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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주일 특집] 한국교회 ‘사이버 사목’ 현주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5-12 수정일 2015-05-12 발행일 2015-05-17 제 294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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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주보엔 QR 코드, SNS 교회 인맥…
변화하는 웹 시대, 쌍방향 소통 사목 요청
한국의 월드 와이드 웹은 IT 중심의 경제 성장 속도에 발맞춰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교회도 인터넷과 웹, 온라인, 디지털, 멀티 미디어 등 현대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선교와 사목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투철한 노력을 해왔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는 웹 3.0, 4.0을 내다보는 급속한 정보 처리와 통신 수단의 발전 속에서, 복음화의 새로운 장인 사이버 공간의 선교 사목적 전망을 모색하고 있다. 제49차 홍보주일을 맞아 웹 2.0, 뉴미디어, SNS, 멀티미디어, 스마트폰 등으로 상징되는, 새로울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환경 속에서의 사이버 사목을 성찰해 본다.

사이버 사목에 대한 관심

2015년 현재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환경은 불과 10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과 1990년대 초반 역시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인터넷 시대의 개막, 그리고 웹 2.0으로의 변화가 기점이 된다.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환경의 급변, 그 와중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고민이 시작됐다. 사회 전체가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정보화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의 직접적인 선교 사목적 활용에 집중됐다.

교회 당국 차원에서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 전국적으로 통일된 양업 시스템으로 상징되는 행정 전산화 작업이 그 하나였고, 아날로그 자료들을 디지털 자료로 변환해 사이버 공간에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고자 하는 사목 정보 서비스가 다른 하나였다. 특히 행정 전산화는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 교회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편 인터넷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PC 통신 시절에 태동한,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온라인 공동체는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서, 교회 당국, 공식적인 교회 기관들의 일차적 관심사가 전산화와 정보 처리였던 반면, 일반 신자들의 우선적 관심사는 사이버 공동체였다는 점이다. 당시의 온라인 공동체들은 인터넷 시대로 넘어오면서 잠시 존속하다가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정보화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교회의 노력은 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여전히 정보화를 도구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따라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가져올 사회 변화, 인간학적 변화, 사목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 등에 대해서 깊은 성찰은 부족했다. 이러한 성찰은 개인이나 개별 기관을 넘어 교회 전체가 깊이 숙고하는 사목적, 신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다소 간과됐다.

 

웹 2.0의 교회 풍경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는 ‘SNS의 사목적 활용’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스마트폰의 등장이 사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1990년대에 많은 본당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이제 찾는 이가 드물어 사장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대부분 본당 사이트들이 ‘찾아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여와 개방, 공유의 웹 2.0 시대에 교회는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하며,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김 신부는 확신한다.

2000년대 이후 웹의 변화는 웹 2.0으로 지칭된다. 기구나 기관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환경이 이전의 웹 1.0 시대이다. 그 대표적인 서비스가 포털이다. 1994~2004년 대부분의 웹 사이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누구나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이 웹 2.0이다. 온라인에 연결만 돼 있으면 약간의 첨단 기기들을 활용해 누구나 정보를 생성, 가공, 공유, 저장, 출판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 SNS, UCC(User Created Content), 각종 블로그, 위키피디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누구나 참여해서 만들어내는 정보와 콘텐츠는 멀티미디어적이다. 그리고 웹 2.0을 열고 성장시킨 가장 큰 공로자는 스마트폰이다.

한국교회의 웹 2.0 풍경은 이미 익숙하다.

우선 각 교구 주보들만 봐도 이전과는 다르다. 교구 소식과 행사, 전례 안내에 그치던 주보들은 내용면에서 다채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형식과 접근 방법에서도 달라졌다. QR 코드를 제작해 스마트폰으로 상시적으로 접할 수 있다. 신자들 개인의 신앙 체험 이야기, 소소한 일상사를 나누는 참여와 소통의 장이 됐다. 또 일부 교구에서는 음성변환 바코드를 실어 시각장애인들이 음성지원을 받도록 한다.

팟캐스트는 웹 2.0, SNS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1인 미디어 시대의 총아로서 팟캐스트에 첫 관심을 가진 이들은 뜻 있는 사목자들이다. 의정부교구 홍석정 신부, 청주교구 이중섭 신부 등이 청소년들과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초창기에 실시했다. 지금은 서울, 수원, 광주, 춘천 등 여러 교구에서, 그리고 사목자 개인이나 수도회 등에서도 팟캐스트가 실시된다.

수도회와 출판사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가장 원활하게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특히 회원이나 독자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SNS를 활용한다. 이미 SNS를 통한 네트워킹이 일상사가 된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나아가 상시적으로 이들과 연결이 되어 있기 위해서 SNS는 이제 필수적이다.

새로운 가톨리시즘의 요청

주지하듯이,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환경의 변화는 단지 도구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도구의 변화,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방식의 변화는 정치, 경제, 문화를 모두 포괄하는 사회적 변화를 야기한다. 이는 나아가 생활 양식과 사고 방식, 교회와 신앙의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신앙 의식과 신앙 행태, 사목 환경, 신자들과 선교 대상자들의 인간학적 변화까지를 모두 포괄할 수밖에 없다. 종이 신문과 노트 필기가 익숙한 어르신들과 전자책이나 스마트폰의 메모 앱이 더 편안한 디지털 세대는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사고 방식, 삶의 태도가 온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웹 2.0의 시대가 문을 열기 시작했던 2004년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는 가톨릭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정보화의 물결은 새로운 형태의 가톨리시즘을 요청한다”고 단언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했다. 차 신부는 이제 사목이 “신자들의 직접 참여 욕구를 반영해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경험한 신자들은 이제 교회 생활에서도 “적극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점점 늘게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리고 교회는 “남아있던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기 전”에 “이런 의식구조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는 쌍방향의 참여, 공유, 개방의 요청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웹 2.0이 이러한 시대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이 이러한 웹 2.0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웹 3.0은 극단적인 개인화로 예상된다. 웹 1.0이 일방적, 웹 2.0이 열려 있는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면, 3.0은 개인화된 맞춤형의 웹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교회는 변화하는 웹의 시대에,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대응해야 한다. 웹과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환경의 본질적 변화에 무감한 채 단지 기술과 편리에만 주목한다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는 셈이다. 이제 모든 신자와 비신자들은 웹 1.0의 일방적인 수용자들이 아니라는 점을 교회는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