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부모와 아이를 위한 돈보스코 상담실] Q.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이 계시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우울하고, 친구들 앞에 서면 기가 죽습니다.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입력일 2015-06-16 수정일 2015-06-16 발행일 2015-06-21 제 294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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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이 계시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우울하고, 친구들 앞에 서면 기가 죽습니다.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부모님은 열심히 일하시는데 가정형편은 여전히 힘들고, 가난한 저는 늘 기가 죽습니다. 친구라도 사귀려면 영화도 보고, 생일선물도 하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어야 하는데 빠듯한 생활을 알기에 부모님께 용돈 달라고 하기도 힘듭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학원도 가고 싶은데, 제 처지를 생각하니 우울하고 삶의 희망이 없는 듯합니다. (중2, 요셉)

A. 요셉, 가난하다고 불행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지요.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목표를 세워보세요.

가난은 좀 불편합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들을 막기도 하지요. 그래서 요셉이 힘들어 하고 우울해 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네요.

요셉은 참 착한 학생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부모님을 원망하고 누구에겐가 탓을 돌리며 화를 내는데 오히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죽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안 형편은 어려웠고, 대학을 다니는 4년 내내 낮에 일하며 돈을 벌어야 등록금을 낼 수 있었습니다. 대학도 바로 간 것이 아니지요. 3년이라는 직장생활을 한 후 경제적으로 조금 안정이 되어서야 진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대학이라는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땐 많이 좌절했습니다. 나만 사회에서 도퇴되는 것 같고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삶이라는 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많은 가능성과 섭리를 준비해 두시고,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어느 날, 내가 벌어서 야간대학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세상이 다시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삶을 살아가는 데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구나.’ 3년 늦게 진학한 것이 내 인생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야간대학을 나온 것 또한 내 인생에는 좋은 약이 되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음 안에 뿌듯한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좋은 공부였지요.

요셉! 세상은, 길이 하나인 것처럼 말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말하지요. 거기에 속지마세요. 가난하다고 다 불행하지 않습니다. 부자들이 더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긴장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어요. 가끔 그 많은 돈과 지위를 두고도 자살하는 부자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반면에 가난했지만, 끈기와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멋지게 꽃피운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훨씬 많답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가난한 빈민가에서 태어나 초콜릿을 마음껏 먹는 것이 소원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심장병과 가난 때문에 축구팀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웠지만, 호날두는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었으며, 기부왕으로도 유명합니다.

요셉!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고, 그들과 가까이 계십니다. 하느님께 기도하고 마음 안에 내공을 키우세요. 용기를 내세요. 가난은 약간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인생의 좋은 약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건강한 나무는 물이 풍족한 물가의 나무가 아니라, 물이 부족한 척박한 땅에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나무라고 합니다. 이런 나무들은 거친 태풍 속에서도 쉽게 쓰러지지 않지요.

요셉이 자신의 삶을 위한 목표를 세워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난한 ‘지금’을 보지 말고 미래의 멋진 요셉을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