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말 바루기] 냉담교우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06-14 수정일 2016-06-15 발행일 2016-06-19 제 299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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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는건데 왜 ‘냉담자’라고 하나요

신자들의 ‘냉담’ 문제는 교회의 비전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요한 주제로 부각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근래 들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필두로 전 교회가 새로운 복음화의 기치 아래 교회 쇄신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냉담’을 둘러싼 문제는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요소로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가톨릭교회 안에서 자주 쓰였던 ‘냉담자(冷淡者)’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 말이 가톨릭과 성공회 등 몇몇 종교에서는 ‘교회에 장기간 나가지 않은 신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1년에 두 번 부활 대축일과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판공성사라고 합니다. 최근 3년 이내에 판공성사를 받지 않았을 때, 다시 말해 고해성사를 6회 이상 빠졌을 때 ‘냉담’하는 신자로 분류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성공회에서는 미사 참석률이 1년에 절반 미만일 경우에 ‘냉담’하는 것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냉담자’라는 어감이 싫어 가톨릭교회에서는 ‘쉬는 교우’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신앙이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 아니라 마음도 의지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개인 사정으로 신앙생활을 못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생활고에 시달려 신앙생활을 할 여유가 없는 사람도 있고, 하느님을 느낄 수 없어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교회에 발길을 끊은 사람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적잖은 이들이 형제의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을 자신과 다른 사람으로 낙인찍기보다는 하느님 안에 한 형제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교회의 용어위원회는 이러한 뜻을 고려해 지난 2009년 ‘냉담자’와 ‘쉬는교우’로 부르던 쉬는 신자들을 ‘냉담교우’로 순화해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냉담교우’들이 오랜 쉼에서 깨어나 다시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참다운 형제애가 아닐까요.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