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장애인주일 특별기획] 자원봉사ㆍ사회봉사로 복지사회 앞당긴다 - 상

입력일 2012-08-27 수정일 2012-08-27 발행일 1995-05-21 제 195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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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는 선진사회의 척도

한국「경제」는 상위권「복지」는 하위권

교회 봉사잠재력은 “무궁무진”

교회 체계와 활성화방안 과제

「선진경제 후진복지」에 대한 인식이 최근 정부나 민간단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복지의 후진성은 그동안 경제개발에 치중, 복지분야를 소홀히 해왔던데 기인한다고 하겠다. 지난해부터 그 사회적 기능이 폭넓게 강조되고 있는 자원봉사는 이미 선진국에서 뿌리내린 사회제도로 복지사회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길이다. 현재 교회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사회 전반에 자원봉사를 확산, 복지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검토해보자 한다. 1,2부로 나눠 먼저 1부에서는 성숙된 사회의 척도로서 자원봉사활동이 갖는 중요성과 이에대한 인식변화, 선진국의 현황을 다루고 2부에서는 모범적인 봉사자 활용 실례와 함께 교회내 잠재적 봉사인력의 활성화 방안, 그리고 체계, 조직화 및 법과 정책적 지원방안 등을 살펴본다.

통계청은 최근 한국-OECD 가입국 주요지표 비교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내년 6월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앞두고 한국과 25개ㆍOECD 회원국의 경제사회지표들을 비교한 이 자료는 선진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가 「삶의 질」면에서는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생산(DNP)은 93년 기준 7천5백13달러로 주요 선진국의 2만내지 3만달러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만 국내총생산(GDP)규모는 94년도에 3천7백95억달러로 9위이다. 수출과 수입규모로 각각 10위를 기록, 경제지표는 OECD국가들 가운데 중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삶의 질」을 나타내는 사회복지지표는 하위권에 머물러 1인당 보건지출액은 90년 3백65달러로 23위에 그쳐 대부분의 국가들이 1천5백달러 수준을 넘는 것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특히 보건비 지출액 구성을 살펴보면 사회보장이 잘돼있는 대부분의 북유럽국가가 공공 및 보조의 구성비가 80%를 넘은데 비해 우리나라는 개인지출이 58.9%를 차지해 공공 및 보조 지출이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같은 사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경제발전 속도에 맞추어 국민들의 복지수준 향상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정부와 민간부문 투자 강화의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시민사회의 한 덕목

복지사회, 선진사회를 가늠하는 또하나의 척도는 그 사회 안에서 자원봉사가 얼마나 활성화 돼있는가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원봉사가 폭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보다 성숙한 시민, 복지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잠재적인 봉사인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복지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기업, 관공서, 중고등학교 등이 연수프로그램에 복지시설 봉사를 필수적으로 끼워넣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봉사경험을 포함시킨 다든지 범법자들에게 형이나 벌금 대신 자원봉사를 명령한다든지 하는 제안들은 자원봉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과는 또다른 새로운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더우기 언론기관이 자원봉사운동에 적극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면 이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영호 교수(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과거에는 자원봉사라는 것이「자선행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범위도 일부 복지시설에 국한돼 있었다』며 『그러나 몇년전부터 봉사자나 봉사대상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폭넓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자원봉사는 이제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주는「자선」으로서의 행위에 그치지 않고 포괄적인 사회적 기능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각국에서 자원봉사는 시민사회의 한 덕목이자 사회문제 해결의 관건이 되는 도구로 뿌리내고 있다.

선진국 자원봉사 실태

미국의 경우 성인 10명중 9명이 정기적으로 이웃을 위해 헌금이나 헌품을 하며 5명 이상이 자원봉사에 나선다. 자원봉사들은 인권운동, 소비자보호운동, 여권운동, 환경운동, 장애인 사회복귀운동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전위대의 임무를 맡아왔다. 미국의 역사는 민간봉사 제일주의로 시작된 자원활동의 기초위에 세워졌다고도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의미의 자원봉사활동이 처음 시작된 영국은 자선법, 지방당국사회복지서비스법, 정부의 재정지원등에 의해 활성화돼있다. 대규모 자원복지 기구의 예산중 60%이상이 정부지원으로 일반 시민활동단체들은 면세와 비과세 혜택을 받고 봉사활동에 대한 개인 기부는 그만큼 소득공제혜택을 받는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돼 있는 사람만 4백28만명에 이르며 시간저축제도가 있어 자원봉사를 한 사람은 그만큼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행사용 보험」 「재택복지 서비스종합보험」등 자원봉사보험도 제도화돼있다.

보호대상자가 보편화돼있는 캐나다는 그만큼 정부 예산의 부담이 급증해 민간의 자원봉사를 부각시키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체 노동인구 6백50여만명중에 자원봉사자가 3백30여만명에 달한다. 고학력일수록 자원봉사를 많이 하고 봉사경력은 취업시에도 인정된다.

우리나라는 초보단계

우리나라의 자원봉사활동은 질적 향상과 다양화하는 추세이나 주로 사회복지시설,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초기적인 형태에 아직 머물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인력에서 민간단체, 특히 교회내의 자원봉사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교회내 봉사자들은 자원봉사가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몸에 밴 신앙생활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신앙적인 동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교회내 자원봉사자들은 열의와 자질면에서 우수한 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조직, 정보체계가 부족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다.

개인적으로 또는 소규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회내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엄청난 교회내 봉사 잠재인력을 어떻게 교회의 울타리밖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 자원봉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촉매역할을 교회가 어떻게 담당해야 하는지 등을 복지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사회복지분야에서 교회가 풀어야 할 커다란 하나의 과제이다.

◆장애인을 슬프게하는 것들

말뿐인「정책」과 「구호」

보도블록은 「험한 산길」

재가장애인은 관심밖

「의무고용」 있으나 마나

식당문턱높아 굶기 일쑤

소수 성직ㆍ수도자만 관심

성당건물도 계단 투성이

지난 3월 장애인 노점상 최정환씨의 분신은 세계화의 구호속에서 아직도 그늘진 삶이 있음을 다시한번 일깨워주었다. 목숨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슬픔을 지나 분노에까지 다다른, 소외된 삶의 절박함이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올림픽공원에는 대통령과 함께 1만여명의 장애인들이 모여 성대한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그 시간 종묘에서는 장애인과 일반 근로자 1백여명이 모여 10여명의 전경에 둘러싸인채, 지나가는 시민들의 무관심속에서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한 장애인, 노동자결의대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 많은 장애인단체는 모두 올림픽공원으로 대통령을 맞으러 갔다.

대통령은 이날 식장에서『근로능력이 없는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으며『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크게 늘려 일상생활의 불편을 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4살때 소아마비에 걸린 이송미(마리아ㆍ39)씨는 이제「구호」에 지쳤다며『제대로 도와주지 않으려면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말과 약속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나아진 것은 거의 없다. 위하는 척하면서 눈가리고 아웅하듯 티만 내는 것은 우리를 우롱하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서도 여행을 즐긴다는 이씨에게 도시의 보도블록은 험한 산길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지만 10년전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84년 9월 19일 서울의 한 변두리 지하셋방에 살던 소아마비 장애우 김순석씨는 서울시장앞으로 보내는 유서만 달랑 남기고 세상을 떠나갔다.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또 왜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는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만 합니까.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꺽어놓았습니다』

도시는 계단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집에 있어야만 한다. 인구의 10% 가까이가 장애인이란다. 웬만하면 집을 나서지 않은 것이 좋을 듯한 사회 분위기가 이들을 슬프게 한다.

성당도 계단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미사 가기가 쉽지 않다. 새로 지어지는 성당들은 장애자용 계단과 화장실을 설치하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성당은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별반 없다. 본당 신부님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은 바람들이다. 사회복지담당신부, 수녀님만 장애인에 관심을 갖는 듯한 교회 분위기도 이들을 슬프게 한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일반인들도 취직하기 어렵지만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취업은 장래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다. 부모가 있으면야 어떻게 살아보겠지만 부모마저 떠난다면 어쩔 것인가.

지난 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과 함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설립됐고 3백이 이상 사업장에 91년 1%, 92년 1.6%, 93년 2% 장애인 고용률을 규정,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시하는 기업은 별반 없다.

정신지체장애자로 공장에 취직한 김학준(시몬ㆍ25)씨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으로 주위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결혼 등 어려움이 아직 많지만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한다. 하지만 정말 취직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되는 동료들의 안타까움이 그를 슬프게 한다.

취직은 홀로서기를 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생계를 꾸려나가는 방편이다. 돈이라도 좀 많으면 세상살이가 조금은 수월할텐데 가난에 겹치는 장애는 이들을 더 슬프게 한다.

관심이 없기는 교회도 마찬가지. 물론 세상보다야 이웃에 대한 사랑은 비할바 아니지만 아직도 먼데있는 복지시설을 찾는데 애쓰지 자기 처마밑에 있는 불우이웃은 잘 모른다. 어떤 본당에서는 레지오 마리애나 빈첸시오회 활동이 활발한데 성당 바로 옆에 하반신마비로 꼼짝 못하는 교우가 있다는 사실은 3년동안 몰랐다니 말해 무엇하랴.

얼마전에 본당에 옮겨 교우들과 아직 서먹한 사이인 김숙자(요안아ㆍ43)씨는『유명한 복지시설에 있는 장애인들만 돌봐주고 재가장애인에게는 소홀한 것 같다』며 복지사업의 방향이 변화해야 함을 시사했다.

아직도 우리는 장애인들의 슬픔을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은 우리 생각보다 세상을 비관하지는 않는다. 다만 특별한 시선, 동정의 눈길, 이기적인 무관심, 자기 만족을 위한 생색내기, 구호에 그치는 정책과 배려, 이런 것들을 슬퍼한다. 이웃의 자그마한 관심만으로 그들의 슬픔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신지체부모회의 회원이자 25살의 커다란 아들을 지켜보고 있는 이옥신(리따ㆍ60)씨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는 이미 고통을 겪을 만큼 겪어 어느정도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젊은 엄마들은 장애아를 둔 슬픔에 펑펑 웁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말로 위로하곤 하지만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