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결산한다 3ㆍ끝

염수정 신부ㆍ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입력일 2012-04-03 수정일 2012-04-03 발행일 1996-10-27 제 2025호 1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신앙쇄신, 교회 내ㆍ외적 성장 계기 마련”
2천년대 복음화 방향 제시
5만명 봉헌문 작성, 사랑ㆍ봉사정신 계승 결심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신자 본분 확인
봉헌문

지난날 신앙대회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1980년대 이래로 몇 차례에 걸친 신앙대회를 개최해 왔다. 1981년에 진행된 조선 교구설정 150주년 신앙대회를 비롯해서, 1984년도의 한국천주교회 200년 행사 그리고 1989년에 진행된 제44차 국제성체대회 등은 현대 한국교회가 경험한 대규모의 신앙집회들이었다. 그리고 올해 1996년은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을 계기로 하여 서울대교구의 경우에는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12만여 명의 신도들이 모여서 신앙대회를 개최했고, 수원을 비롯한 그 밖의 교구에서도 적절한 규모의 신앙대회들이 열렸다. 80년대에 개최되었던 신앙대회의 경우에는 전국 규모의 행사들이었지만, 이번에 도처에서 진행된 기념행사는 각 교구별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80년대의 행사를 주관하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규모의 신앙집회가 단순히 행사 그 자체로만 그치기를 바라지 아니했다. 그리고 그 신앙대회를 통해서 우리 신앙을 새롭게 하고 우리 교회의 외적 성장과 내적 성숙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노력의 결과 당시 우리 교회는 부분적으로나마 새로운 힘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와 동시에 다른 한 편에서는 대규모의 신앙집회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일부 신자들의 경우에는 지난번의 행사들이 외적 행사와 과시에 치우쳤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신앙대회가 우리 신앙의 실천에 있어서 내적인 성숙을 가져오는 데에는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회의적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오늘날 신앙대회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 교회에서는 김대건 신부 순교의 의미를 새롭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하여 김대건 신부가 피 흘려 증언한 믿음의 의미를 탐구함과 동시에 김대건의 삶과 그 꿈까지를 밝히고자 했다. 이를 통해서 오늘의 우리들은 김대건 성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에게 가깝게 나아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하여 오늘의 신자들이 김대건 성인을 본받아 이를 우리 교회의 쇄신을 위한 청신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신앙대회는 당연히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했다.

각 교구에서 이번의 신앙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모두가 이와 같은 각오와 지난날의 경험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신앙대회가 단순한 대중집회로만 그쳐서는 아니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 신앙대회를 통해서 우리 신앙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그리스도를 증언할 수 있는 적절한 길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서울대교구의 경우에는 신앙봉헌문을 신자들에게 작성해 주기를 요청했다. 이는 신앙실천을 향한 새로운 다짐을 확인하고, 복음의 가르침을 증거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하는 데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봉헌의 내용

서울대교구에서는 신자들에게 신앙대회 봉헌문을 미리 작성하여 제출해 주도록 요청했다. 이 신앙대회가 진정한 신자로서의 책임을 확인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변하지 아니하면 세상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상황인식을 이 봉헌문에서는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가 없다면 오늘의 신앙대회가 무의미할 수도 있음을 확인했다. 신앙대회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우리 신자들은 봉헌문을 작성했다.

이 봉헌문은 김대건 신부의 삶과 믿음에 따라서 우리 신앙을 점검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그리하여 김대건 성인의 굳은 믿음을 본받아 우리 신앙의 굳셈을 헤아려 보고자 했다. 김대건 신부의 희생적 삶을 본받아 우리 삶을 희생하여 우리 신앙을 증거하고자 했다.

김대건 신부의 사랑과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이웃과 겨레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그들을 섬기고자 했다. 갈라진 북녘의 형제들을 위한 우리의 사랑을 다짐하기도 했다.

우리의 다짐

이 봉헌문의 작성에 5만여 명의 신자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어린이들도 어린이를 위한 봉헌문을 작성해서 믿음을 실천하려는 아름다운 다짐을 고백해 주었다. 그리고 신앙대회 당일에 진행되었던 공동고백을 통해서 깨끗한 영혼으로 새로 태어나는 경험과 함께 자신이 결심한 바를 실천해야 할 각오를 확인했다. 자신의 변화를 통해서 우리나라와 이 세상의 변화를 전망할 수 있게 되었다.

신앙대회에서 특별한 다짐이 없었다 하더라도 신앙대회는 신앙의 쇄신과 복음의 실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진행된 신앙대회는 자신의 결심을 봉헌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 봉헌은 2천년대 우리 교회가 나아갈 복음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확인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선교 제3세기의 한국교회가 겨레의 복음화를 위한 섬김과 나눔의 삶을 다짐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의 신앙대회에서 제시된 봉헌의 관례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염수정 신부ㆍ서울대교구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