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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회의 가르침] (51) 베네딕토 16세 교황 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하)

박정우 신부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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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정의와 공동선 위해 연대해야
4. 인간 발전을 위한 개선 방향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우리 시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지적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개선방향을 언급합니다. 변화된 세계 환경에 맞게 공권력의 권한과 역할을 재평가하는 것, 노동조합을 장려할 것, 정부는 자본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상기할 것, 문화의 획일화와 절충주의에 맞서 상호 대화할 것, 식량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투자할 것, 식량과 물에 대한 권리를 기본적인 생명권으로 인정할 것,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부국은 빈국과 연대할 것, 종교 자유의 권리를 보장할 것, 다양하게 인간 지식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지성은 사랑으로 충만할 것,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안정된 고용보장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 등입니다.

5. 무상성(無償性)의 원칙과 형제애

사실 이러한 해결책들은 원론적이고 당위론적인 내용으로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더 나아가 ‘진리 안의 사랑’을 바탕으로 ‘형제애’에 근거한 ‘무상성의 원칙’을 현실 문제의 개선 원칙으로 새롭게 제시합니다. “경제, 사회, 정치적 발전이 참으로 인간다운 것이 되려면 형제애의 표현으로서 무상성의 원칙이라는 여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34항). 경제생활에서 올바른 재분배뿐 아니라 나눔의 정신이 깃든 활동이 필요하고 상거래 관계에서도 무상성이 요구되는 등,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시장 경제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진리 안의 사랑은 이윤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등가 교환 논리나 이윤 자체가 목적인 논리를 뛰어 넘는 숭고한 목적을 지닌 그러한 유형의 경제 활동”을 요구합니다. 무상성은 경제 주체인 시장, 국가, 시민사회들 사이에 “정의와 공동선에 대한 책임과 연대의식을 촉진하고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38항).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저개발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무상성과 친교를 중시하는 경제제도가 요구됩니다.

구체적으로 교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활동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오로지 소유주의 이익만을 위해서 하지 않고 노동자, 고객, 하위 공동체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기업 경영, 정의롭지 못한 곳은 피하는 윤리적 투자, 투기적인 금융자원의 사용을 삼가고, 노동자의 요구와 존엄에 부응하는 활동을 제안합니다.

교황은 또한 정치 권위의 역할도 중요하며,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하기 위해 정치권력은 집중되지 않으면서 서로 협조해야 함을 지적합니다. 인류가 점점 서로 연결되어가는 세계화 과정에서 그 근본적인 윤리 기준은 “인류 가족의 일치와 선을 향한 발전”이며, 따라서 인간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며 초월성에 열려 있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세계화는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므로, “관계와 친교, 재화의 나눔에서 인류의 세계화를 체험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기본적이고 인간다운 윤리 정신을 지녀야 한다고 권고합니다(42항).

6. 민족들의 발전, 권리와 의무, 환경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누구나 타인의 발전을 위한 책임과 서로 빚을 지고 있다는 연대의식을 가져야 하며, 권리가 방종이 되지 않으려면 의무를 전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구 한 쪽에서는 풍요한 사회가 “심지어 죄와 악에 대한 권리”까지 요구하는 반면 저개발지역에서는 의식주, 기초 교육과 의료 혜택마저 부족하여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여기서 교황은 “개인의 권리들이 그 권리에 완전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의미의 틀을 벗어날 때 방종해질 수 있고, 실제로 무제한적이고 무분별한 요구들만 늘어” 나게 되면 결국 “민족들의 진정한 발전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합니다(43항).

이어서 교황은 ‘발전에서 권리와 의무의 개념’이 실제적으로 적용되는 여러 차원을 설명합니다. 발전을 위해서는 생명과 가정이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므로 쾌락적인 성의식, 강제적 산아제한 정책을 경계하고 “도덕적으로 책임 있게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와 경제의 풍부한 자원”임을 강조합니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인간의 가장 깊은 도덕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므로 기업 활동에도 윤리가 확산되고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인간다운 시장과 사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임을 인식하라고 촉구합니다(46항).

발전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에서도 적용됩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모든 이에게 주신 선물인 환경을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하며 특히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교황은 강자의 에너지를 독점 금지, 자원사용에 대한 평화적 합의, 에너지 자원의 재분배와 대체 에너지 연구, 환경보호를 위해서 향락주의와 소비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활양식의 채택 등 환경에 대한 의무와 도덕적인 자세의 필요성도 언급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우리 시대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면서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부국은 빈국과 연대할 것을 강조했다. 2013년 11월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 주민들이 미국으로부터 보내온 구호물자를 받고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들고 있다.【CNS 자료사진】

7. 인류 가족의 협력 및 기술 발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인류는 “참된 친교 안에서 협력하는 한 가족임을 인식”해야 진정한 민족들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사고의 쇄신을 요청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을 닮은 영적인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는 가운데 완전해 지는 존재이므로, “모든 개인과 민족들이 정의와 평화라는 근본 가치를 바탕으로 연대하며 이루어진 인류 가족”의 관계로 들어서는 것이 발전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종교의 역할이 중요한데 교황은 “공공 영역에 하느님의 자리”가 있도록 신앙의 자유, 이성으로 정화된 종교(신앙과 이성의 대화), 비신자와 신자와의 협력이라는 과제도 수행하기를 요청합니다(56항).

인류 가족이 협력해야 하는 구체적 분야에서 교황은 효과적인 국제 개발 협력(해외원조), 교육 받을 기회 증진, 건전한 국제 관광, 이민자들의 인권 존중, 실업으로 인한 빈곤 문제 개선, 비노조원의 권리까지 대변하는 노동조합의 역할 확대, 투명하고 도덕적인 국제 금융 투자, 국제기구의 개혁 등을 주문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인류의 풍요에 기여한 기술 발전의 긍정적인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한계와 부정적인 측면을 인식하라고 경고합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유일한 주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새겨주신 자연도덕법의 규범을 인식해야 하는 존재이며, 기술을 통해 우리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킬 때도 인간의 자유는 도덕적 책임을 지닌 결정으로 하느님의 뜻에 부응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은 무엇보다 기술을 활용한 생명조작, 매스미디어의 남용 등의 결과는 심각하며, 기술 중심의 사고방식은 발전의 문제가 물질적 성장뿐 아니라 인간의 영적인 성장을 포함한다는 것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우려합니다.

결론에서 교황은 결국 인간은 혼자의 힘으로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으며 사랑과 진리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열려있는 “그리스도교 인본주의”를 통해서만 참된 발전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78항). 참된 발전을 이루어 주는 “진리 안의 사랑”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은총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에 의지하며 항상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인간 전체와 전 인간의 참된 발전”을 위해서 인류 가족 전체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79항).

박정우 신부는 1991년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사제품을 받았다. 미국 뉴욕 포담대학교에서 사회학(종교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4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종교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박정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