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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오 신부의 사랑의 둥지 행복의 열쇠 (66·끝) 가정 사목(Family Pastoral)

송영오 신부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2-11-20 수정일 2012-11-20 발행일 2012-11-25 제 282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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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중심의 사목이 우선돼야 할 때
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의하면 “사목이란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서 나오는 ‘인간 구원의 봉사’(「주교 교령」 35항) 활동”으로 과거에는 영혼을 보살피는 일을 사목이라 하여 이를 오로지 성직자의 임무로 보았으나 오늘날에는 널리 ‘보편적 구원의 성사’(「교회헌장」 1항)인 교회가 세상과 관련을 맺는 모든 활동을 두고 사목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목의 기본인 가정사목(Family Pastoral)이란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작은 교회인 가정을 성화시킨다는 말로, 혼인을 중심으로 모든 가정이 생명의 소중함과 가정의 신성함을 깨달아 기본 공동체로서 사회 발전에 참여케 하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사목은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인식하면서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독려하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가정들을 돌보아 주며, 창조행위 안에서 하느님께서 의도하셨던 혼인과 가정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도록 사회와 하느님 백성의 쇄신에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가정공동체 1, 3항)

교회법적으로 보면 지역사회 속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며 기초적인 교회공동체를 이루는 단위 교회가 본당(Parish)이지만, 교구도 전세계 관계에서는 소공동체이며 본당도, 구역도, 가정도 소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교구에서 구역·반을 중심으로 하는 소공동체 운동을 통하여 새 복음화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초 교회 공동체의 원형인 가정공동체를 살리지 않고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유다교 회당모임을 금지당했을 때 그들은 가정에서 먼저 모였고 그 다음은 좀 더 큰 모임을 가졌다(사도 2, 46). 가정이 첫 번째 교회였고 그 다음 여러 가족들이 모여 구성된 가정 곧, 교회가 출현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 20)고 하시며 가정을 교회로 묘사하고 있고 4세기 성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가정을 ‘에클레시아(Ecclesia)’라고 적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정은 복음을 전하는 사명과 그 자체의 특별한 특성을 가진 교회로서 ‘가정 교회(Domestic Church)’라고 부르고 바오로 6세 교황은 가정을 사회와 교회에 가장 기본이 되는 세포로서 ‘작은 교회(Little Church)’라고 불렀다.

이렇게 가톨릭 공동체의 근본적 전제는, 가정은 “사회에 대한 평신도의 의무가 시작되는 최초의 장소로서 생명과 사랑의 요람이요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자리이며 ‘집안 교회’로서 신앙 교육을 위한 자연적이고도 기본적인 학교로서 인류의 미래”(「평신도 그리스도인」 40항)로서 신앙을 유지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발달하는데 중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 가정이 교회가 된다는 것은 바로 소명이며 정체성인 것이다.

이렇게 사회와 교회의 기본이 되는 공동체가 가정이고 모든 사목의 최우선적 방향이 가정 사목임에도 불구하고 소공동체의 시작을 구역·반 공동체 중심으로만 놓는 것은 마치 기초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결국 가정 사목이란 또 하나의 사목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사회라는 큰 조직 안에서 모든 사목이 가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가정 사목의 대부이신 교황 요한 바오로Ⅱ세도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에서 어떤 사목 계획도 그것이 가정에 미치는 잠재적 충격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서는 착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가정공동체 70항).

그러므로 모든 사목자들은 본당을 운영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당 안에 각 세대를 세밀히 파악하고 사목의 으뜸이요 원형인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사목이 선행되어야 한다.

※ 그동안 집필해주신 송영오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송영오 신부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