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농촌살리기운동 기획] 농촌을 살린다 생명을 살린다 - 생명의 현장에서 사랑을 배운다 1 전주교구 신태인본당 동막공소 나궁렬 신부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8-24 수정일 2012-08-24 발행일 1995-04-02 제 1947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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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자가 농민 이끌때 농촌미래 밝아
3년째 유기농법으로 농사
「공동 노동ㆍ분배」식 협업시도
“같이 살기위해 「도농직거래」활발해야”
「지금까지 소위 농촌 운동을 통해 농민과 함께 하고자 했던 대부분의 선배들이 여러가지 요인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현장을 떠나갔습니다. 저역시 그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농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후배 사목자들이 농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의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 농촌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전주교구 신태인본당 동막공소(전라북도 정읍군동막면 동막부락) 신자들과 함께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나궁렬 신부가 후배 사목자들과 신학생들에게 부탁하는 말이다.

나신부가 동막공소 신자들과 농사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순교자의 후손들은 아니지만 1백년이 넘게 순수 신자촌을 형성하고 살고 있는 동막부락 신자들의 가난이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교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신부는 93년부터 총 스물 네가구중 열두 가구를 이끌고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벌써부터 유기농으로 길들어진 밭에서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 나는등 봄기운과 더불어 생명의 소리가 느끼지는 듯 하다. 「땅이 살아야 농민이 살고 그래야 소비자들이 산다」는 나궁렬 신부의 신념에 따라 유기농에 관여하는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동막의 농민들은 화학비료로 짓던 농사보다 몇 곱절 힘든 노력을 해왔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첫 해 열두가구 전체가 협업(協業)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는 절반이 준 여섯 가구만이 따라올 정도로 나신부의 농사짓기는 힘들었다.

나신부는 「유기농을 처음 시작했기에 교육기간동안 협업을 해왔지만 이제 개인들에게 맡겨 자신들의 삶을 일궈나가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들과 함께 땅속에 묻혀 살았던 시간들이 힘들었지만 앞으로 훌륭한 열매로 드러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신념을 보였다.

농촌본당에는 처음 부임한 나신부는 이곳에서 배추와 부추 그리고 상치의 품질인증제를 농협으로부터 받아 가격을 배로 높여 놓았고, 농가를 짓기 위해 기본이 될 길을 넓히는 등 농민들을 헌신적으로 돌봐 왔다. 또 나궁렬 신부는 서로 나누고 섬길 수 있는 공동체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에 부락 전원이 신자인 동막 마을을 선택, 공동 노동 공동 분배인 협업도 시도해보는등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사제로서 농민과 함께 하는 길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남 모르는 어려움도 많았다.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면서도 나신부는 올해 동막부락에 6억규모의 퇴비공장과 1천5백평 규모의 유리 하우스를 건설, 농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현재 실패냐 성공이냐 판단할때는 아니지만 유기농법이 결국 땅을 살리고 그래야만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는 나신부는 93년도 일본이 자동차로 벌어들인 돈이 10조엔인데 비해 농산물로 벌어들인 외화가 11조엔이라고 예를 들면서 「결국 우리 세대는 농산물이 국력을 상징하는 가늠자가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2천년대는 분명 「먹거리 전쟁」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나궁렬 신부는 정부가 농민을 돕는데 있어서 가시적이고 행정적인 도움보다는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목표액을 정해놓고 무조건 돈을 소비, 수치상으로 농촌을 돕고 있는 정책입안 자들이 그 효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뒤따라 구체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도와야 될지, 돕고 난 후 그 효과가 무엇인지, 만약 기대치보다 효과가 미달된다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연구하면서 농촌을 도와야 된다는 얘기다.

또한 나신부는 소비자들에게 「그동안 동막의 농산물을 희생과 나눔의 정신으로 소비해준 도시신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전체하고「모든 소비자들이 공산품처럼 농산품의 규격화를 원하면 할수록 농약에 찌든 농산물을 먹게 될것」이라며 우리 농산물의 품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기다려 줄 것을 당부했다.

나신부는 또 「소비자들이 우리농산물을 애용하자는 말을 이해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몸으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하고 「우리 자신과 후손들에게 살아있는 땅과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유기농법으로 힘들게 농사짓고 있는 농민들을 격려하고 이해해 줘야 한다」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도시와 농촌간의 직거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나신부는 교회와 국가 또 소비자들에게 농촌을 살리기 위해 하나가 돼줄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농촌이 사는 갈이 곧 우리 모두가 살길이라는 대전제 아래 힘든 가시밭 길을 선택한 나신부는 농촌지역에서 사제가 농민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도 결론을 못내리고 있지만 농촌지역에서 사목하는 사제들에게 용기가 되는 것은 「형제적 사랑을 나누려는 소비자들의 격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신을 갖고 투신하고 있는 신부들에 대한 동료 사제들의 따뜻한 위로」라면서 말라버린 섬진강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나신부의 이마에는 땀흘려 일하는 농민들에 대한 짙은 애정이 배여 있었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