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우리 동네에 있는 본당 예비신자교리반에 다니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척들 대부분 종교가 없고, 가톨릭에 대해서도 특별히 아는 것이 없는 편이었다.
성당에 다니면서 얼마 전 신부님과 면담을 가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이모할머니께서 뜬금없이 ‘그럼 신부가 남자냐? 신랑도 남자인겨?’라는 말씀을 하셔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다음 날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조카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삼촌 저 신부님이 누구신지 알아요?’라고 소리쳤다. 예비신자인 내가 아는 신부님이라고는 우리 본당 신부님과 고(故) 이태석 신부님 정도인데, TV에 나오는 분이 누구신지 알 수가 있나…. 그래도 TV를 보게 됐는데, 사회자는 그 신부님을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그 프로그램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신부님이라고 생각한 그 분 모습 아래 감리교 목사라는 자막이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로만칼라를 하고 계신다고 해서 모두 신부님은 아니구나.’
난 지금까지 로만칼라는 신부님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 조카는 얼마 전에는 케이블 가톨릭뉴스에서 아는 신부님을 봤다는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어릴 때 친구를 따라 젠모임이라는 데를 간 적이 있었는데, 신자들과 빙 둘러앉아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신 신부님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분은 하얀 옷을 입고 머리에 높은 모자를 쓰고 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나의 짧은 가톨릭 지식으로도 머리에 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주교님이기에 ‘그 분 아마 주교님일꺼야’라고 했더니, 조카는 ‘아니, 주교님은 신부님 아닌가요? 다 신부님이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가톨릭신자가 아닌 조카의 말이었지만,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너무 헛갈렸기 때문이다. 주교님은 신부님인가? 아, 신부님부터 시작해서 주교님으로 승진하는 건가? 그러자 이번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 성직자, 사제, 신부라는 용어 전체의 뜻이 헛갈리기 시작했다.
아직 교리반에서는 배우지 않은 부분이어서 곧바로 가톨릭 사전을 검색해봤다. 최근 알게 된 굿뉴스 사이트에서는 가톨릭과 관련된 내용들을 검색할 수 있는 사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천주교용어자료집에 사제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미사를 봉헌하며 복음을 선포하고자 자신을 희생하는 성직자’라고 설명돼 있었다.
또 성직자가 되는 성품성사는 주교품과 사제품, 부제품의 세 품계가 있다고 한다. 즉 주교, 사제, 부제 모두 성직자인 것이다. 신부는 사제품을 받은 성직자이자, 주교가 아닌 사제를 일컫는 칭호라고 해설되어 있었다. 사제는 주교와 신부를 함께 이르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신부만을 가리키기도 하고, 주교와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신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수도자들은 그냥 다 수녀님과 수사님으로 통칭되는 것 같은데, 성직자들은 좀 복잡한 것 같아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사제직의 자격에 대해 읽을 때 나는 신부님들에 대해 더욱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다. 신부님이 되려면 갖춰야 할 자격도 많고, 양성되는 기간 또한 매우 길었다. 무엇보다 단순히 자신이 원해서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성직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교리/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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