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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3천년기를 맞기위하여] 25 유치원과 영안실을 선교의 장으로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4-02 수정일 2012-04-02 발행일 1996-10-20 제 202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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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 비신자 어린이ㆍ부모들에 간접 선교
영안실 - 일반인에 개방, 헌신적인 봉사 중요
가톨릭신자도 아니면서 성당 유치원이 좋다는 주위 권유로 먼 거리에 위치한 흑석동본당의 명수유치원까지 아이를 보내게 됐다는 서울 상도동의 채성은 (베네딕다)씨.

아무런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별 부담감 없이 명수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 있었던 채씨는 한 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 자연스럽게 교리반에 들어가 최근 영세했다고 한다.

누군가 힘들여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수녀들의 모습이 좋아 가톨릭을 자신의 종교로 선택했다는 채씨는 『아마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게 됐다면 개신교 신자가 됐을 것』이라고 주저없이 설명한다.

그만큼 교회 유치원은 신자 어린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종교적 심성을 길러줄 수 있고 비신자 어린이와 그 가족들에게는 교회를 처음으로 알려주어 입교할 수 있도록 하는 선교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어느 성당 유치원의 경우 유아반과 유치반을 합해 각 2개 반씩 4개반 1백20명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약 20%에 해당하는 24명 정도가 비신자로 구성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유치원에서는 유아반 1년 유치반 1년 등 2년간 성당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동안 거의 대부분 비신자 부모들이 영세하고 있다고 이 유치원 원장 수녀는 증언한다.

유치원교육이 조만간 의무교육으로 자리를 잡아갈 정도라고 할 만큼 공교육화 돼가는 상황에서 전국의 각 도시본당이 작은 규모의 유치원이라도 하나씩 운영해 나간다면 연간 수만 명에 해당하는 어린이들과 부모, 가족들이 영세하게 되고 신자 아이들의 경우, 신앙교육이 가장 시급한 시기에 바람직한 신앙교육을 시킬 수 있는 이점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선교 3천년기를 불과 3년 남겨둔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여러 이유로 선교 위기시대에 봉착돼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일선사목자들은 교회가 대형화와 보수화, 중산층화가 돼 가면서 활기와 역동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고 따라서 이제는 사목에 있어서도 다양하고 기능적인 측면의 선교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사목과 청소년 사목과 같은 대안사목과 함께 유치원이나 영안실운영 등을 통한 「우회선교」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 총체적 선교 즉 모든 가용자원과 방법을 동원해 선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막대한 시설비와 공간부족 등이 유치원 운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지만 일선 사목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본당이나 수도단체 및 기타 교회단체의 유치원 운영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유치원 운영과 함께 앞으로 비신자들에게 가장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우회선교의 한 방법은 각 본당에 영안실을 설치하고 이를 비신자들에게 개방하는 일이라고 일선 사목자들은 꼽고 있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충격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이 기도(연도)와 함께 헌신적인 봉사를 교회로부터 받고 장례비도 일반 장의사를 이용하는 것 보다 약 3분의 1정도로 줄일 수 있다면 비신자들은 각 본당에 설치된 영안실 사용을 크게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교구의 경우 본당에 영안실을 설치해 놓고 있는 곳은 30여 본당에 불과하고 일반 비신자들에게 이를 개방하고 있는 본당은 전무한 실정이여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물론 성당구내의 조문객 출입으로 인한 소음 등으로 기도와 전례 방해문제, 주차문제, 음식물 쓰레기문제, 혐오시설에 대한 인근주민 민원문제 등이 있긴 하지만 교회의 사명인 전교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함께 경주돼야 한다는 것이 일선 사목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최근에 신축중이거나 신축예정인 성당의 경우 이런 우려되는 문제들을 건축설계시부터 반영, 본격적인 영안실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 가좌동본당 연령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중철(베네딕도)씨는 『각 본당 영안실의 개방과 동시에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장례예식장 운영에도 적극 나서, 사회의 잘못된 장례문화 일소와 장례예식을 통한 간접적인 선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한 연립주택 등 주거환경의 협소로 장례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당 영안실 개방과 동시에 장례 예식장이 각 지구별로 한 곳 정도는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냉담자 증가와 신영세자수 감소에 대한 교회의 우려와 자조보다는 교회 고유의 활동을 통한 자연스런 선교, 선교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의 사상을 스며들게 하는 우회선교에 눈을 돌릴 때 제3천년기를 맞는 한국교회는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될 것이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