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신앙과 기도] 믿음을 키우기 위한 기획 12 기도생활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력일 2012-03-09 수정일 2012-03-09 발행일 1996-04-21 제 199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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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정신ㆍ육체적 방해 극복을 
기도 중 분심 생겨도 부정 말아야
③ 기도할 시간이 없다

현대인들은 모두 「바쁘다」는 병을 앓고 있다. 그래서 바쁜 생활 속에서 기도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고 탄식을 한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우리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얻기 위해 온갖 정력과 시간, 때로는 피나는 인내와 훈련,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가. 예컨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려 한다면 그는 자신의 가장 많은 시간과 정력을 피아노 연습에 할애할 것이다. 기도하기 위해서 시간이 없다고 하는 이는 기도를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기도 역시 매일 해야만 한다. 계속해서 독서, 대화, 반성을 통해서 연습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된다.

하느님을 만나려면 모든 것을 떠나 사막이나 광야로 가야한다고 말들 한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인간과 세상을 피해 사막이나 광야까지 가야 한다면 과연 몇이나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원하기만 한다면 도시 한 가운데서도 사막을 체험할 수 있다. 비록 바쁘게 생활하지만 잠시라도 일손을 멈추고 하느님과 마주 앉는 조용한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삶 한 가운데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된다. 기도의 자리는 바로 삶 한 가운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도와 삶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기도에 대한 좋은 책이나 강론들은 우리에게 다만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뿐이다. 기도하려는 자는 실제로 기도시간을 가지고 기도를 해야만 한다. 실제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만이 기도를 배울 수 있고 드디어는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마치 우정처럼 서로가 서로를 위해 시간을 내고 또 함께 있음으로 해서 우정이 성장하고 깊어지듯이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있기 위해서 시간을 내고 대화를 나누어야만 친교가 가능하다. 기도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아무 것도 바라지 않으며 하느님께 바치는 시간이다.

④ 현대인들은 고독을 싫어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늘상 「바쁘다」고 외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고독」을 싫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혼자 있다는 것은 그 어느 누구도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마치 비생산적인 사람 또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보여질까 하는 두려움에서 할 일이 많은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 역사 안에서 큰 일을 해낸 사람들은 누구나 외롭고 어두운 시간을 그리고 처절한 고독을 겪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안에서 신선한 생명수가 솟아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잠시나마 일상에서부터 물러나 고요와 침묵속에 머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고독의 시간은 창조를 위한 준비기간이다.

우리는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직면하게 된다. 즉 자신 안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 슬픔, 고독의 불안과 회의를 직시하게 된다. 이 같이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많은 이가 홀로 있음을 피하고자 일과 분주함 속으로 자신을 던지려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하느님과 자기 자신 앞에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고 견디어 내야만 한다.

내가 하느님 앞에 서 있음은 신앙의 기본이다. 내가 어떤 사람 앞에 서 있음은 곧 내가 그의 말을 듣고 순종하기 위한 마음자세를 표현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거나 어떤 특정한 상황이나 사회에 나타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숨는다. 그러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위해 서 있는 것이다. 하느님 앞에서 올바로 서 있음은 언제나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주며 그것은 곧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이다.

이런 태도는 종종 큰 갈등을 의미하고 하느님 앞에 서 있을 수 있기까지는 내적 분열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 서 있을 때 자신의 교만과 죄를 인식하게 되는 반면 자신의 무능력과 연약함에서부터 도피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도피는 큰 유혹이며 우리 시대의 약점이기도 하다. 포기와 단념, 도망과 중단, 용기를 잃음과 주저함은 도피의 형태들이다.

우리는 기도 중에 우리 자신과 또 우리의 현실과 대결하게 된다. 만약에 자기 자신과 현실과의 대결을 피하는 기도라면 그런 기도는 우리에게 무익하다. 하느님 앞에 서 있음, 즉 기도는 하느님 앞에서 가져야 할 인간의 올바른 자세와 자아를 깊이 인식하게 된다.

⑤ 생활에서 오는 피로와 분심 때문에 정신집중이 힘들다

사람들은 기도 중에 많은 분심을 한다고 한탄하며 분심 중에 기도하기 보다는 차라리 기도하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말들 한다.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사탄은 질투하고 기도하는 자에게 나쁜 생각들과 격정을 불러 일으켜 기도를 방해한다. 그러나 놀라지 말고 그것을 정상으로 여겨야 한다고 고대 수도승들과 성인들은 우리에게 가르치며 용기를 주고 있다. 분심을 다만 부정적인 것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기도 중에 되풀이하여 일어나는 분심들은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현대인들은 가능한 한 깊이 생각하고 정신집중을 해야 하는 것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기도하려는 자는 피로와 분심을 견디어 내고 하느님 앞에 꾸준히 「서 있음」과 「머뭄」이 요청된다. 온갖 정신적, 육체적 방해를 무릅쓰고 인내로이 견뎌냄으로서만 참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