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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 기획] 성년 그리스도인이 되는 문, 견진성사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5-13 수정일 2014-05-13 발행일 2014-05-18 제 289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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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진교리, ‘신앙 재교육’으로 제대로 활용하자
세례성사 은총 완성시키고 그리스도와의 결합 이끌며 교회사명에 더 깊게 참여 유도
현실은 ‘견진’ 모르는 이 태반
교리서 활용도 기대 못 미쳐
장기적 전망 따른 교육 절실
“세례교리 심화, 하나의 대안”
인천교구 청소년국이 2011년 3월 마련한 청소년 견진 피정 모습. 청소년들이 다양한 예술치유 활동을 통해 각자 소명을 되새기는 특별 견진 피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하고 책임과 자부심을 일깨워 주는 뜻 깊은 날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성년이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견진성사’ 역시 성년의 날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완성시키고 그리스도와 더 굳게 결합시킨다. 그럼으로써 교회의 사명에 깊이 참여하게 하며 신앙을 증언하도록 돕는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부소장 양주열 신부는 “견진성사는 신앙을 견고하게 하는 성사로, 새로운 복음화의 삶과 연결된다”며 “3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한국교회가 주목해야할 것은 ‘견진성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견진성사의 의미는 신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일곱 성사 중 하나인 견진성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신자들이 있는가 하면, 성사를 받았다 해도 의미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2년 전 견진성사를 받은 이진수(바오로)씨는 “교리교육으로 4~5번 정도 강의를 들었을 뿐 견진성사에 관련된 내용은 교육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자는 “혼인성사를 준비하면서 견진성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준비했다”며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솔직히 이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어서 몰랐다”고 고백했다.

신자들의 인식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주교회의가 발행한 ‘한국천주교회 통계 2013’에 따르면,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는 약 11만8000명인데 반해 견진성사는 그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리스도교 입문성사로 꼽히는 세례·견진·성체성사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의 신자들이 견진성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통계 결과는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대구대교구 사목국장 박영일 신부는 “세례성사 후 새로운 교리교육을 받기 어려운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라며 “신앙 재교육을 할 수 있는 견진교리를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견진성사가 세례성사의 은총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신자들에게 설명해 줘야 한다”(1285항)고 권고한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는 지난 2002년 「한국 가톨릭 견진교리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교리교육을 단일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견진성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발행한지 10년이 지나도록 사목현장에서 견진교리서를 활용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심지어 발간 사실 조차 모르는 사목자들도 있었다.

현재 견진교리교육은 교구와 본당 별로 각각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사목국장회의에서는 16개 교구의 견진교리교육 현황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대교구는 지난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견진교리서를 발행하고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원교구는 혼인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견진교리를 교육하고 있다. 청주교구는 「견진성사 교육 자료집」을 내놓아 본당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의정부교구는 소그룹 나눔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교재를 제작해 배포했다. 서울대교구는 2013년 8~10월 200여 개 본당을 대상으로 견진교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지난 2010년에는 인터넷 견진교리 강좌를 신설했다.

각 교구는 견진성사의 의미를 신자들에게 전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는 “견진교리를 신자 재교육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기 위해 사목국장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졌다”며 “세례와 견진성사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세례성사 교리교육 내용을 심화시키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견진성사에 관심을 갖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그들은 “유럽교회의 위기는 신자들이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신앙의 가르침을 몰랐고, 신앙 의미를 전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성숙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그리스도교 교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견진교리교육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양주열 신부는 “견진성사를 받지 않으면 결혼도, 대부모도, 사제도, 수도자도, 교리교사도 할 수 없다”며 “우리가 믿는 바를 다른 이에게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견진교리의 의미라고 한다면 우리가 신앙교육을 통해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