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자비의 희년 기획/ 아버지처럼 자비로이] (1) 참회와 고해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김진영 기자
입력일 2016-02-16 수정일 2016-02-16 발행일 2016-02-21 제 298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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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는 하느님 자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통로
죄 지은 후 고해성사 통해 삶 변화되는 희망 찾아
자신의 상황 되돌아 보고 용서 받으며 감사 체험도
자비로운 예수님과 만남 죄책감서 자유롭게 해줘
이러한 은총에도 고해성사 기피 현상 심화
하느님의 자비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선물로서 전해진다. 오늘날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과연 얼마나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를 잃어버린 교회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이’가 될 것을, 예수님처럼 세상에 자비를 드러내는 ‘자비의 얼굴’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자비는 구체적인 삶으로 실천돼야 하기에, 가톨릭신문은 삶의 현장에서 자비를 체험하고 실천하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이들의 자비의 체험이 곧 우리들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고해성사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한 사람들

김(토마스·56·가명)씨는 고해소를 찾을 때마다 기쁨이 벅차오른다. 고해소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가족의 품 안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교도소에서 첫 고해를 받았다.

김씨는 20대에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범죄에 손을 대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내 사회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그와 연을 끊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방황하던 그는 다시 범죄를 저질렀고, 전과 3범으로 20년이 넘는 세월을 자포자기 심정으로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런 삶을 돌이킨 것은 교도소에서 읽은 성경이었다. 성경을 읽고 예수가 자신을 위해 십자가를 졌다고 마음으로 느낀 그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되뇌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천주교 교리를 시작해 세례를 받고 첫 고해성사를 할 때는 자기 자신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출소 후에도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고해성사에서 느낀 용서와 자비는 새 삶을 찾는 힘이 됐다. 김씨는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자비의 희년인 지금 더욱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싶다”고 전했다.

유(베드로·18·가명)군은 2년 전 교리시간을 통해 음란물을 보고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 큰 죄라는 사실을 알았다. 교리시간에는 생명의 소중함과 정결의 중요성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죄를 끊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해성사를 봤지만 야한 생각이 났고, 짜증나는 일이라도 생기면 또 야한 동영상을 찾게 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목소리를 아는 본당신부님에게 매번 같은 내용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어차피 판공성사를 봐야하니까 죄를 지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성교육 시간에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참으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으니 과연 이게 죄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화마저 났다.

그러나 유군은 또 고해성사를 받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2년 동안 거듭해서 고해성사와 보속을 했고, 교리공부를 하고 기도하면서 자신이 아주 천천히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교회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따르다보면 자신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유군은 “대학생이 되면 교리교사가 돼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할 학생들에게 제가 겪은 일을 알려주고 싶다”면서 “지금처럼 고해성사와 기도를 함께한다면 그때는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당주임 신부를 역임하고 있는 이 신부는 본당 신자들에게 부단히 고해성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이 고해성사를 통해 깊이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고해성사를 한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 유학 중 영성지도를 담당한 수도회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달에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사제로서 고해성사를 자주 집전하는 사제의 사랑과 고뇌를 알았기에 군말 없이 따랐다.

매주 고해성사를 하자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더 잘 알게 됐다. 또 자신이 처한 상황이 더 명료하게 보였다. 유혹을 이겨내는 힘도 강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자주 용서받은 체험은 늘 아이처럼 순수한 상태로 만들어 줘 학업에 집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도 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됐다. 자신이 한 고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결국 하느님 자비로 용서받았다는 것을 늘 의식하게 되니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따라왔다. 그러다보니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하느님의 은총이 삶에서 구현된다는 것을 더욱 의식할 수 있었다.

이 신부는 “고해성사가 은총의 자리임을 명심하면 좋겠다”면서 “신자분들이 한 달에 적어도 한 번 고해성사를 보는 좋은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느님 자비 체험의 지름길, 고해성사

모든 성사(聖事)가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 고해성사다. 고해성사에서 체험하는 ‘죄의 용서’가 하느님의 자비와 직접적으로 결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자비의 희년에 고해성사를 강조한다.

희년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년 대사에 관한 서한을 통해 “뉘우치는 모든 이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에는 예외가 없다”면서 “특히 하느님 아버지와 화해하고자 참된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보러 오는 사람의 경우에 그러하다”고 밝혔다.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자비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성사다. 그래서 교회는 자비의 희년에 고해성사를 강조하며 더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기를 바란다. 사진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해성사 모습.

고해를 피하는 현대사회

고해성사가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중요한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은 오히려 고해성사를 멀리하고 있다.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한국교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고해성사 지표는 지난 2010년 526만7382건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4년까지 71만 여 건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신자수가 35만 명가량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폭은 더욱 크다.

2012년 서울대교구 사목국이 실시한 ‘본당 사목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6.9%가 고해성사를 ‘판공성사 때만 한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신자들이 의무적인 고해성사 때문이 아니라면 고해소를 찾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대사회의 왜곡된 개인주의와 주관주의 영향도 고해성사 기피를 가속화하고 있다. 개인주의와 주관주의에서 오는 피상성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기보다 최신 유행이나 오락 등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빠져드는 성향으로 현대사회에 만연한 윤리체계다. 이는 ‘죄’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회피나 도피를 택하게 만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11월 30일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개인주의와 주관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직접 자신의 죄를 용서하기 때문에 사제를 통한 고해성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속한 백성들이 공동체의 사목자를 통해서 용서받길 바라신다”고 권고했다.

고해성사의 참 의미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전제한다. 자비의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인들에게 한없이 자비를 베풀어 주신다”면서 “고해성사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며 그 죄를 완전히 없애 주신다”고 강조한다.

고해성사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비는 이미 많은 성인들이 강조해온 부분이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우리가 고해성사에서 만나는 자비로우신 예수님은 죄와 죄책감으로 생기는 헛된 두려움과 좌절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신다”하고 말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전대사를 선포하면서 “고해성사는 하느님 자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고해성사는 단순히 자비를 체험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1468항)는 “고해성사의 완전한 효능은 하느님의 은총을 회복시켜 주고 지고한 우정으로 하느님과 결합하게 해 주는 것이다”라고 가르친다. 또 “실로 하느님과 화해하는 고해성사는 참된 영적 부활과 하느님 자녀로서 지니는 품위와 삶의 선익을 회복시켜 준다”면서 고해성사의 목적과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김진영 기자 (nicola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