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백민관 신부가 엮는 신약성서 해설] 386 갈릴래아의 산에 나타나심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2-03-26 수정일 2012-03-26 발행일 1996-08-11 제 201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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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 제자로 삼아라”
본격적으로 제자들을 파견하심
마태28, 16∼20 마르 16, 15∼18

제자들은 벌써 여러 번 나타나신 주님 예수의 모습과 말씀을 듣고 예수의 부활을 확신하게 되었다.

특히 베드로는 『내 양들을 맡아 다스리라』는 당부의 말씀을 듣고, 부활하시던 날 아침 부인들이 『주님이 갈릴래아에서 만나자』고 했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예수를 따르던 모든 제자들을 소집하여 만날 장소에 모이게 하였다. 제자들 대부분은 갈릴래아 사람들이었고 따라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하며 전교활동을 하신 주 무대도 갈릴래아이다.

만나는 장소가 복음서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산상교훈으로 전교를 시작한 「행복한 산」이 아니었을까. 여기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온 세계에 파견하는 성대한 판견식을 가질 것이다. 여기서 11사도들만 모였을까. 사도 바오로는 주께서 5백 명의 형제들에게 나타나셨다고 증언하고(고린 전 15,6)있는데 그 발현이 지금 갈릴래아에서의 발현을 말할 수도 있다.

베드로의 소집으로 모인 이 사람들 중에는 예수의 부활소식을 듣고 미심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제자들은 예수를 뵙고 그 자리에 엎드려 절하였다. 하느님께 경배 드리는 행위이다. 성당 안에서 모든 신자들이 성체 앞에 무릎을 꿇는 형상이다. 예수께서는 이들을 앞에 놓고 지금까지 설교해 오셨던 「하느님의 나라」를 본격적으로 세워야 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까이 가셔서 『나는 하늘과 땅에서 모든 것을 이룩할 권한을 받았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하느님의 나라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이 땅에 임하고 있으며 제자들은 그 나라에 사람의 아들이 임하고 있음을 눈앞에 보고 있다(마태19, 28).

그리고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세상에 가서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라』

예수께서는 이미 제자들을 파견한 일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일종의 실습이었다. 그때에는 길 잃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찾아 가라며 병자를 고치고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 부여와 더불어 선교사가 가져야 할 처신에 대한 훈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파견은 결정적이고 본격적인 파견이다. 『모든 민족을 가르쳐 복음을 전하고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하라.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실천에 옮기도록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들의 전교는 하느님의 사업이라는 뜻이다.

지난번 파견때는 그들이 제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거든 그 집에서 나오면서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리라고 했다. 이번에는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고 믿지 않는 사람은 단죄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주님이 제자들과 함께 계실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그리고 주님의 현존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라고 다짐하셨다. 교회가 어떤 어려움을 당할 때에도 어떤 변천이 있는 시대에도 늘 주님은 그 안에 현존하시겠다는 약속이다.

믿는 사람들에게 따르게 될 5가지 기적적 표징이 약속되었다. 그 약속들은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할 때 실현되었고 그 후 오늘까지 시대변천에 따라 변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굳게 믿기만 하면 이러한 기적들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고 믿음의 생활을 통하여 복음선포에 몸 바친 사람들에게 기적 행적의 은혜가 주어진다는 뜻이다.

첫째 주님의 이름으로 악의 세력을 쫓아내는 일(사도 16, 16∼18), 둘째 새 언어로 말하게 되는 일(사도 2, 1∼11), 셋째 뱀을 집어도 물리지 않는 일(사도 28, 3∼6), 넷째 독을 마셔도 해악을 입지 않는 일(토마복음서 16), 다섯째 안수(按手)로 병자 치유하는 일.

이처럼 복음을 전하는 자들에게 기적 행적의 권한을 준 것은 그들이 기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보낸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려는 것이다. 기적은 예수께서 계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표이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