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인권은 사람의 권리다 / 윤여상 박사

윤여상 박사(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
입력일 2013-11-12 수정일 2013-11-12 발행일 2013-11-17 제 287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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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뭐에요? 왜 북한인권에 대한 일을 하세요? 혹시 이산가족이세요? 북한에서 오셨나요? 이것은 북한인권 연구와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20년 가까이 남들이 외면하는 한 분야에만 머물고 있으니 궁금할 수도 있겠다.

나의 명함을 받은 분들의 첫 질문은 북한의 인권상황이 아닌 ‘북한인권 연구자’의 길을 걷는 필자 자신에 대한 궁금함이다. 왜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없고,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리고 개선을 주장하는 연구자 그 자체에 관심을 보일까? 지금도 여전히 의문이지만 질문은 변함이 없다.

가톨릭신문 독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먼저 답을 드리면, 이산가족도 아니고 북한에서 온 것도 아니다. 실망스럽겠지만 특별한 계기나 특별한 이유도 없다.

단지 고통 받는 사람들의 호소를 먼저 들었을 뿐이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연스럽게 하나의 민족인 북한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북한에 대한 공부를 할수록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북한 사람들을 보려면 북한에 가야했다.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북한에 마음대로 갈수는 없다. 여러 고민 끝에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출신을 찾았다. 바로 탈북자다.

당시 수 백명에 불과하던 탈북자들을 찾아서 만났다. 탈북자 사회적응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와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탈북자 문제의 전문가로 타인들에게 인식되었을지 모르지만, 실제 나의 직함은 북한인권정보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이다. 나의 경력을 밝히는 이유는 처음부터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고, 북한인권을 전공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독자들이 현재는 북한인권에 무관심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없어도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의 삶과 경험을 증언해주었다. 그런데 그들의 증언은 일상적 삶의 경험이 아닌 모두 ‘인권사건, 인권피해의 경험’이었다. 그들은 모두가 ‘사람 살려’라고 외치고 있었다. 저수지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사람 살려’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그 사람의 종교, 민족, 피부색, 성별, 소득수준, 연령 그 어떤 것도 묻지 않고 본능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다. 인권은 사람의 권리다. 그 사람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바로 우리 위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외치고 있다. 수영을 할 수 있다면 직접 뛰어들 수도 있고, 근처에서 나뭇가지나 새끼줄이라도 던져줄 것이다. 그게 사람이다.

난 북한주민들의 살려달라는 소리를 먼저 들었을 뿐이다. 이제 그 소리와 외침을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싶다. 여러분들도 저와 같이 특별한 이유도 없고 계기도 없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개선을 촉구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 살려’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윤여상 박사(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