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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회의 가르침] (57·끝)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하)

박준양 신부,
입력일 2015-04-07 수정일 2015-04-07 발행일 2015-04-12 제 293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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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선포, 하느님 향한 가난한 이들 열망 고려돼야”
현대 복음화 방향 드러내
강론의 중요성 설명
공동선과 사회평화 강조
“선교사는 성령에 의탁하고 그리스도 현존 느껴야”
프란치스코 현 교황(재위 2013- )은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 그 도전과 전망에 관하여 설명한다. 지난번에는 전체 5개의 장 가운데 1~2장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3~5장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복음 선포의 방법과 원리들

「복음의 기쁨」 제3장은 복음 선포의 여러 방법과 원리에 대하여 잘 설명한다. 직접적인 강론을 하는 사목자만이 아니라 모든 복음 선포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좋은 내용들이 매우 풍부하게 담겨 있다.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따로 있고 선교사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 모두는 “언제나 선교하는 제자”(120항)여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설한다.

먼저, 현대의 복음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죽음과 부활을 기쁨과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으로 선포하는 예언”(110항)이어야 함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참다운 보편성을 표현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을 한 교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복음 선포에 있어, 올바로 이해된 문화적 다양성과 토착화는 중요하게 숙고되어야 할 요소이다(116~118항 참조). 그리고 이런 차원에서, 토착화된 복음의 열매인 대중신심 안에 담긴 적극적인 복음화의 힘과 성령의 활동이 강조된다. 이는 그리스도교 민족들의 신심 안에서, 특히 가난한 이들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을 향한 열망과 삶을 가리킨다. “신경 구절은 거의 못 외우지만 묵주 기도에 매달리며 병든 아이를 간호하는 어머니들의 강인한 믿음을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간구하는 누추한 집 안에 켜진 촛불에서 퍼져 나가는 큰 희망을 생각해봅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우리의 마음 안에 부어진 성령의 활동으로 힘을 얻는, 하느님을 향한 삶의 표현입니다.”(125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 선포의 차원에서, 강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평신도는 강론을 듣는 것이 어렵고 사목자는 강론을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는 것이 유감입니다. 사실 강론은 성령을 강렬하고 기쁘게 체험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쇄신과 성장의 지속적인 원천이신 하느님 말씀, 위로하시는 하느님 말씀을 만나는 것입니다.”(135항) 이처럼 좋은 강론을 위해서, 먼저 “강론자는 자기 공동체의 마음을 알아야 함”(137항)이 요구된다. 순전히 도덕적이거나 교리적인 강론, 또는 성경 해석 강의가 되어 버린 강론을 지양하고,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 이루어져 ‘마음에 불을 지르는 말씀’을 전해야 하는 것이다(142항 참조). 그리고 좋은 강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성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강론 중에 활동하시는 성령을 믿는 것은 단순히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모든 역량을 다하여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로 바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145항)

마지막으로, 좋은 강론이란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강론이 부정적인 것을 지적하려 한다면, 언제나 매력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도 보여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강론이 불평이나 탄식, 비판이나 비난에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긍정적인 강론은 언제나 희망을 주고 미래를 지향하며 우리가 부정의 덫에 갇혀 버리지 않게 합니다.”(159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현대 복음선포가 토착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필요로 하고, 특히 가난한 이들의 하느님에 대한 열망과 삶을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월 필리핀 사목방문 중 울음을 터뜨린 고아 소녀·소년을 안고 있는 교황. 【CNS】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복음의 기쁨」 제4장은 복음 선포가 지니는 사회적 측면에 대하여 설명한다. 「복음의 기쁨」이 사회 교리서는 아니고 복음 선포에 관해 말하는 문헌이지만, 복음화와 인간 증진 사이에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186~216항)과 “공동선과 사회 평화”(217~237항)에 대하여 특히 강조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의 사회적 실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네 가지 기본 원칙이 제시된다.

첫째는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는 원칙이다. “시간은 우리 앞에 언제나 열려 있는 지평의 표현으로서 충만함과 관련되지만, 개별적인 순간들은 제한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한계의 표현입니다.”(222항) “이 원칙은 눈앞의 즉각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확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는 어렵고 적대적인 상황을 이겨 내고, 현실의 힘이 강요하는 계획의 변경을 참을성 있게 견뎌 내도록 도와줍니다. 우리가 이따금 사회 정치 활동에서 보는 잘못들 가운데 하나는 공간과 힘을 시간과 진전보다 더 중시하는 것입니다. 공간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자신을 내세우는 권력의 공간들을 독점하고 모든 것을 현재에 가두어 두려고 하는 무모한 시도를 의미합니다. 시간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공간들을 장악하기보다는 진전의 과정들을 시작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223항)

둘째는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는 원칙이다. 사회적 갈등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일치는 먼저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이 강조된다. “우리가 차이를 존중하며 평화를 이루어야 할 첫 자리가 우리 자신의 내면이라는 것을, 언제나 분열과 붕괴의 위협을 받는 우리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천 갈래로 산산조각이 난 부서진 마음으로는 진정한 사회적 평화를 이룩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229항)

셋째는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는 원칙이다. 이는 사회 참여에 있어, 실재를 가리는 온갖 수단들을 거부하라는 의미이다. “천사 같은 순수주의, 상대주의의 독재, 공허한 미사여구,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반역사적 근본주의, 선의가 없는 도덕주의, 지혜가 없는 지성주의”(231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는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는 원칙이다. “전체가 부분보다 더 큽니다. 또한 전체는 그 부분들의 단순한 총합보다도 더 큽니다. 따라서 제한적인 개별 문제들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235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체를 중시하면서도 결코 획일적이지 않고 각각의 고유성을 살리는 다면체적인 통합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우리의 모델은 구체가 아닙니다. 모든 점이 중심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으며 그 점들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없습니다. 그 대신에, 우리의 모델은 다면체입니다. 다면체는 모든 부분의 집합이고, 각 부분은 그 고유성을 간직합니다. 사목 활동과 정치 활동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다면체 안에 각각의 가장 좋은 부분을 모으고자 합니다.”(236항)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 선포자

「복음의 기쁨」 제5장은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 선포자는 두려움 없이 성령의 활동에 자신을 내어 맡겨, 담대하게, 큰 소리로, 언제 어디서나, 또한 시류를 거슬러, 복음의 새로운 역동적 힘을 선포해야 함을 강조한다(259항 참조). 또한 진정한 선교사는 복음 선포 활동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선교사는 예수님께서 그와 함께 걸으시고 이야기하시고 숨 쉬시고 함께 일하신다는 것을 압니다.”(266항)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거에 일어나 사건이 아니라 이 세상에 스며든 생명의 힘을 지니고 있는 신비임을 복음 선포자는 체험해야 한다. “선교는 거래나 투자도 아니고 심지어 인도주의적 활동도 아닙니다. 광고에 따라 모인 관객의 수를 세는 공연도 아닙니다. 선교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것이며 그 무엇으로도 가늠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활동을 통하여, 세상의 어떤 곳에, 우리가 결코 가보지 못할 그곳에 은총을 풍성히 베풀려고 하시는지도 모릅니다.”(279항)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화의 어머니이신 마리아”(284~288항)에 관해 설명한다. “모든 이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정의를 낳을 때까지 산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표지이십니다. 마리아께서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어 우리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주시고 당신의 모성애로 우리 마음을 믿음으로 열어 주시는 선교사이십니다.”(286항) “교회의 복음화 활동에는 마리아 ‘방식’이 있습니다. 마리아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온유한 사랑의 혁명이 지닌 힘을 믿게 됩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겸손과 온유가 나약한 이들의 덕이 아니라 강한 이들의 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바로 그분께서 정의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따스한 온기를 가져다주시는 분이심을 깨닫습니다.”(288항)

박준양 신부

1992년 사제로 서품,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이번호로 ‘현대교회의 가르침’ 기획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진들과 독자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박준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