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수단에서 온 편지] 레베카 아닙을 위한 새 보금자리

입력일 2016-02-17 수정일 2016-02-17 발행일 2016-02-21 제 298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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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아닙은 아강그리알에서 제일 부지런한 아가씨입니다.

작년에 본당에서 땅콩농사를 지을때에는, 땅콩밭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제일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곤 했습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았는지 장애가 있어서 걷는 것도, 손에 무엇을 쥐는 것도 어렵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밝게 웃으며 생활합니다.

본당에서 여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달려와 일손을 돕고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마운 아닙이었지만, 사실 저는 오랫동안 아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말없이 성실한 사람은 사실 잘 드러나지 않는 법입니다. 저는 그저 아닙이 장애가 있고, 나이는 서른 즈음 되었고, 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성실한 아가씨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막연히 남편도 없이 혼자 살고 있으니 아강그리알의 다른 과부들과 마찬가지로 생활에 어려움이 있겠다고 생각하여 1년 전부터 오전에 사제관 앞마당을 청소하는 일을 맡기고 작은 수고비와 옥수수가루 한 포대를 매달 수고비로 주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아닙의 처지에 대해서 알게된 건 불과 몇달 전입니다. 어느 날, 아닙과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가 아강그리알 사제관을 찾아와 머물 곳을 청해왔습니다. 사제관에 머물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아이를 맡아줄 만한 마을사람이 딱히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닙에게 데려다주면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서로 의지하며 지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닙이라면 이 아이를 친절하게 보살펴 줄 수 있을거라는 확신에 아이의 손을 잡고 아닙의 집을 처음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서 찾아간 아닙의 집은 예상치 않게 바로 코앞에 있었습니다. 바로 성당 옆에 있는 집이었습니다. 그곳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리나 할머니의 집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가난한 리나 할머니도 본당 생활지원 대상자인데, 할머니의 집은 겨우 3평 남짓한 작고 허름한 곳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가난한 여인이 지금까지 그 좁은 집에서 함께 생활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닙의 집이 지난 우기에 무너지자 리나 할머니는 아닙을 자신의 집에 불러들였다고 합니다.

말없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두 여인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껏 마을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실제로는 사람들이 정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데려온 아이는 그 집에서 몇 주를 머물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사람들 말로는 다른 마을에 사는 친척을 찾아 떠났을 거랍니다.

얼마 전, 마을 젊은이들의 도움으로 집 두채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아닙을 위한, 다른 하나는 리나 할머니를 위한 집입니다. 대나무, 갈대 등의 자재비와 인건비는 본당 지원이지만, 집을 지을 터와 집이 완성될 때까지 아닙이 머물 임시 거처는 마을 사람들의 지원입니다.

새 집이 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닙이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행복해 보입니다.

※후원계좌: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 (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해외선교사제와 선교지 신자를 위한 기도 후원을 접수 받습니다.

- 해외선교사제와 선교지 신자들을 위해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 주모경 등을 바치고 해외선교후원회 카페(cafe.daum.net/casuwonsudan), 전자우편(stjacob@casuwon.or.kr), 전화(031-548-0581) 등을 통해 접수할 수 있습니다.

본당 지원으로 집을 짓고 있는 마을 사람들. 완성되는 집에 살게 될 아닙이 집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