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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교육계획안을 걱정한다 1 - 교육개혁안의 허와 실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8-30 수정일 2012-08-30 발행일 1995-07-02 제 196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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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천 의지」가 개혁성공 관건
재정확보방안 결여 등, 현실성 미흡
개혁의 실질적 주체 교사역할 외면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 실천할때
5.31일 교육혁명(?). 결코 혁명이나 개혁차원으로 바로설 수 없는 교육에 대해 교육부가 부과한 새로운 방법이다. 교육개혁안이 부랴부랴 발표된 후 여기저기에서 긍정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개혁은 근심과 의혹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가 교육을 진정으로 살리려는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가톨릭 신문은 이같은 교육개혁안의 발표를 바라보면서 열린 교육에 대한 국민모두의 염원 속에서 교육개혁안의 허와 실을 살펴보고, 교회가 이 순간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진단해본다.

교육부가 지난 5월 31일 급작스럽게 발표한 교육개혁안에 대한 반응이 날이 갈수록 비판적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히다. 더군다나 이번 개혁안에는 가장 중요한 재정확보문제가 빠져 국민들로부터 선거전 선심행정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사고 있다.

교육개혁위원회(이하 교개위)가 교육자치 문제와 교육행정체제 개편 등 1차 개혁안에서 빠진 개혁 과제를 이미 쟁점으로 떠오른 교육예산 GNP 5% 확보 방안, 종합생활기록부제 세부시행방안 확정 작업과 함께 올 하반기로 미루어 놓은 것에 대해 국민들은 이번에도 전시행정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몇몇 민감하고 핵심적인 개혁 시안을 뒤로 미뤄 놓은 데 대해 지방선거를 너무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 하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교개위는 이에 대해 「광범위한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라고 답변을 내놓고 있으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의 강력한 실천 의지가 없이는 어떠한 혁신적 내용의 교육개혁안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교육개혁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번 교육개혁안은 「학교 현장의 구체적인 교육 여건, 즉 현실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비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실례로 거론되는 것이 중등 교육과 대학 입시에 결정적인 구실을 할 종합생활기록부제도이다. 일선 교사들과 교직원 단체는 이 제도가 현재 교육 여건으로 볼 때 얼마만큼의 객관적 신뢰도를 유지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교육개혁안에서는 입학시험을 생활기록부로 대신한다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작 어떻게 공정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느냐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없다. 거기다가 생활기록부의 객관적 사정을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 지시하고 있어 정부는 방법만 알려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것인지 책임이 없는것처럼 보인다.

또 이번 교육개혁안은 자율 경쟁 원리가 집중 강조되는 바람에 「교육자치」원리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는 점도 불만을 사는 요인이다. 전조교는 교육개혁안이 발표된 직후 논평에서 「이번 개혁안은 교육개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실천해 나갈 교사를 교육 개혁에서 철저하게 외면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교육개혁안에는 열린 교육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교사확보와 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는 무신경하다. 사람만 해치지만 서투른 교사 한명은 1백30명을 해친다」는 카네기재단 교육진흥회 회장 어네스트 보이야의 말처럼 교육개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논산 쌘뽈여고 김상배 교사는 「현재 이 사회에서의 교사대우는 교사들 스스로가 소신과 자부심을 갖도록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잘라말하면서 「교사들이 인간교육의 막중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사들 자신의 노력과 함께 교사들의 처우개선이 마련되어야 된다」고 촉구했다.

또한 새교육개혁안에서는 열린 교육, 창조력을 키우는 교육을 시키라고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어린이들의 창조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교육을 바꾸겠다는 얘기는 전혀없다.

이에 대해 어린이들의 읽기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톨릭교육문화원 원장 안병초 수사는 「교육의 가장 기본은 어린 교육부터 시작해야 되는데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도외시 한채 가지만 갖고 요란하게 떠드는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울수 있는 읽기 교육이 전문적으로 실시되고 이것이 모든 교육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학생들을 시험공부의 지옥으로부터 벗어나게만 해준다면 저절로 창조력이 생길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것 같다는 비판이다. 가장 중요한 교육이 유치원과 국민학교 그리고 중학교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개혁안 준비위원회에는 국민학교 교사들이 없었다. 정부는 단지 5세 어린이가 국민학교에 입학할수 있다는 방안이 꽤 잘 짜여진 교육개혁안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학부형들과 현장 교사들의 심한 반발로 논란의 대상이되고 있다.

아무튼 교육개혁안에 대한 시민들의 첫반응은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차츰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심정이다. 대학입시에 생사를 거는 우리나라 풍토속에서 종합생활기록부의 신빙성, 치맛바람, 과외열풍, 계층간의 위화감, 교육기회의 불공정성과 불평등, 교권의 위축 등 예상되는 어려움들을 극복해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천지침의 마련없이 정치적 배려때문에 5월말이라는 시한에 쫓겨 미흡한대로 서둘러 공표된 것 같다」고 전제하고 「이 나라의 앞날을 책임질 교육개혁문제를 이제부터라도 민주적 방식에 따라 보다 냉정하고 심도있는 연구와 솔직한 논의가 거듭되길 바란다」고 토론했다.

결국 이번에 발표된 교육개혁안은 그것이 풀어낸 것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우리에게 던졌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개혁은 이제부터 준비가 시작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