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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가정의 달에 만난 사람들]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매리암 신부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3-19 수정일 2012-03-19 발행일 1996-05-19 제 200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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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화목한 가정 일구자”
65년 입국, 한국인보다 더’한국적’”
전통 예법 사라져가 아쉬워”
푸른 눈에 비친 한국 가정의 색깔은 어떤 빛일까?

그 빛을 찾기 위해 가정의 달을 맞아 1990년부터 6년째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사목상담 연구원을 맞고 있는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매리암(Liam McCarron)신부를 만났다.

1965년 선교사로 한국에 첫 발을 내 디딘후 고향 아일랜드의 생활보다 더 오랜 세월을 이 땅에 살면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 돼 버린 매리암 신부.

매리암 신부는 지난 30년간 본당 사목은 물론 오태순 신부와 함께 가톨릭대학생 연합회 학생들을 지도하고 또 1982년부터 89년까지 성모병원, 여의도 병원에서 원목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특수사목을 전담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과 한국인 가정을 만났다. 또 최근 6년간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를 맡아오면서 한국 가정의 밑바닥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효도와 존경, 도덕이 살아있는 한국 가정이 좋아 가정사목부 일을 맡았다』는 매리암 신부는『최근 도시화로 인해 한국 가정의 전통적 기둥이요 중심인 효도와 부부간의 존경심이 차츰 상실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매리암 신부는『과거 한국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오로지 먹고 사는 데에 애를 많이 썼기 때문에 비교적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 성공의 값이 요즘 정서적, 영적으로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상시 매리암 신부는 임신을 해서 당황해하는 미혼녀, 낙태수술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받는 부인, 시어머니 때문에 못살겠다는 며느리, 상습도박자의 아내, 알콜중독자의 가정, 가출한 아내, 바람피우는 남편, 별거나 이혼 직전의 부부, 매맞는 아내 등등을 만난다.

매리암 신부는 한국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화 중 가장 심각한 요소로 다음의 두가지를 꼽는다. 「배우자의 불성실한 행위」와「가정내의 폭력」이다. 또「부모가 자녀들에게 가지는 턱없이 높은 기대감」이 가정불화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라고 말했다.

매리암 신부는『어린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깊은 좌절감에 빠지고 정신적으로 우울해지거나 충동적인 행동과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 무엇보다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매리암 신부는 오랜기간 동안 가정문제를 상담해온 경험을 바탕으로「충분한 혼인준비」와「가족간의 대화」를 화목한 가정을 이끄는 처방책으로 제시했다. 『가정생활의 기초는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피력한 그는『대화를 위해선 성실성과 이해하는 마음, 인내심, 존경심, 개방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끔 내담자의 얘기를 듣는 동안 순간적으로 가정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과 실망과 절망, 체념을 느낀다』는 매리암 신부는『상담할 때마다 그리스도인적인 화목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는 가족 공동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