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생명윤리] 35 생명윤리와 윤리원칙 13

소병욱 신부ㆍ대구 효성가톨릭대교수
입력일 2012-09-07 수정일 2012-09-07 발행일 1995-12-17 제 198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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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적 성 관련 행위 자아완성에 도움
인간의 성은 자유로운 결정 요구하는 것
10. 고통을 통제 전체 인격성장(growth through suffering)의 원칙

어떤 행위가 인간의 참 행복을 지향(목적)하는 행위라면 그 행위는 윤리적으로 좋은 행위인 것이다. 인간의 참 행복은 병고로 인해서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의 의무는 고통을 경감시키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고통이 악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 고통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인격적 성장을 기할 수도 있다. 생명윤리의 원칙 중 하나는 바로 이 전체적인 인격적 성장을 기하는 데에도 있다. 의료시설에서 영적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11. 인격화된 성(personalized sexuality)의 원칙

과거에는 흔히 성은 자제만이 요구되는 인간의 동물적 기능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의 윤리학은 인간의 성을 인격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노동하고 사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성을 인간 고유의 것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성은 자유로운 결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동물처럼 자동적으로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의 성은 그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성은 우선적으로 각 개인의 성장의 기초로, 미래의 성숙과 자아완성의 기초로 파악되어야 한다.

성과 관련된 윤리문제를 판단하는 원칙은 인간이 그 고유의 성을 성의 인격적 목적에 따라 구현시키느냐 하는 데에 있다. 즉 비인격적 성 관련 행위는 자아파괴를 가져오지만 인격적인 그것은 자아실현(완성)을 가져온다.

12. 관리와 창조성(steward-ship and creativity)의 원칙

하느님은 사람을 창조하시면서 여러가지 모습의 본성을 부여하셨다. 그의 영성, 이성, 사회성, 성적 질서 등 인간 고유의 본성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그 모습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또 한 하느님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연환경을 창조하시고 그것을 인간에게 관리하도록 맡기셨다. 따라서 자연환경, 우주, 동식물의 주인은 하느님이시지 인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연의 주인인 양 그를 착취하고 소진시키고 있다. 인간은 이성적 활동, 과학활동, 창조적 활동은 하느님이 인간과 자연에 부여하신 내적 목적과 질서를 거스려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난 연재 9에서부터 지금까지 생명(의료)윤리상의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기준 12가지를 살펴 보았다. 이 기준들 중 어느 하나라도 직접적으로 거스르는 결정과 그에 따르는 행위는 비윤리적 행위에 속한다. 예를 들어 성(性)을 인격파괴의 장(場), 도구로 삼는 각종 비윤리적 성행위, 혼전 및 혼외 성행위를 통하여 부부의 영육일치를 통한 상호성장을 거부하는 일, 남ㆍ여성 인간을 창조한 하느님이 인간의 성과 관련하여 베푸신 각종 영적, 육체적 자연질서를 거부하는 일, 자녀출산을 거부하여(불임수술, 낙태, 인공적 방법의 피임) 그의 인격적, 사회적 성장을 거부하는 일 등은 인격화된 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인체에 대한 각종 비윤리적인 과학적 조작을 가하여 (예: 유전자 조작, 인공수정, 체외수정,…) 창조주가 자연(인체를 포함한)에 부여한 창조질서를 거스르면 인간은 자연적으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것(각종 환경오염을 통한 피해)을 볼때 인간에게 자연질서, 창조질서를 거부할 권리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관리와 창조성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본성과 자연을 잘 관리하기 위하여 과학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때 그 스스로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인체와 성에 대한 각종 비자연적 개입들이 부당한 것은 바로 이 원칙에 비추어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의 적용은 어디까지나 자연법(natural law, natural inclina-tion)과 자연질서(natural order)에 맞아야 한다. 불임수술 등 각종 인공적인 피임 방법이 금지되는 근거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윤리적 분별의 원칙을 알고 있다. 이 원칙에 의하면 어떤 인간행위는 인간의 존엄성과 본성 그 자체에 반대되므로 이미 내적으로 악한 행위로 규정받고 있다. 본질적으로 악한 행위는 그것이 일시적으로, 또한 개인적으로 (또는 개별가정, 또는 일부 공동체에)유익을 가져올 경우라도 금지된다.

우리의 인격주의적 생명윤리는 이미 개인주의적, 자유주위적 윤리관을 거부한 바 있다(참고: 생명윤리의 윤리철학적 기초, 연재9). 개인적으로, 또는 일부 공동체에만 일시적으로 유익한 것 같으나 인간성(humanity)자체를 거스르는 행위들은 공동선의 원칙에 의해서도 거부되는 것이다. 각 개인은 비록 자신에게 유익해 보이는 행위라도 그것이 내적으로 악한 행위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악 영향을 주는 행위라면 윤리적 분별의 원칙과 공동선의 원칙에 따라 애써 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을 통해서라도 아기를 갖기를 원하는 부부는 자기 가정에 귀여운 아기를 가지려는(개인적인 이익) 마음에만 사로 잡히지 말고 그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악 영향을 끼치는 행위인지 알아야 한다(졸저 삶의 윤리 p.133참고). 비 배우자간 인공수정 그 자체가 벌써 과학기술적 간통으로서 내적으로 악한 행위일 뿐 아니라(윤리적 분별의 원칙 위배), 그것은 자연과학의 반인륜적 적용이고(관리와 창조성의 원칙 위배), 부부의 정결과 혼인의 이중적 의의(부부일치와 출산)를 거스르는 행위이다(인격화된 성의 원칙 위배). 또한 그것은 각종 사회적 폐해(한 정자 제공자→수많은 익명의 자녀들→자신도 모르는 근친상간, 혈통혼란 등)를 가져오는 비윤리적 행위이다(공동선의 원칙 위배).

※생명윤리는 필자 사정으로 35회로써 제1부를 끝맺고 제2부는 차후 다시 연재될 예정이오니 양지바랍니다.

소병욱 신부ㆍ대구 효성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