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금주의 복음단상] 235 영적인 눈을 뜨자/강길웅 신부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2-03-05 수정일 2012-03-05 발행일 1996-03-17 제 1994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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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 (요한9,1.6~9)

하느님의 눈은 사람의 눈과 같지 않습니다. 달라도 엄청나게 다릅니다. 마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에서 어른들의 눈과 아이들의 눈이 서로 다른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하느님의 눈빛을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합니다.

오늘 사무엘은(1독서:1사무16,1.6~7.10~13) 장차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을 찾아 머리에 기름을 부으려 했을 때, 그는 사람의 외모만 보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을 이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자꾸 엉뚱한 사람의 머리위에 기름을 부으려 했습니다. 몇 번의 실수 끝에 다윗을 보고서야 그가 비로소 점지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의 눈은 늘 불완전하여 자주 실수를 범합니다. 하느님의 예언자였던 사무엘이 그러했다면 범인인 우리의 어리석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상이 우리 눈을 속이지만 또 우리가 우리 자신의 눈을 속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자신의 편견과 아집에 묶여 있기 때문에 판단하는 각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소경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육신의 눈이 닫혀져서 시력을 잃은 사람만을 소경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돈에 눈먼 사람은 돈만 보이며 술에 눈먼 사람은 술만 보입니다. 도박에 미친 사람은 화투짝만 보이며 여자에 눈먼 사람은 또 여자만 보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더 소중하고 올바른 것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눈뜬 장님이 됩니다.

전에 저의 선배로서 국민학교 교감을 하신 분이 있었는데 그의 부인은 정숙한 여인이었으며 인물도 좋았던 분이었습니다. 그들은 20년 가까운 부부생활에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날 일이 생겼습니다.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새 여자는 정말 교양도 없고 인물도 천한 여자였습니다. 그래도 교감은 그 여자에 빠져 부인과 자녀들을 버렸습니다.

이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저 사람은 눈이 멀었다』하며 안타까와 했습니다. 남자는 정말 실력있는 교감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교직에서 쫓겨났고 그리고 그는 그 여자와 어디론가 줄행랑을 쳤는데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마음이 닫히면 보이지가 않으며 보여도 헛된 것만 바라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세상을 올바로 보고 있다고 하니 그것이 문제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태중 소경의 눈을 뜨게 해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소경은 태어나면서부터 천대받던 거지였습니다. 버려진 인간이었고 구걸이나 했던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에게 침으로 흙을 개어 눈에 바르니 눈이 열려서 세상을 똑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주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일종의 죽은 인생이 살아난 것입니다. 절망의 어둠속에서 빛을 만난 것이며 밑바닥에 버려진 존재가 위로 건짐을 받아 구원된 것입니다. 그래서 소경을 처음부터 알던 사람들은 다 놀라고 감탄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그 능력의 위대함에 머리를 굽혔습니다. 가슴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평생 불구자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엄청난 사건은 보질 못하고 그 사건이 안식일에 이루어진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어 트집을 잡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율법을 무시하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인으로만 판단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부터 그랬듯이 예수님을 따라 다니며 시비걸고 방해합니다.

이상합니다. 눈먼 사람은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알고 믿음을 고백하는데 눈뜬 사람들은 예수님을 몰라보며 죄인 취급합니다. 그럼 누가 진짜 소경입니까. 이때 예수님이 또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을 가려, 못 보는 사람은 보게 하고 보는 사람은 눈멀게 하려는 것이다』(요한9,39).

그러면 여러분은 「보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못 보는 사람입니까.

제가 언젠가 단식을 열흘간 한 일이 있는데 도대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찌개 속에 빠진(?) 멸치 한 마리가 배부를 때 먹던 갈비나 생선회보다도 훨씬 맛있었습니다. 오죽잖은 깍두기 하나에서 단물이 철철 넘쳤습니다. 이를테면 음식에 눈을 뜬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눈뜨고 신앙에 눈을 떠야 합니다. 이 사순시기에 진정으로 은혜의 새 모습을 바라봐야 합니다. 눈만 뜰 수 있다면 가난이나 질병이 결코 불행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눈을 뜹시다. 지금 잘 보인다고 착각하지 말고 예수님께 매달리고 매달립시다. 사순시기는 눈을 뜸으로써 죄를 벗는 시기입니다.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