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1) 좋은 감정, 좋은 대화 (2)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4-02 수정일 2014-04-02 발행일 2014-04-06 제 2889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마음’ 담아 말해봐요
신학생은 복사 학생에게, ‘정말 교환하자는 말만 했는데, 제의방까지 와서 주먹을 휘둘렀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복사 학생의 설명은 처음 전화했을 때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자, 화가 나서 또 전화했답니다. “야, 교환하자” 그래도 전화를 끊더랍니다.그러자 진짜 화가 난 복사 학생은, “야, 교환하자니까!”했더니 또다시 전화를 확 끊었답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진 복사 친구는 ‘쫀쫀한 녀석. 에이, CD 안 바꾼다’ 하면서, 성당으로 가서 복사복을 입고 있었답니다.

그 신학생은 상대방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왜 대답도 안 하고 전화를 바로 끊었니?”

그러자 아직까지 감정이 안 풀린 상대방 친구는 씩씩거리며,

“교환하자고 말 안했어요. ‘결혼하자’고 그랬어요. 처음에 전화를 받자마자 ‘결혼하자’고 하니, 장난 전화 같아서 끊었던 거예요. 그런데 또 전화해서 ‘결혼하자’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짜증나서 끊어버렸는데, 세 번째도 전화를 하더니, 악을 쓰며 ‘결혼하자’는 거예요. 순간 이건 진짜 나를 완전히 갖고 노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끼리 어떻게 결혼해요!”

친구랑 사소한 일로 싸움은 했고. 그런데 상대방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게임은 하고 싶고. 하지만 먼저 사과하기는 싫고. 그래도 CD는 바꾸고 싶고. 그래서 친구에게 무뚝뚝하고 시큰둥한 목소리로 ‘교환하자’고 했고, 이 말을 하면 다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그 말이 상대방에게는 계속 ‘결혼하자’라는 말로 들렸던 것입니다.

가까스로 그 둘을 화해시켜 교리반으로 보낸 다음 그 신학생은 혼자 제의방에 걸린 거울을 보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교환하자’라는 말을 해 보았답니다. 그런데 등골이 오싹! 정말 ‘결혼하자’라는 말로 들리더랍니다. 그러면서 그 신학생은 ‘단어’라는 것이 좋은 마음을 담아 상대방에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그 신학생의 말을 듣고, 배꼽잡고 웃다가, 혼자 내 방에 들어가서 거울을 보며 따라해 보았습니다. 내가 나를 보며, 무뚝뚝한 목소리로 ‘교환하자’라고 말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거울에 있는 내 모습이 나에게, ‘결혼하자’는 말로 들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휴, 나도 그 말 잘못 말하면 귀싸대기 맞았겠구나!’

사람은 진심을 담은 생명력 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동반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가족, 이웃, 동료에게 괜히 무뚝뚝한 감정을 담은 말들을 ‘툭’ 내뱉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전혀 다른 뜻으로 전달되는지를 어린 두 학생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평소에 말을 잘 못해서 그냥 단어 몇 마디 ‘툭’ 던져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시는 분들, 혹시 말 좀 잘하고 싶으시죠? 그렇다면 많은 말을 유창하게 잘 하는 사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한 마디를 하더라도 좋은 마음을 담아 말하려 노력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좋은 마음에서 나오는 생명력 있는 단어는 그 말이 듣는 사람 마음 깊숙이 들어가 그에게 진정 필요한 위로와 힘을 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