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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세계성체대회 특집] 개막 이모저모

필리핀 세부 최용택
입력일 2016-01-26 수정일 2016-01-26 발행일 2016-01-31 제 298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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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복음 전하는 필리핀인 자부심 드러내다
71개국 1만2000명 참가
교황 특사 보 추기경 주례
필리핀교회 역사 표현한
춤·노래로 사전행사 꾸며
교황, 대회 위해 복음서 선물
세계성체대회 개막 사전공연에서 필리핀의 가톨릭 전래를 주제로 한 춤과 노래가 펼쳐지고 있다.
필리핀 세부에서 열리는 제51차 세계성체대회가 성대한 개막미사로 그 시작을 알렸다. 1월 24일 세부 산 페드로 요새 입구 독립광장(Plaza Independencia)에서 열린 개막미사에는 한국대표 41명을 포함해 71개국 1만2000여 명의 등록 참가자들과 2만여 명의 필리핀 신자들이 참례했다.

◎… 아시아교회 요람 세부

필리핀교회 역사는 1521년 예수 부활 대축일인 3월 31일, 포르투갈 탐험가 페르디난도 마젤란이 필리핀 리마사와의 작은 섬에서 미사 드리면서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14일, 마젤란과 같이 필리핀에 왔던 페드로 발데라마 신부가 세부 섬에 도착해 족장 라하 우마본과 500명의 원주민에게 세례를 줬다.

세부대교구장 호세 팔마 대주교는 개막미사 인사말을 통해 “‘아시아교회의 요람’이자 성 페드로 칼룽소드의 고향 세부에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주님께서 마련하신 이날 우리 함께 주님을 찬양하자”고 전했다.

◎… 작은 ‘시눌룩 축제’였던 사전 행사

마젤란은 세부섬 족장 우마본의 아내에게 존경의 의미로 산토 니뇨(아기 예수)상을 선물했다. 이후 마젤란은 막탄 섬의 족장 라푸라푸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고, 세부 원주민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인도한 사목자가 없는 상황에서 아기 예수상을 바라보며 44년 동안 신앙을 지켰다.

제51차 세계성체대회 개막미사 전 사전행사에서는 이러한 필리핀 가톨릭교회 역사를 춤과 노래로 표현했다. 사전 공연은 작은 ‘시눌룩 축제’로 진행됐다. 시눌룩 축제는 1565년 레가스피 장군이 이끄는 스페인군의 포격을 맞고 불탄 오두막에서 이 아기 예수상이 기적적으로 손상되지 않고 발견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세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무대에서, 공연진은 성 토마스 데 아퀴노가 쓴 성가 ‘천사의 양식’(Panis Angelicus)을 배경으로 가톨릭 전래를 재현해 냈다. 이후 산토 니뇨(아기 예수)상과 과달루페 성모상, 세부 비사야족 출신인 페드로 칼룽소드 성인상이 행렬을 따랐다.

개막미사 제단 십자가 양편에는 교구 주보인 과달루페 성모상, 성 베드로 칼룽소드 상이 모셔졌다. 제대 오른쪽에는 필리핀교회 탄생과 함께한 산토 니뇨 상이 모셔졌다. 사전 공연에 이어 성체대회 종이 울리자 대회 상징물인 마젤란 십자가와 참가국 국기들이 행렬을 지어 입장했으며, 주교와 추기경들이 제단에 입 맞추며 입당했다.

◎… 전 세계로 신앙 전하는 필리핀교회

개막미사는 교황 특사 찰스 마웅 보 추기경 주례로 거행됐다. 미사 시작 예식 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낸 서한, 세부대교구장 호세 팔마 대주교 감사 인사가 낭독됐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회 전례를 위해 자비의 특별 희년 로고가 그려진 복음서를 세부대교구에 선물했다.

보 추기경은 필리핀은 ‘견줄 데 없는 아름다운 나라’라면서, 필리핀 신자들은 전 세계로 퍼져 가톨릭교회를 전파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그는 필리핀인들이 홍콩, 카이로, 두바이 등 전 세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몇몇 지역에서는 필리핀인의 존재가 복음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만의 종교생활을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교회 밖으로 나가 신앙을 살고 증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회에는 71개국 1만2000여 명 참가자들이 등록했다. 특히 개막미사에는 등록인원 외에도 독립광장 밖에서 약 2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 신자들이 모여들어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땡볕 아래서 시작된 미사는 6시30분경 해가 완전히 진 다음에 끝났다. 주최 측은 순례단을 환영하는 축포를 20분간 쏘아 올려 참가자들의 뜨거운 환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 전 세계 신자들과 함께한 한국 순례단

마닐라 순례를 마친 한국 공식순례단은 1월 24일 세부로 이동해 제51차 세계성체대회 개막미사에 참례했다. 한국 대표 장봉훈 주교와 박정일 주교도 제단에 올라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이번 세계성체대회에는 세부 한인공동체 정세진 주임신부, 조삼호(이사야) 사목회장을 비롯한 신자들이 한국어 통역 봉사자로 참가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유학 중인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소속 수사 4명도 세부로 건너와 대회 봉사에 동참했다.

한국 순례단 대표 장봉훈 주교와 박정일 주교(장 주교 뒤)가 개막미사에 입장하고 있다.
개막미사가 끝난 뒤 제단 뒤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개막미사 제대 옆에 놓인 산토 니뇨(아기 예수)상. 16세기 가톨릭 전래 후 사목자가 없는 44년간 세부 원주민 신자들이 이 아기 예수상을 바라보며 신앙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개막미사를 주례하고 있는 교황 특사 찰스 마웅 보 추기경. 【CNS】
태극기를 비롯한 참가국 국기들이 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필리핀 세부 최용택 기자(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