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5) 천주공경가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입력일 2014-11-18 수정일 2014-11-18 발행일 2014-11-23 제 292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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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임금 있듯, 하늘에는 천주있네”
이승훈과 동료들 문집 ‘만천유고’에 실려
백제순 비롯 3명 가창자로부터 구전 전승
오랫동안 ‘이벽 작품’으로 평가… 진위는 논란
천주공경가
‘천주공경가’는 이승훈의 문집인 「만천유고」에 전하며 이벽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천주공경가는 정약전·권상학·이총억이 지은 ‘십계명가’와 더불어 최초의 천주가사이다… (중략)… ‘기해년(己亥年, 정조 3) 12월 주어사에서 이광암 벽(檗)이 지은 노래’라는 주기로 볼 때, 권철신의 주어사 강학이 끝난 뒤 지은 작품임을 알 수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는 해설이 있다. 이외에도 현재까지 대부분의 사전과 논문에서는 ‘천주공경가’를 1779년 이벽이 지은 순한글 천주가사로 소개해 왔다. 그러나 2014년 7월 윤민구 신부는 천주교회와 맞지 않는 거짓된 내용으로 되어있는 위작임을 밝힌 바 있다.(윤민구, 초기 한국천주교회사의 쟁점연구, 2014, 362쪽).

이렇듯 ‘천주공경가’는 작자와 시기에 따른 논란이 계속되지만, 신자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구전 전승 되어온 노래이기에 음악면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백제순, 석우동, 조중환 등 세 명의 가창자에 의해 불려진 ‘천주공경가’의 사설은 거의 유사하며, 4.4조 4음보 17구로 되어있다. 1구는 세상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이며, 2구-15구까지는 천주교교리의 해설, 16-17구는 천주공경에 대한 권유인 것이다.(김영수, 2000)

어화세상 벗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 / 집안에는 어른있고 나라에는 임금있네

네몸에는 영혼있고 하늘에는 천주있네 /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겐 충성하네

삼강오륜 지켜가자 천주공경 으뜸일세 / 이내몸은 죽어져도 영혼남아 무궁하리

인륜도덕 천주공경 영혼불멸 모르며는 / 살아서는 목석이요 죽어서는 지옥이라

천주있다 알고서도 불사공경 하지마소 / 알고서도 아니하면 죄만점점 쌓인다네

죄짓고서 두려운자 천주없다 시비마소 / 애비없는 자식봤나 양지없는 음지있나

임금용안 못보았다 나라백성 아니런가 / 천당지옥 가보았나 세상사람 시비마소

있는천당 모른선비 천당없다 어이아노 / 시비마소 천주공경 믿어보고 깨달으면

영원무궁 영광일세 영원무궁 영광일세

경상남도 김해의 백제순은 4음보를 생략한 채 28마디를 불렀다. 그녀는 노래 제목을 몰랐다가 차후에 ‘천주공경가’인지 알게 되었다고 했으며, 라틴어 성가만 있던 당시에는 경문책의 기도문 낭송과 천주가사의 합창을 즐겨했다는 증언을 했다(최필선, 1989).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석우동은 본래 불교 신자였으나, 당진으로 출가해서 영세를 받았다고 한다. 항곡리 공소 여회장을 역임하였으며, 몇몇 신자들에게 천주가사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한다(김정환 신부의 자료). 전체 17구를 생략하지 않고 모두 불렀으며, 낭송조 선율이 반복된다. 충청남도 서산의 조중환은 독실한 구교집안에서 태어났고, 부친을 통해 천주가사를 배웠다고 한다. 4구와 11구를 생략한 채 30마디를 불렀다. 세 가창자의 ‘천주공경가’는 중간의 한 두 구를 생략하는 정도로 차별화 될 뿐, 사설면에서는 거의 유사하다.

백제순 가창

백제순 가창의 ‘천주공경가’는 솔 라 도 레 미(CDFGA)의 다섯 음으로 부른다. 기본선율은 A형태(도-라-솔)로 볼 수 있으며, 변주형태(A+)는 첫 음을 질러내거나(솔, 미), 숙여내기도 한다(솔). 매 소절은 솔로 종지된다.

석우동 가창

석우동 가창의 ‘천주공경가’에는 미 솔 라 도의 네음이 나타난다. 미와 솔은 낭송음이며 종지음이고, 라는 앞부분에서만 낭송음으로 사용된 후, 둘째 단부터는 솔로 읊조릴 때 변화음과 종지음으로 사용된다. 도는 노래를 시작하는 처음에만 한번 질러내는 음으로 출현한다. 선율의 특징은 읊조리는 형태이며, 선율형태는 크게 A형태(라-솔-미)와 변화형, B형태(라-솔-라)와 변화형으로 구별된다. 전체 34마디의 선율은 한 두 음을 달리하여 지속 반복된다.

조중환 가창

조중환 가창의 ‘천주공경가’에는 미 파 솔 라 도 레의 여섯 음이 나타나며, 솔이 중심음이 된다. 그는 대부분 순차적으로 부르지만, 첫 박을 3도, 4도로 질러내어 변화를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천주공경가’는 시기를 알 수 없는 작자미상의 천주가사로서 「만천유고」에 전한다. 백제순, 석우동, 조중환 등 세 가창자는 순차적(도-라-솔, 라-솔-미)으로 부르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가창자에 따라 첫 음을 질러내거나, 변화음, 읊조리는 형태로 차별화된다.

「만천유고」는 한국 천주교회의 창설자 이승훈(李承薰, 1756~1801)과 그의 동료들이 남긴 글들을 편집한 책으로 학계에 알려져 왔다. 그러나 윤민구 신부는 일제강점기 때 왜곡된 흔적을 밝혀내어 위작임을 주장했다. 일제강점기 때의 역사왜곡은 정확한 사료검증과 올바른 역사관, 그리고 진실을 품어줄 수 있는 공동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