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결산한다 1

배갑진 신부ㆍ한국 순교자 현양위 위원장
입력일 2012-04-02 수정일 2012-04-02 발행일 1996-10-06 제 202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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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복(諡福)운동의 새로운 계기
순교정신 잇는 실천 운동
시복 위한 기도운동은 신앙 쇄신에도 밑거름
“각 교구별 산발적인 시복 시성운동보다 전국 차원에서 주교단이 주관, 추진함이 가장바람직”
9월15일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대회가 서울 잠실벌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우리가 먼저 변할 때 이 세상도 변할 수 있다」는 정신을 토대로 거행된 신앙대회. 신앙대회는 김대건 성인의 순교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이어받기 위해 거행된 여러 기념행사들의 정점을 이루었다. 본보는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행사 전반을 분야별로 결산하면서 일련의 행사가 일회적 행사에 머물지 않고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제시해 본다.

머리말

최근 우리 교회에서는 김대건 성인의 순교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를 통해서 우리는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순교성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하는 과제를 확인했다. 그 순교정신의 계승을 위해서는 우선 103위 한국 성인들에 관한 연구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직 시복되지 아니한 순교자들의 시복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시복운동은 단순히 과거를 미화하기 위한 회고 취향의 운동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이미 천당에서 영복을 누리는 순교자들의 영광만을 더하기 위한 운동도 아니다. 시복운동은 신자들이 순교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의 사회를 가꾸어 나가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실천적 운동인 것이다. 시복운동은 지난날의 순교자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의 다시 남을 위해서 전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복운동은 이번 행사의 취지를 이을 수 있는 중심적인 지속사업인 것이다.

시복을 기다리는 순교자

우리나라 교회는 창설된 직후부터 심각한 탄압에 직면하게 되였다. 이 탄압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순교자들이 태어났다. 우리 교회의 전통에서는 이 순교자들이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오직 1백3명의 순교자들만이 교회의 절차를 거쳐서 시성될 수 있었다. 그 밖의 순교자들 대부분은 시복과 시성의 절차를 아직까지도 밟고 있지 못했다.

103위 성인들에 대한 시복 조사 작업은 1840년대 이후 파리외방전교회의 노력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당시 선교사들은 1801년 전후의 순교자들에 관해서는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우선 1839년 기해박해 이후의 순교자들을 조사했고, 그 시복운동을 추진했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103위 순교자들은 시복 시성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서는 1801년을 전후한 시기의 천주교 박해에 관한 많은 관문서들이 발굴되었다. 우리는 이 시기의 순교자들에 관해서 1840년대의 선교사들보다도 월등히 잘 알게 되었다. 이제 우리의 힘으로 이 시기 순교자들의 시복운동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시복운동의 방향

우리나라 교회사에서는 자신의 신앙을 드러낸 훌륭한 순교자들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순교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양업 신부의 경우에서처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순교자 못지않은 신앙과 자기 희생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의 시복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복운동은 우선 순교자들만을 대상으로 삼음이 더 타당할 듯하다. 그리고 순교자들 가운데 1801년의 신유박해를 전후한 시기에 순교한 분들의 시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복에는 조사와 연구 작업, 시복을 위한 운동의 전개 그리고 교황청에서의 시복절차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가운데 순교자에 관한 조사 연구 작업은 소수의 전문 학자들이 주관하여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신자 대중들의 참여 시복 대상이 되는 순교자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실천적 운동들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시복을 위한 신도들의 기도운동은 신앙의 쇄신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현재 이 시복운동이 몇몇 교구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순교자의 시복운동은 전국 차원에서 주교단이 주관하여 추진함이 가장 좋을 듯 하다. 시복운동을 교구별로 추진하게 된다면, 그 노력과 수고에 손실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복 시성된 이후에도 자칫하다가는 특정 교구의 복자나 성인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기 교회사의 순교자들이 시복된다면 그들은 한국 천주교회 공통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교회의 성인이요, 세계교회의 성인으로 존중받으며 만인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

시복운동을 위한 다짐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신앙대회 행사위원회에서는 이 신앙대회의 지속사업으로 시복 시성운동과 순교자 관계 자료집의 간행 및 연구 작업의 추진 그리고 김대건 신부 장학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그동안 상당히 진척된 연구 작업은 철저한 객관성을 갖고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연구 작업과 신앙운동은 어느 정도 구별 지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순교자의 신망애 삼덕을 본받고자 하는 신앙운동이 열렬히 전개되어야 한다. 「김대건 신부 장학회」의 설립도 순교자의 시복을 준비하는 실천적 운동의 차원에서 전개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번의 행사는 우리나라 순교자들의 시복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되어야 한다. 1801년을 전후하여 순교한 신앙의 선조들을 시복하기 위한 굳은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이 시복운동을 통해서 오늘의 교회는 구세주 탄생 2천년 대희년과 신유박해 2백주년을 가장 뜻 깊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배갑진 신부ㆍ한국 순교자 현양위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