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금주의 복음단상] 234 영적인 물을 마시자/강길웅 신부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2-03-05 수정일 2012-03-05 발행일 1996-03-10 제 199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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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 (요한4, 5~42)

지구상에 가장 넓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도 70% 이상이 수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물은 지구와 인체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옛날 탈레스라는 철학자는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고 봤습니다. 물에서 모든 것이 나오며 물로써 자연을 성장시킨다는 것입니다.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물은 그처럼, 인간생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일에 물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큰 고통을 겪습니다.

제가 과거에 술을 많이 마셨을 때는 물에 대한 꿈을 자주 꿨습니다. 과음한 상태에서 잤기 때문에 자면서도 갈증이 생깁니다. 그러면 꿈속에서 아무리 물을 마시려 해도 마실 수가 없습니다. 달려가서 먹으려 하면 샘물은 어느새 흙탕물이 되어있고 수도는 또 꼭지가 고장이 나서 틀어지지도 않습니다. 물을 찾아 사방을 헤매지만 고생만 실컷 합니다.

그러다가 꿈을 깨면, 『아, 꿈이었구나!』하면서 부엌으로 달려가 물통 안에 있는 물을 양껏 퍼마십니다. 그때 그 벌컥 벌컥 마시는 시원한 맛이란 말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마치 세상을 마시는 기분입니다. 천지가 개운합니다.

육신 생활에 물이 없으면 고통스럽듯이 영신 생활에서도 영적인 물이 없으면 불안하게 됩니다. 온갖 곳을 헤매며 갈증을 풀려고 하지만 마치 사마리아 여인처럼(요한4, 1~42 참조)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어도 계속 목마른 인생이 됩니다. 우리는 그래서 이 사순시기에 참된 물을 마시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독서(출애17, 3~7)에서는 모세가 바위를 쳐서 이스라엘 백성의 갈증을 풀어 주었습니다. 사막의 대지위에서 바위를 쳤더니 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래도 이스라엘 백성은 40년 동안 시나이 반도에서 목마르게 떠돌아 다녔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또 목마르겠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 13.14). 그러면 그 물이 무엇입니까.

삶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대인들은 특히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더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살기가 굉장히 편해졌지만 상대적으로 인간의 내면은 더욱 공허하여 불안과 초조 속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의 번화가, 댄스 홀, 비밀 요정, 비밀 클럽 등의 경우를 봐도 그들이 삶의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몸부림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영적인 물을 찾지 않고 세상이 주는 물을 찾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실수록 더 괴로워 합니다. 춤바람이 난 여자들, 옆에서 못 말린다고 합니다.

어떤 나환우 부인의 얘기를 들었는데, 밤마다 남편 몰래 산 넘어 읍내에 가서 춤을 추고 온답니다. 무서운 여자입니다. 한번 악의 물을 마시면 그 물을 마구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활로 갈증을 풀어보려 하지만, 결국 그 여인이 얻는 것은 더 큰 공허와 괴로움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불행하게 됩니다.

남자들의 외도도 말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부인에게 별의별 거짓말을 꾸며서는 밖에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희망보다도 절망을,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얻을 뿐입니다. 생명의 물을 마시지 못하면, 꿈속에서 잡히지 않는 물을 찾으려 고생하듯, 헛된 삶 속에서 방황하며 괴로워하게 됩니다.

『사람이 빵으로 살지 아니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는 이 말씀을 수없이 들어왔으면서도 인생의 목마름을 성서에서 찾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우리는 그 물을 성서에서 찾아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찾아야 합니다.

아우구스띠노 성인이 일찍이 인간의 행복은 오로지 쾌락에 있다 하여 온갖 방탕한 생활로 흥청거렸지만 그가 결국 얻은 것은 공허와 더 큰 목마름 뿐이었습니다. 그는 그처럼 뼈아픈 체험을 했기 때문에 그 유명한 말, 『주여,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 쉬기까지 안식이 없나이다』하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주님 안에 들어가지 않고는 참된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만이 우리가 찾아야 할 샘물입니다. 또 성서만이 우리가 물을 마실 수 있는 오아시스입니다. 사순절은 특히, 헛된 물을 찾고자 했던 우리 자신들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시기입니다. 모세는 바위를 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물을 마시게 했는데, 바오로 사도는 바위는 곧 그리스도라고 했습니다.(1고린10, 4참조)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그리스도를 칩시다!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