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광복 50주년 특별기획] 한국 천주교회의 어제 오늘 내일 38 - Ⅵ 한국 가톨릭교회 사회개발 및 복지사업 7 지역복지

이택룡ㆍ명지전문대 교수
입력일 2012-03-26 수정일 2012-03-26 발행일 1996-08-11 제 201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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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복지 전문인력 양성ㆍ배치 필요
전문화 추구… 사회욕구 파악 급선무
본당내 사회봉사 안내소 등 설치 바람직
열악한 재정확보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요청
머리말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가 외형적으로는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으면서도 예언직과 사도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미온적인 사회적 관심과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한국 천주교회는 2천년대를 향한 복음화와 함께 선교 3 세기를 맞아 본당 소공동체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교회의 지역사회 복지 활동은 사회의 복음화와 인간화에 목적을 두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목활동으로 발전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교회의 기본단위이며 근간인 본당이 지역사회의 해체된 사화관계를 복원하고, 공동체적 연대망에 기초한 지역사회 복지를 위한 개발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미래를 향한 전망은 교회가 지역사회 복지활동에 대한 개량을 통해서만 그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지역복지는 재가복지서비스를 중심으로 환경개선서비스, 지역주민의 조직화 활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생활문제에 전반적인 것 즉 고용, 노동정책, 사회보장 등을 도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지역사회 복지의 발생 배경은 ①지역사회 및 가족기능의 변화에 따라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복지적 기능을 보완하는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게 되었으며, ②복지요구가 경제적인 복지서비스로 옮겨지고 있으며, ③종래의 시설수용 위주의 복지에서 가정과 이웃과의 정상적 생활 속에서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복지 서비스가 등장하였으며, ④지역사회의 중요성을 점차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천주교회와 지역복지

한국 천주교회는 창립 직후부터 사회사목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해시기의 신자들은 신앙 공동체를 뛰어 넘어 당시의 불우한 이웃에까지 미치고 있었는데, 버려진 아이들을 모아 신도들의 가정에 위탁양육을 하였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아동복지 사업으로 영해회(1854년도)를 조직 운영하였다. 그리고 1857년 이래 전국의 주요 도시마다 시약소를 두어 빈민들에게 의료시술을 펼쳤던 의료사업, 1885년에는 최초로 양로원을 설치하여 노인복지에 힘썼던 일 등은 우리나라 근대적 사회복지의 효시라 하겠다. 개화기에 있어서는 복지사업에 형태로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의 시설사업을 하여 아동복지사업과 노인복지사업의 개척자가 되었다. 1909년에는 나환자 정착 사업에 착수하여 지역사회 안에서의 의료복지와 구빈활동을 전개하였다.

1888년에는 살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최초로 조선에 진출한 이래 고아원 운영과 전국 여러 지역에 분원을 두어 구제활동의 폭을 넓혔으며, 1910년 이후로는 교육사업에 종사하여 우리나라 여성교육에 크게 공헌하였다. 또한 한일합방 이후 교회는 민중계몽운동 방향으로 본당과 지역에서 초등교육기관과 야학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일부는 70년대와 80년대에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가톨릭의 활동들은 개신교의 활동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저조하였다. 1945년 해방되기까지 한국 가톨릭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은 구빈적 차원에서 의료교육 등이 수행되었으며, 이는 주로 수도 단체들이 중추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역복지 현황ㆍ문제점

해방이후 교회의 사회복지 사업은 한국동란을 전후한 아동복지, 전쟁미망인 복지, 구라사업, 의료사업 등이 외국 원조에 의해 전개되었다. 1943년 미국 천주교 협의회 산하에 가톨릭 구제회(CRS)한국지부가 주로 양곡사업, 의료사업, 사회경제개발사업, 지역사회개발 기관에 대한 후원활동을 하였다. 6ㆍ25동란 후 가톨릭 구제위원회의 양곡사업은 연간 약 75∼80만명이 혜택을 받아 한국 가톨릭교회의 소위「밀가루신자」를 양산하는 외적 신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기도 하였다. 구제대상은 주로 모자보건, 아동급식, 학교급식, 근로지원사업, 극빈자 구호사업 등이었으며 지역사회개발 사업은 농토, 건설, 축산, 저수지 축조, 관개, 주택, 간척, 신용조합 육성을 위한 직ㆍ간접적인 원조였고, 의료사업은 비타민제, 약품 등의 공급과, 병원설립 운영을 위한 보조 및 의료기구 등 이었다. 이렇듯 한국교회는 외국원조에 의해 전재민 구호에 커다란 기여는 하였지만 대외의존적인 경향이 강한 시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떻든 미국 가톨릭 구제회의 지원 사업은 무료배급이었으나 1963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분기점으로 지원방향을 전환하여 1971년에 와서 사회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인간계발에 역점을 두고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1975년경 가톨릭 구제회가 철수하기까지 나환우 정착촌의 의료사업과 함께 협동조합과 농민운동, 도시빈민 운동 등 인간계발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한국 천주교는 그 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사회사목 활동들을 조정, 지원하는 전국차원의 주교회의 「인성회」가 1975년 6월에 설립되었다.

이 위원회는 1991년 11월, 「주교회의 인성회」를 「주교회의 사회복지 위원회」로 그 명칭을 바꾸고, 국내의 사회복지 활동뿐만 아니라 가난한 나라를 원조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였다. 이를 계기로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대구, 광주, 수원 등 15개 교구(군종교구 포함)에 각각 사회복지 위원회(국 또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데, 각 교구별 사회복지 담당기관 수는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의 1백6개소를 비롯하여 전국에 총 4백38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실무업무를 관장하는 사무국을 두고 있다. 교구 사회복지활동을 담당하는 신부는 주교회의 사회복지 위원회의 전국 협의회에 대표로 참석한다.

한국교회는 처음으로 노동과 빈민, 의료, 농민, 복지 분야의 사회사목 종사자들의 의식교육과 영성, 정책을 수립하고 정보제공과 사순절 운동의 전개 등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개발하고 배분하는 협의 조정기구를 구성하였다. 그리하여 이로써 한국교회 사회사목의 활성화와 지역사회 안에 있는 교회의 모든 단체 및 개인의 복지자원 동원을 통한 사회복지기능의 통합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복지사업의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 또한 탁아소와 공부방, 장애인, 청소년, 노인 및 행려자, 여성 등 각 복지 분야별 전국협의회를 구성(7개 단체)하여 사회복지단체들을 지도 육성하였고 나눔의 바자 등 공동모금과 본당 사회복지분과의 연수회와 자원봉사자 교육, 나눔의 전화, 내방상담실을 운영 본당과 지역사회 기관에서 자원의 활용과 상호교류를 통하여 교회 공동체에 기여하였다.

한국 천주교회가 그동안 행하고 있는 지역복지 활동의 주요 사례와 특징을 소개해보면, 첫째 「밤골아이네」(1984년)와 같은 도시 빈민들의 밀집지역에 맞벌이 가정의 영세 자녀들을 위한 탁아소와 공부방을 개설하여 소공동체 중심의 지역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의 경우 지역 탁아소가 17개, 공부방이 16개로 모두 33개 지역에서 자원봉사자와 주민조직을 통하여 아동교육과 주민교육, 공동행사와 모금, 환경운동과 재개발문제 등 지역사회 복지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지역사회중심 재활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은 재가 장애인 복지사업으로 1983년부터 서울 시내의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장애인 순회 진료를 시작하여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며, 장애아의 조기진단과 효율적인 재활 전달체계의 활용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위탁으로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 외에 성동 장애인 종합복지관이 장애인과 지역주민의 이용시설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에서도 재가 장애인 재활사업으로 금호동본당 등 본당별로 봉사자를 조직 파견하여 장애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재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셋째, 각 본당의 사회복지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각종 지역사회 복지 프로그램들을 들 수 있다. 1982년에 본당 사목회의 조직에 사회복지 분과위원회를 두어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본당 사회복지 분과의 업무와 기능은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회된 이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물적, 인적, 기술적 자원을 동원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위해 교회 복지시설과 교구단체, 그리고 행정관청과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복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초동본당의 경우「석문 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소년소녀 가장돕기 후원을 하고 있는데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전국에 1백25명의 소년소녀 가장에게 모두 1억9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였다.

넷째, 각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가복지 사업을 들 수 있다. 현재 신당 종합사회복지관 등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종합사회복지관의 재가복지 센타는 거동이 불편한 재가노인이나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을 대상으로 가정 봉사원을 파견하여 말벗과 상담, 목욕서비스, 무료 급식서비스, 후원금 지급 등을 하고 있다. 1995년 말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관은 2백50여 개에 달하고 있는데, 그중 교구나 수도회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곳은 30여 개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1996년 3월21일에는 가톨릭 사회복지관 협의회를 구성하여 효율적인 운영을 꾀할 것이다.

그밖에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 재가 노인돕기회에서도 지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총 3천2백여 명의 65세 이상의 독거노인들에게 사랑의 털 조끼를 전달하고 매월 정기적인 봉사자로 하여금 방문과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한국 천주교회는 초창기부터 그리스도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복지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 후 민족의 굴욕적인 일제치하와 6.25 동란을 겪으면서 복음정신에 따라 꾸준히 전개되어 왔으며, 이때까지의 활동은 주로 수도단체와 외국원조에 의한 시혜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무분별한 비전문적 복지활동이 가능하였으나 앞으로는 정비된 복지전달체계(복지활동체계)로 전환되어 전문가에 의해 능률적으로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 복지활동의 중심은 본당에서 맡아야 하고, 교구 사회복지회는 본당을 지원하는 축으로서 그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의 장상들은 사회복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필요한 조처를 수용하여야 하며, 또한 일선 사목자들은 이러한 조처들이 정착되도록 협력하고, 평신도들의 신앙활동이 그러한 측면에 실천적으로 생활화 되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과제와 전망

라인홀드 니이버는 그의 저서 「사회사업에 관한 종교의 공헌」에서 『교회는 사회사업을 낳고 키운 어머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교회는 근대사회 이후 사회에 대한 자기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그 위치를 상실하고 있지 않은가 자성해 보기도 한다.

한국교회와 우리사회의 지역 복지활동은 변화되는 현대사회에 알맞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주교회의 사회복지 위원회는 교구위원회, 본당의 사회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과 조정을 하며 부설 「종합사회복지센타」를 건립하여 각 교구, 분야, 시설의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기관으로 활용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본당에 「재가복지서비스」활동을 위한 제도화와 재가복지서비스를 전담할 전문인력 (사회복지사 등)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서비스는 수용시설 중심사업에서 지역사회 중심사업으로의 전환, 사회복지서비스의 이용과 서비스의 전환, 사회복지서비스의 이용과 서비스의 장소를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인 모두의 욕구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재가복지 사업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요구된다. 그리고 재가복지 사업을 전담할 전문사회사업가와 자원봉사자가 본당에 고정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시민회관 또는 복지회관 프로그램이 증설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 프로그램이 증가하면서 사회복지 운영주체는 정부기관, 복지법인, 복지공사, 협동조합, 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영국의 로버트 핑핑커 교수가 제시한 「복지의 혼합경제」이론으로 일본에서는 도입 실시되고 있다. 또한 재가 간호서비스 방법이 1989년 3월부터 개호복지사라는 자격을 부여하여 방문간호에 대처하는 전문인력을 매년 5천여 명을 공급하고 있다.

셋째,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을 위한 재정은 십일조와 같이 의무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 교회의 복지활동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본당은 사회복지분과 위원회의 복지활동비로 본당 총 예산의 10%를 책정하고 불우이웃돕기 등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일부 본당에서는 형식적으로 집행하는 예도 없지 않은 듯 하다. 교회에서의 십일조는 「인간의 모든 소유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 속한다는 확신의 표현」이므로 가난한 이웃과의 나눔은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본당 사회복지활동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모든 관련 단체들의 참여를 증대시켜야 하며, 특히 재정적 참여와 관련해서는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지역 공동모금제와 같이 제도화가 필요하다.

넷째, 교회는 사회복지의 전문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지역사회 주민 및 신자들의 욕구와 문제를 파악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일을 전문사회사업가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본당마다 사회봉사 안내소와 같은 사회복지에 대한 안내와 상담, 그리고 인적, 물적 자원의 종합적인 나눔의 장으로서 「지역사회복지센타」를 운영하여, 열려있고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택룡ㆍ명지전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