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33)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삶에 대한 존경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1-26 수정일 2013-11-26 발행일 2013-12-01 제 2872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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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도 보편사제직 갖는다고?”
보편사제직은 세상 안에서
신자가 수행하는 사제 직무
사제·수도자의 독신생활
특별한 은총으로 생각돼
종신서원은 평생토록 수도자로 선하고 훌륭하게 살겠다고 하느님께 하느님과의 약속이다. 서원하는 사람은 심사숙고한 후에 자기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해야 하며, 경신덕(敬神德)에 따르는 의무를 지게 된다. 사진은 한 수도회의 종신서원식 모습.
“신자들도 보편사제직을 갖고 있다고? 그럼 나도 사제라는 말인가? 대체 무슨 뜻이지?”

교리서 해설집을 읽다가 뜻밖의 문구를 찾아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터라 사제로서의 삶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예비신부를 만나기 전, 가톨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때는 신자가 되면 사제까지 되는 삶은 어떨까 한두 번 떠올려보기도 했었다.

교회 내에 다양한 봉사자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부제와 사제, 주교는 특별히 성품성사를 받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성품성사를 받은 이들에게만 사제직이 주어지는 줄 알았다. 해설집을 끝까지 읽어보니 성품성사를 받고 교회에 특별하게 봉사하는 것을 ‘직무사제직’이라 하고, 신자들이 참여하는 사제적 직무를 ‘보편사제직’이라고 했다. 보편사제직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세상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 예언직과 왕직, 사제직을 수행한다고 했다.

나는 평소 가톨릭교회의 여러 부분 중 사제·수도자들, 특히 사제들의 독신생활에 큰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자기 것만 챙기느라 바쁜 세상에서,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독신의 의무를 지키며 하느님과 이웃들을 위해 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또 단순히 개인적인 수행을 위해서 어떤 욕심을 버리는 것과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하고 하느님 뜻에 따라 사는 것은 지향점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난주 회사동료와 대화하다 미국에서는 결혼을 했던 사람인데 사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제는 독신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나라마다 그 규정이 다른 것인가?”

여러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주일을 기다렸다 교리교사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부인과 사별한 평신도가 사제가 되는 사례를 허락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단 혼자 있는 신자라도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신앙심은 물론이고, 독신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재혼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나이 제한도 있다고 했다. 또 사제가 되기 위한 신학 교육 등 다양한 양성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혹시 자녀가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자녀들이 다 커서 독립했거나 양육문제만 없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은 우리나라 사정과는 맞지 않는 특수한 상황인 듯 해 좀 복잡하게 느껴졌다.

나 자신이 30대를 보내고 있는 남성으로서 생각해볼 때 독신은 정말 쉬운 삶은 아닌듯하다. 그래서인지 사제들이 독신을 지키며 교회 일에, 신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 더욱 힘을 쏟으시는 모습이 매우 존경스럽다. 사제들이 독신으로 사는 것은 교리시간에 배운 것처럼 정말 특별한 은총이라는 생각이 더욱 깊이 든다.

한국교회는 유럽 여러 나라 등에 비해 사제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풍성해 외국교회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시선으로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난 아직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나의 예비신부는 자녀들을 많이 낳아 신학교에도 수도회에도 보내고 싶어 한다. 사실 사제, 수도자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서는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봉헌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은 든다. 다음 주에는 성당 입구에서 늘 회비를 걷고 있는 성소후원회에 대해서도 물어봐야겠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