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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성(性) (14) ‘강남스타일 패러디와 여자 어린이 보호’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
입력일 2012-09-11 수정일 2012-09-11 발행일 2012-09-16 제 281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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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포장에 감춰진 내용
성행위를 묘사하는 춤·가사
초등 여아들의 모방 영상 봇물 
‘강남스타일’을 검색하면 원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패러디물이 인터넷을 휘덮고 있다. 초등 여아들이 핫팬츠 입고 말춤 추며 큰 소리로 ‘섹시레이디’ ‘오빠 강남스타일’ 외치는 영상물도 수백 편이다. 중독성이 있는 멜로디와 따라하기 쉬운 춤동작이 대박의 동인이고, 외화까지 벌어왔다고 언론은 칭찬 일색이다. 신 나고 재미만 있으면, 여자 어린이들까지 말춤 따라 추며 즐겨도 좋은 걸까?

이 뮤비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폭발적으로 모방되는 이유는 신 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춤과 흥겨운 음악, 간혹 우스꽝스러운 화면은 대중들이 뮤비 전체를 내용에 대한 경계 없이, 쉽고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주는 포장이다. 포장 속 내용은 뭘까?

‘백마’, ‘흑마’ 포르노에서 ‘백인 여자’와 ‘흑인 여자’를 지칭하는 은어다. 당연히 ‘말타기’는 성행위다. ‘강남스타일’의 영상과 가사가 결합하여 전달될 때, 시청자의 무의식에 활성화되는 의미는 쾌락적·일회적 섹스다.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하며 싸이가 말들이 줄지어 서 있는 마구간에서 말춤을 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엎드린 싸이가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히 미쳐버리는 사나이’하고, 서 있는 노홍철은 골반을 앞뒤로 흔들며 남성 성기의 피스톤 운동을 표현한다. 지하철에서 섹시 아이콘 현아가 봉춤을 출 때는 숫자 69가 현아의 노골적인 포즈와 함께 지속해서 화면에 노출된다. 전언론이 칭송해 마지 않는 강남스타일도 다른 뮤비들과 마찬가지로 포르노 서브 컬처 코드로 사람을 자극하는 상품이다.

포르노는 이렇게 우리 일상 문화에 깊게 스며들어 있고, 대한민국 남성의 상당수는 포르노를 일상적으로 즐기고, 심각한 중독자들도 있다. 개인당 포르노 소비량 세계 1위, 해외 포르노 업자가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네티즌을 검찰에 고소한 세계 유일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신 나고 재미있다는 이유 하나로, 초등 여학생까지 핫팬츠 입고 포르노 코드가 담긴 문화상품을 모방하는 영상이 봇물을 이룬다. 이런 패러디물은 소아성애자를 극도로 자극한다. 정상적인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식별없는 모방과 빈발하는 여아 성폭행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나주에서 또 7세 여아가 무참하게 성폭행을 당했다. 패러디물은 원작의 인기와 영향력을 강화해 준다. 그리스도인조차 식별 없이 재미를 따라 살면, 나도 모르게 세상의 거악에 협력하게 된다.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