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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제3천년기를 맞기위하여] 15 전문인력을 키우자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3-19 수정일 2012-03-19 발행일 1996-06-02 제 200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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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생활변화… 평신도 전문가 절실
전문가 발굴·육성·조직화 중요 과제
「성직자 중심」탈피 위해서도 필요
마지막이란 느낌은 사람들을 비정하게 만든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1천년의 시간대를 마감하고 또다른 천년기를 준비하는 교회 역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변화를 요구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시작돼 지난 94년 11월1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서로 반포한 「제3천년기」에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교황은 이 교서에서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열정을 갖출 것을 전 세계 모든 신자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교황은 새로운 복음화란 『교회의 내적 쇄신과 교회의 근본사명인 선교 즉 복음화를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조화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모든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에서 탈피해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사고로 신앙생활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서의 비유처럼 교회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기라는 누구도 예견할 수 없는 시대적 도전 앞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나아가 빛을 심어야 하는 엄청난 중압감에 지쳐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목의 전문화」와 「전문 평신도 인력의 교회 행정 영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대 사회의 급속한 하이테크화와 생활문화의 다변화를 예를 들어 교회 내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교회내 전문인력의 필요성은 성직자들이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 신부는 『자신을 찾는 전화와 방문자들은 모두 도와달라는 말 뿐』이라고 극단적으로 말하고 있다. 『신부님 교사가 모자라요. 신부님이 도와주셔야죠』『신부님 성가대가 부족해요. 신부님이 미사 때 한 말씀해 주세요』등 아직까지도 사목자인 자신에게 확인하고 의지하려고만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또 『교회 내에 사람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면서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회 내에서도 신자들이 자주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인천 산곡3동본당 주임 최기산 신부 역시 『성직자 중심주의 탈피를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내 교회라는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성직자는 성서 연구와 설교 준비 정성스런 성사 집행, 환자 방문 등의 고유한 성무에 전념하고 나머지 문제는 평신도들이 열과 성을 다해 봉사할 때 더불어 꾸며가는 아름다운 본당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우리신학연구소 사회과학분과장 강인철씨는 『좋은 본당의 기준은 △본당 성원들의 역할수행 및 공동체 의식 △본당의 활동 △본당의 자원 △본당의 직무수행 등』이라면서 『좋은 본당이 되기 위해선 본당 성원들이 자신들의 직무를 위해 적절한 훈련을 받고 실무 능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인철씨는 또 『사제 성소가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결국 사제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다양한 사목적 직무들이 본당 실무자나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분담되어야 할텐데 이를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며 『한국 천주교회가 자랑하는 방대한 지식층 신자군이 교회 발전을 위해 조직화되고 동원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한국 천주교회가 적응하기 위해선 본당 내의 평신도 전문가의 발굴과 육성, 조직화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