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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29 생명윤리와 윤리원칙 7

소병욱 신부ㆍ대구 효성가톨릭대교수
입력일 2012-09-06 수정일 2012-09-06 발행일 1995-11-05 제 1977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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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윤리 수정ㆍ적응과정 필요
윤리원칙들을 기초로 하여 생명윤리의 학문적 체계를 정립하려던 이들 중 어떤이들은 (Beuchamp, Childress, 1983) 윤리적 사고의 4단계를 설정하여 자기네 생명윤리의 학문적체계(system)로 삼았다. 즉 한 개인과 단체의 구체적인 윤리적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은 그 전단계인 윤리원칙(ethical rules)에 준하여 이루어지며, 윤리규칙들은 좀더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원리들인 각종 윤리원칙들(ethical principles)이 실질적으로 구체화 된 것이며, 이 원칙들은 첫 단계인 두가지 윤리이론(ethical theories), 즉 목적주의(teleology)와 허무주의(deontology)중 하나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세를 솔직히 말해주어 그들의 자발적 협조와 동의를 구하는 의료진의 구체적인 행동은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고(truth telling) 정적과 신의를 지키라는 윤리규칙에 준한 행동이며, 이 규칙은 사전동의 및 자율성(autonomy)의 보장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윤리원칙의 구체화이며, 이 윤리원칙은 또한 절대가치(예: 자유, 진실 등)의 의무적 준수를 강조하는 의무주의 이론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에 근거하여 그들은 생명의료윤리의 원칙들을 자율성의 원칙, 무해성(non-maleficence)의 원칙, 선행(beneficence)의 원칙 및 정의(justice)의 원칙이라는 4개의 기본원칙으로 나누고 그 안에 몇가지 구체적 원칙과 규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사전동의(고지된 승락, informed consent)의 원칙을 자율성 원칙의 가장 중대한 표현으로 보아 개인 자율성의 제고와 관련된 사전동의의 기능과 그 정당성을 다양하게 밝히고 있다. 무해성의 원칙을 통해서 그들은 고의적 위해를 가하지 말 것은 물론 위해나 악을 예방하는 그 기능을 설명하면서 이중효과(double effect)의 원칙(*후에 따로 설명될 것임)을 여기에 포함, 설명하고 있다. 선행의 원칙은 친절, 사랑, 자비의 개념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의무적인 성격의 원칙으로 소개된다. 경비와 유익(cost and benefits)의 문제와 의료진에 의한 선의의 개입문제(paternalism)를 자율성 원리와 관련 지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정의의 원칙이 설명되면서 그것을 주로 분배정의(distributive justice)의 틀 안에서 고려하면서 주로 의료분배문제를 다룬다. 그들은 위 4가지 원칙 외에 가장 중요한 의학 윤리의 주제중 하나인 의료인과 환자와의 관계를 다루면서 그안에서 필요한 정직(veracity), 신의(confidentiality), 충실(fidelity)의 윤리원칙들을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저자(E.Sgreccia)는 윤리 원칙들을 자신의 인격주의(연재14참조)에 기초한 4개의 원칙으로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다. 생명의 근본 가치, 인간의 자유와 책임, 전체성의 원칙, 인간의 사회성과 보조성의 원칙이 그것이다. 그는 생명의 근본가치에 언급하면서 인간의 육체적 생명은 인격과 분리된 실재가 아니라 인격자체의 기본적(fundamental)가치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기본가치보다 더 상위의 가치는 인격의 전체적(total)이고도 영적인 선이므로 이 선이 육체적 생명의 희생을 동반해야만 실현될 경우에는 본인의 자유로운 결단과 봉헌으로 그 육체적 생명이 희생될 수 있음을 말한다. 육체적 생명은 최고가치중 하나이나 그것이 절대가치는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육체적 생명보다 더 큰 가치들, 순교, 이웃사랑 등을 위해서는 그것이 희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원칙을 설명하는 그는 생명윤리의 범위를 인간의 생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온 식물적, 동물적 생명에로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생명들도 그 고유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우주안의 다양한 생명들의 조화가 인간의 건강과 생존에 연관되어 있는 이상 이 생명들의 기본가치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4가지 원칙들중 인간의 사회성과 보조성(subsid-iarity)의 원칙은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발전된 개념으로서 오늘날 의료의 사회화, 법제화, 정치화, 생활화의 경향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는 모든 생명윤리의 원칙들을 위와 같이 4개의 원칙들로 단순화시켜 소개하고 있으나 그의 생명윤리의 기본구조는 전통적 의학윤리에서 벗어나 생명윤리에로의 이행에 있으므로 오히려 그 단순한 형태속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지난주 연재에서 가톨릭 윤리신학이 그 오랜 전통과 함께 여러가지 윤리원칙들을 발전시켜 왔음을 밝혔다. 그러나 우리와는 다른 시대와 다른 정황의 산물인 이러한 원칙들은 오늘의 다원사회에서 생명윤리의 등장과 더불어 그 전통적인 개념이 많은 경우 수정되고 새로운 적용과정을 거쳐야 하며 나아가서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을 위한 광범위한 생명윤리의 원칙들로 발전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음주 연재에서 그 한 예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소병욱 신부ㆍ대구 효성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