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하늘병원 조성연 원장

인터뷰 이주연 편집부장
입력일 2013-08-13 수정일 2013-08-13 발행일 2013-08-18 제 285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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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는 살아있는 목적 … 말할 수 없는 기쁨 느껴”
복음 선교 지향 둔 병원 운영
직원 절반이 신자 … 예비자교리 활발
서울대교구서 원목사제 파견·미사 봉헌
김연아 선수 입교에도 주요한 역할

‘하느님의 병원’ 만들기가 꿈
어머니 영향으로 말씀·기도 안에 성장
하느님 전하는 일에서 삶 의미 찾아
10년 내 ‘해외선교병원’ 건립 추진 계획
선교를 하며 삶의 목적을 찾는다는 조성연 원장은 앞으로도 해외선교병원 건립, 저소득층 환자 위한 복지 확대 등 ‘의술’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진 조대형 기자 (michael@catimes.kr)
“환자는 하늘처럼 돌보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그래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하늘병원’이란 이름을 짓게 되었죠.”

하늘병원 조성연(요셉·서울 장안동본당) 원장은 푸근한 체격만큼 푸짐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다. 막 직원 미사 봉헌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조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스포츠의학의 선두주자’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하늘병원’은 국내 최초의 스포츠의학 전문 병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에게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김연아 선수) 주치의’, ‘리듬체조 국가대표(손연재 선수) 주치의’, ‘국가대표 선수단 팀닥터’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특히 김연아 선수와는 주치의로서 10여 년 동안 체력과 부상 치료를 책임 맡은 인연이 있다. 지난 2008년 ‘스텔라’ 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한 이면에는 조 원장과의 이런 연고가 큰 몫을 했다.

조 원장의 경력·이력과 함께 ‘하늘병원’은 교회 안에서 330여 명 직원 중 157명이 가톨릭신자라는 특별함으로 눈길을 끈다. 예비자교리가 상설화돼 영세자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고, 성경모임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서울대교구로부터 원목사제가 파견돼 매주 금요일과 주일에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인터뷰가 이뤄진 원장실 책상 주변에는 성모상을 비롯해서 예수 성심상, 김대건 성인상, 다미아노 십자가 등 다양한 성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톨릭적인’ 원장실 분위기를 통해서도 ‘하늘병원’이 가진 뜻과 의미가 좀 더 깊게 다가오는 듯 했다.

하늘병원

조성연 원장은 현재 병원 맨 위층에 100여 명 정도 인원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조성 중이라고 했다. 미사와 기도 모임 등 전례 공간으로 쓰일 예정인데, 9월 중순 경 완공될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직원 복음화율이 50% 정도에 이르고 있는 배경이 궁금했다. 조 원장은 병원 설립을 결심했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포츠의학 공부를 마치고 2년 정도 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다가 2002년 병원을 개업했는데, 당시 스포츠의학 개업의는 처음이었던 상황에서 병원 설립을 수없이 망설였죠. 그렇지만 무조건 하느님께 맡기고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자신감 속에, 또 ‘병원을 열게 되면 내 병원이라고 생각지 말자’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선교 병원’으로서의 지향을 가지게 됐습니다.”

조 원장은 그 마음속의 ‘방향성’ 속에 병원을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교’ 실천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에 앞서 직원들의 겸손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환경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톨릭적인 환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병원을 설립하면서 복음 선교를 한 목적으로 두었던 만큼, 조 원장에게 매주 봉헌되는 미사와 함께 ‘예비자교리’, ‘성경공부’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성경공부는 조 원장의 모친 김종례(안나·서울 장안동본당) 여사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열정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이 병원에서 예비자교리를 열게 된 것은 2006년경 무렵이다. 목이 불편해 병원에 내원했던 당시 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 담당 이승철 신부(서울 화곡2동본당 주임)가 흔쾌히 교리 수업을 맡으면서다. 이후 매년 두세 차례의 영세식이 열렸고 신자 직원들의 수는 늘어갔다.

“직원들과 환자들이 영세를 하는 날이 제일 기쁜 날입니다. 삶의 보람과 살아있는 의미를 찾는 거 같아요.”

조 원장은 최근에 영세를 했던 안나 할머니를 떠올렸다. 안나 할머니는 환자로 있으면서 교리를 배웠고, 영세한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떴다. 이후 그 가족들이 조 원장을 찾아와 ‘영세를 통해 모친이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주어 감사하다’고 얘기를 전해주었다. 조 원장은 그때 “신자로서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기쁨을 느꼈다”고 들려줬다.

선교, 삶의 이유

구교우 집안 출신 어머니로부터 모태 신앙을 물려받았던 조성연 원장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구약 성경 이야기를 벗삼아 지냈을 만큼 일찍부터 ‘하느님’과 ‘기도’에 익숙했다.

“어머니와 함께 매일 저녁 함께 기도하는 습성이 지금까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침·저녁기도는 빼놓지 않습니다. 또 수녀회서 운영하는 초등학교를 다니며 삼종기도를 했던 것이 지금도 12시·6시면 예외없이 삼종기도를 바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어요. 어머니의 조기 신앙 교육이 참 감사합니다.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의 중요한 역할이 된 것 같습니다.”

‘선교’에 대한 관심도 그런 배경에서 이어진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서 ‘영혼 구령’의 중요성을 자주 듣고 했던 조 원장, 그래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교회로 이끄는 것이 ‘좋아하는 일’로 자리잡았다.

“언젠가 대부를 섰던 친구가 있는데, 영세식 때 무척 좋아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흐뭇했죠. 일상의 선행도 필요한 것이지만 복음을 모르는 이들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선교가 정말 신자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 싶어요. 좋은 것은 나누고 싶은 게 아닐까요. 그렇게 선교는 저의 살아있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 ‘예비자교리반을 개설한 것’이라고 했다.

김연아 그리고 스포츠의학

조성연 원장이 김연아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막 피겨를 시작한 9살 정도의 김연아 선수가 스포츠 손상 치료차 조 원장을 찾아 왔었다. 체형이나 적극성 끈기 있는 성격 등을 보면서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느꼈었다”는 조 원장은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선수의 체력, 점프력 그리고 체형을 개선시켜 주는 것 뿐이었지만 김 선수는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잘 받아들이면서 특유의 적극성과 끈기로 성장해 나간 것 같다”고 했다.

알려진 대로 김 선수가 가톨릭에 입교한 데에는 조 원장과 하늘병원을 통한 가톨릭적 분위기가 중요한 역할로 작용 했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당시 예비자교리를 맡았던 이승철 신부님이 김 선수의 영세에 보다 실질적 계기가 되셨던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진짜 영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김 선수를 인도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지정 병원장으로서 김연아 선수, 손연재 선수를 비롯한 국가대표들의 재활을 책임지고 있는 조 원장은 하루 평균 70~80명의 선수들을 만난다. 그중 조 원장에게 인상적으로 남는 선수는 역도의 ㅅ 선수. 당차고 자신감 있고 재질도 뛰어난 선수인데, 기복이 심하다고 했다. 헌데 슬럼프가 있어서 경기가 어렵겠다 싶을때는 무서울 만큼 경기에 몰입, 좋은 성과를 내는 반면 컨디션이 좋아 보일 때는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그런 상태를 지켜보면서 한편 내 자신도 그렇지 않을까 뒤돌아 보게 됩니다. 익숙한 치료 같아서 환자가 금방 나을 듯 하다고 장담 했는데 고전하는가 하면, 어려운 사례를 맞닥뜨려 하느님께 부탁하고 기도하며 치료에 임하면 뜻밖의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거든요. 그런 것을 통해 하느님께 의지하는 법, 겸손의 마음을 더 익히게 되죠.”

조 원장에게 스포츠의학은 ‘밝고 환한 학문’, ‘가장 인간적인 치료법’이다.

“약물이나 수술을 최소화 하여 자연적 치료를 유도한다는 면이 큰 장점이고, 고혈압 환자 등의 경우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수술적 요법을 통해 치료를 할 수 있죠. 한 신부님께서 병원 축복식때 ‘희망을 주는 병원이 돼라’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이 스포츠의학하고 잘 맞는 듯 하고, 웃음이 많은 학문이라서 저하고도 어울린다고 봐요. 하느님이 주신 천직입니다.”

해외선교병원

‘세상에 외치고 싶어’라는 복음성가를 제일 좋아한다는 조 원장. ‘당신이 누구신지, 세상에 외치고 싶어, 깊고 크신 사랑’이라는 성가의 가사처럼, 앞으로의 목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의술’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조 원장은 베트남, 태국 등지에 해외선교병원을 세운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선교가 필요한 지역에 병원, 학교를 건립하고 이를 통해 선교가 활성화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10년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조 원장은 “복지사업을 좀 더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사회복지팀 활동을 늘려서 저소득층 환자들이 하늘병원을 가깝게 여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개인 블로그 ‘스포츠닥터’ 프로필에 적은 ‘위시리스트(Wishlist)’가 떠올랐다. ‘하느님의 병원을 만드는 것’.

“마태오 복음 23장 12절의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는 구절을 신앙의 좌우명처럼 삼아요. 주변의 모든 분들이 섬길 분들이죠. 그리고 정말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은 많이 하는데 실천을 못하는 듯 해서 부끄럽기도 하죠. 작은 실천에서부터 신앙의 기본이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조성연 원장에게 ‘예수님’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내 생애의 전부….”

말끝을 흐리는 조 원장의 눈가에 맑은 눈물이 맺혔다.

■ 조성연 원장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뉴질랜드 Auckland University 스포츠의학과 수련

-호주 New South Wales University 의과대학 스포츠의학과 대학원 졸업

-뉴질랜드 스포츠의학 전문의

-호주 스포츠의학 전문의

-대한민국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 박사

-2004 아테네 올림픽 팀닥터

-삼성의료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김연아 선수) 주치의

-리듬체조 국가대표(손연재 선수) 주치의

-LG트윈스 야구단 팀닥터

-국가대표 선수단 팀닥터

-2002년 제마 스포츠의학상 수상

인터뷰 이주연 편집부장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