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지도 (2) 대구지역 신앙 요충지, 남산동

우세민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3-04-23 수정일 2013-04-23 발행일 2013-04-28 제 284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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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역경 이겨낸 100년의 유산
근대 가톨릭 역사 고스란히 간직한 유서 깊은 성지
선교·성모신심·성소계발 등 앞장서며 새 백년 준비
■ 여정 : 대구관구 대신학원 - 대구대교구청 본관 - 성모당 - 성직자 묘지 -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 남산성당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듯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 더없이 반갑다. 대구의 번화가를 지나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들꽃처럼 아름다운 ‘남산동’을 만날 수 있다.

대구 남산동은 격동의 1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근대 가톨릭 역사 문화의 보고’다. 비와 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들꽃처럼, 역경 속에서도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기도와 노력을 이어온 신앙선조들의 영적 유산이 이곳 남산동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대구대교구청과 성모당, 대구관구 대신학원과 성직자 묘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남산본당 등이 한자리에 모인 지역 신앙 요충지. 새로운 100년을 위해 ‘새 복음화’에 앞장서고 있는 남산동을 걸어보자.

■ 착한 목자의 요람, 대구관구 대신학원

대구의 도심 반월당에서 남산동 인쇄골목을 지나 대구대교구청으로 향하다보면 대구관구 대신학원과 마주하게 된다. 붉은색 벽돌의 학교 건물이 푸른 잔디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사제를 양성하는 곳인지라 상시 개방이 되지 않지만, 양해를 구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섰다.

대구관구 대신학원은 종합대학인 대구가톨릭대학교 내 ‘사제 양성 기관’이라는 교회적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개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사실상 그 출발은 9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교구장 드망즈 주교에 의해 1914년 개교한 ‘성 유스티노 신학교’가 그 전신.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교되기 전까지 전 교구장 최덕홍 주교(6대)와 서정길 대주교(7대) 등 67명의 사제를 배출했던 성 유스티노 신학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1982년 재개교했다. 30여 년 동안 500여 명의 사제를 양성·배출한 대신학원은 현 시대에 적합한 사제를 양성하고자 경북 하양 신학관, 한티순교성지 내 영성관에서도 단계별로 특성화·전문화된 신학생 교육에 힘쓰고 있다.

종합대학인 대구가톨릭대학교 내 ‘사제 양성 기관’이라는 교회적 의미를 지니는 곳. 내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다.

■ 교구민들의 신앙 안식처, 교구청과 성모당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발길을 돌려 대구시 중구 남산로4길 112(남산3동 225-1)에 위치한 대구대교구청에 다다랐다.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우뚝 선 성모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교구 제1 주보인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에 의탁하며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앙을 키워온 교구민에게는 가장 사랑 받는 ‘열린 성지’다.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무릎을 꿇은 채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묵주기도를 바치는 신자에서부터 선 채로 기도하는 신자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수많은 신자들이 간절한 모습으로 성모 마리아께 은총을 간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성모당을 찾는다는 서미자(레지나·대구 황금본당)씨는 “올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낀다”며 “하느님의 어머니이시자 가장 훌륭한 신앙인이라 할 수 있는 성모님의 삶을 따르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9호이기도 한 성모당은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던 프랑스 루르드 마사비엘 동굴을 본 따 1918년 봉헌됐다. 초대교구장 드망즈 주교가 교구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주교관, 신학교, 주교좌성당 증축 등 성모께 드린 허원이 이뤄지면서 감사의 의미로 건립했다.

성모당에는 주일을 제외하고 오전 11시마다 미사가 봉헌되고, 매년 5월 성모성월이면 각 본당별로 ‘성모의 밤’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로마 리베리오 교황 성모대성당과 영적 유대를 맺으면서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전대사 은총이 주어진다.

교구장 집무실과 비서실, 관리국 등 대구대교구의 행정업무를 주관하는 곳이 모여 있다.
교구 제1 주보인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에 의탁하며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앙을 키워온 교구민에게는 가장 사랑 받는 ‘열린 성지’다.

■ 죽음·부활 묵상하는 성직자 묘지

성모당에서 내려와, 나무가 만들어낸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든 길을 걸었다. 이윽고 성직자 묘지에 다다랐다. 교구청과 성모당을 방문한 이들이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은 평생을 하느님만 섬기며 살다 간 성직자 76명(주교 7명, 몬시뇰 6명, 사제 63명)의 유해가 모셔진 곳이다.

선종사제들을 위해 기도를 바쳤다. 입구 기둥에는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문득 우리가 아닌,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떠올려본다. 산 이와 죽은 이가 소통하는 공간에서 부활의 삶을 묵상해 본다.

평생을 하느님만 섬기며 살다 간 교구 사제 76명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 소외된 이의 어머니,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교구청 맞은편에 위치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붉은색 벽돌건물만 봐도 어머니와 같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을 정체성의 기초로 삼은 수녀회는 1915년 대구수녀원이 설립된 이래 교육, 시약소 운영, 환자 진료 등 사도직을 수행하며 사랑을 실천해 왔다.

교구 초창기 고아들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설립한 ‘백백합보육원’(현, 백합어린이집)을 거쳐 시대적 변화에 따라 청소년과 노인복지, 새터민·다문화 사목 등을 통합하는 사회복지 사도직을 행하고 있다.

특히 1980년부터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알래스카, 중국, 몽골, 캐나다 등에 선교수녀를 파견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널리 전하고 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청소년과 노인복지, 새터민·다문화 사목 등을 통합하는 사회복지 사도직을 행하고 있다.

■ 모범 신앙공동체, 남산본당

수녀원을 지나면 남산본당 공동체와 만날 수 있다. 1926년에 설립, 남산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남산본당은 고딕양식의 성당건물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복음화의 산실이다.

오랜 세월 세대를 거쳐 신앙을 이어온 신자들의 자부심은 열심한 신앙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사제·수도성소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현재까지 37명의 사제와 20여 명의 수도자를 배출한 남산본당은 명실공히 ‘성소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산본당은 현재 1303세대 2974명의 신자들이 지역 복음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8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현재까지 37명의 사제와 20여 명의 수도자를 배출한 ‘성소의 요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남산동을 거닐면서, 대구대교구청 입구 바위에 새겨진 글귀에 한참 발걸음이 멈춰졌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교구 100년 역사 동안 받은 하느님 은총과 선조들의 신앙유산에 감사하며, 앞으로 우리도 후손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거룩한 의미를 되뇌어본다.

대구대교구청 입구. 교구 설정 100주년 감사미사 주제이기도 한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라는 글귀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대구대교구의 다짐을 읽을 수 있다.

우세민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