순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박 신부의 지적이다. 18세기와 19세기 계몽주의 시대, 정치적 지배계층은 국가 정책에 일조하는 시민을 양성할 필요가 있었고, 양성을 맡을 적임자로서 성직자를 우선순위에 올렸다. 이는 정치적 권력과 기득권의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교회 지도층과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편협한 ‘사목’의 개념은 곧바로 학자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사목’에는 ‘교회론적’ 요소들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내 세속과 교회의 지도층은 사목의 열린 개념을 주창하는 학자들을 강력하게 배제했고, ‘사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실용주의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사목은 성직 계급의 전유물로 축소됐다. ‘사목’은 신학이 아니라, 성직자들의 교양 정도로 축소됐다. 사목이 다시 ‘신학의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부터다.

“사목신학은 시대의 아픔까지도 고민하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행동과 실천의 가르침입니다. 공의회 이후에도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론이 온전히 적용·실천되지 않고, ‘사목’이 여전히 성직자의 전유물로 생각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지요.”

박 신부는 이미 3학기에 걸쳐 대학원 수업에서 이러한 인식을 신학생들과 공유했다.

“학기 초 편협했던 신학생들의 인식이 수업을 마치면서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목이 더 이상 자기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열린 마음은, 이들이 사목을 보다 성숙하게 만드는 데 투신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 연구상 수상작 「근대 가톨릭 사목신학의 사상적 계보」는

‘누가 ‘사목’이란 이름에 ‘신학’이란 날개를 달아주었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박 신부는 ‘사목’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전체 신학 안에서 학문으로서의 입지를 점차 획득해 가는 여러 과정들을 성찰한다. 이미 배워 익힌 신학의 기초 위에서, 사목과 교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으로 교회와 역사, 교회와 사목, 그리고 사목과 실천을 풍요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데 힘을 실은 내용이다.

이 책의 미덕은 특히 ‘사목’을 이야기할 때 자주 오해하는, 본당 신부의 업무가 곧 사목이라는 편협한 개념을 넘어서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에 집약된 ‘사목’의 개념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근대와 현대의 사목과 사목신학에 대한 논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는 점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