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수환 추기경 제15회 장애인 주일 메시지(전문)

김수환 추기경
입력일 2012-08-27 수정일 2012-08-27 발행일 1995-05-21 제 195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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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통 대신 받는 사람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가톨릭 교회가 장애인 주일을 제정하여 가톨릭 교회와 장애인 삶의 관계를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서 특별한 의미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진지도 올 1995년으로 15주년을 맞게 됩니다. 가톨릭 교회가 일년 중 하루를 특별한 날로 정하여 그날의 의미를 새기는 날은 오늘 장애인 주일 이외에도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어느 주일보다 장애인 주일은 가톨릭 교회안에서 교회 차원과 전 성직자 수도자와 신자들 개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그것은 장애인은 단순히 정신이나 신체에 결함이 있는 사람을 지칭하기 보다는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볼 때, 현시대에서 우리가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받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가난과 질병ㆍ사회의 냉대속에서 소외당해 왔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고정관념속에서 당연히 공간적으로 일반 비장애인과 분리된 장소에 위치되어 살기를 원해왔습니다. 이러한 편견과 냉대속에서 사회의 일원으로서는 교육적 혜택과 종교적 단체에서 조차 밀려나기가 일쑤였습니다.

이제 장애인 주일 제15회를 맞이하기까지 가톨릭 교회는 장애인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의 삶안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비추어졌으며, 어느정도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 왔는가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가톨릭교회와 그 공동체의 모든 성원들은 반성과 변화를 모든 성원들은 반성과 변화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할 시점인 것입니다.

장애인 주일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회적 또는 일시적 행사를 개최하는 날로 머물수는 없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장애인 주일은 장애인에 대한 감상적 동정심이나 긍휼지심 그리고 자신이 장애인이 아님에 대한 안도감이나 감사함을 확인하는 자족감의 기회가 되는 것에서는 비상해야 합니다. 장애인 주일은 사실은 비장애인들의 무지함과 편견, 차별적 태도와 행동 양식에 대한 깊은 반성과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개인 차원의 개혁과 사회차원의 개혁을 촉구하고, 그러한 개혁을 지원하는 가톨릭 교회의 지속적인 변화를 다짐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이를 배려할때 자신에게는 불편이 따릅니다. 그러나 사회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는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흔히 자기위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는「너희가 여기있는 형제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준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25: 4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우리에게 이익이 될만한 사람에게만 배려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은 배려를 받지 못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장애인 등 인간적인 가치 기준에 의해 보잘것없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가 섬기고 있는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섬긴다고 하면서 그들은 소외시킨다면 그것은 모순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우리가 사랑하는 예수의 불행은 곧 우리의 불행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그러한 무지로 많은 이들이 사회안에서 심지어 교회안에서도 상처를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왜 그러합니까? 현재 천주교회 건물에는 훨체어가 접근할수 있는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장애를 지닌 아동과 청소년의 주일학교나 성사준비 교육 등을 하고 있는 교회도 찾아보기 힘들며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이 가톨릭 교회안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기 보다는 소외감과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교회의 수도 소수이며 또한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빈약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회안에서 그러하듯이 가톨릭교회안에서도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은 가톨릭 공동체인「동등한」구성원이 된다는 인식, 즉 모든 사람이 우리자신에게는 예수님이듯 그들이 우리의 이웃이자 예수님이라는 생각으로 교회는 모든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시행해야 하며, 동시에 기존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가톨릭 교회는 교회의 모든 성원들에게 교육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의식의 전환은 중요합니다.

비록 당장 모든 천주교회 건물을 휠체어를 타는 가톨릭신자가 비장애인 신자와 다름 없이 미사에 참여하도록 할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교회에서는 사회에서 받는 상처로부터 벗어나고 하느님의 인격적 대우와 치유함과 강건함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안의 성직자와 수도자는 물론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에 대한 관념과 태도가 개선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15회 장애인 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 가톨릭 교회 전체는 1995년이 장애인에 대한 의식 전환의 원년이 될 것을 간구합시다.

장애인의 교육과 복지 분야에서의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 교회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제도와 처우를 개선하는데 다른 어떠한 장애인 복지 기관이 해낼 수 없는『가장 어려운 과제들을』수행하는것이 필요하며, 또한 그러한 것이 참 교회의 모습이라는 것을 모든 신자들은 인식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기회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장애인이거나 비장애인이거나 그가 가톨릭 신자이면 동등하게 환영하고 신앙적으로 성숙시켜야 할 것이며, 비신자인 장애인들까지도 그리스도의 한 자녀임을 깨닫고 함께 구원을 위한 우리의 삶을 주님의 축복안에서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장애인은 우리의 형제이며 가족입니다. 하느님 사랑이 우리 안에 계시듯이 우리는 그분들과 함께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전합시다.

1995년 5월 21일

김수환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