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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 아시아 교회 연대 그리고 복음화 향한 대장정 15. 태국 (4·끝) 복음화를 위한 쇄신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2-20 수정일 2012-02-20 발행일 1997-11-16 제 207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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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사목경험ㆍ경제력 나눔 절실
에이즈ㆍ아동매춘ㆍ마약 등 현안 산적 왕정과 군정 혼재…인권탄압도 심각
가난한 자 우선하는 선교열 불타지만 경험부족ㆍ열악한 재정으로 “불구경”
반성과 쇄신이 필요

불교도가 95%인 나라, 불교를 국교로 하자는 여론이 높은 나라 태국에서 가톨릭교회의 미래는 과연 있는가?

사회복지활동, 타 종교와의 연대, 다양한 사목방향의 변모 등 태국교회는 현재 복음화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4백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기보다 구체적인 선교 현장에서 복음을 증거하기 위한 의욕적인 시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국교회가 선교적 측면에서 의욕적인 면을 보이고 있지만 복음화를 위해 근본적으로 태국교회가 가난한 이들,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교문화권 내에서의 그리스도교의 복음화란 힘든 상황에 놓여 있지만 태국교회가 이들에게 좀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바로 교회가 「가난한 자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방콕 교구장 미차이 추기경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야만 복음의 위력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선교정책의 모토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태국교회는 1980년대 산업화 바람과 더불어 교회에서 갖고 있는 수많은 땅을 자본가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결국 도시 자본가들에 의해 땅들이 매입됐으며 이 땅에서 살던 가난한 농군들은 도시의 할램가로 쫓겨나게 됐다.

태국 프란치스코회 구 안토니오 신부는 『이런 감정을 갖고 있는 가난한 이들이 가톨릭을 어떻게 보겠냐』고 반문하면서 『태국교회가 다양한 분야에서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선 교회의 이런 부분에 대한 반성과 쇄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국주교회의 한 관계자는 『태국교회는 현재 내부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보다 그리스도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범교회적으로 하고 있는 우리는 2000년 대희년을 맞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쇄신과 더불어 가난한 교회의 모습을 찾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국교회와의 연대

한국에서의 그리스도교 선교는 초창기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아시아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성공적이었고 지금도 교세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스도교 국가의 지배를 받았던 필리핀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가톨릭교회의 힘이 큰 나라는 별로 없다.

이런 한국교회에 대해 태국교회 관계자들은 부러움과 더불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세계화 시대가 국가 뿐 아니라 지역교회를 하나로 묶고 있고, 그 속도가 날로 빨라질 상태에서 아시아에서의 각국 교회 연대는 필수적이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사명은 더더욱 막중하리라 생각된다. 미차이 추기경이 『한국교회가 아시아에서의 복음 선교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듯이 태국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교회와의 현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우선 태국교회가 선교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각한 매매춘문제로 발생하고 있는 에이즈, 아동 매매춘, 동성 연애, 마약으로 인한 여러 문제 등 태국의 현 상황에서 교회는 이들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그래서 태국교회는 이들을 위한 센터를 건립, 이들에게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권고하고 치료하는데 주력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회가 태국에 건립한 에이즈센터의 예를 봐도 열악한 경제상황으로 인해 가난한 이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이즈센터를 건립한 구 안토니오 신부도 『한국교회는 이제 아시아 교회를 위한 원조를 넓혀나가야 할 때』라고 촉구하면서 『한국교회가 사회복지 분야에서 태국교회를 돕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신부의 말에는 경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의료, 사회복지사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여러 가지 경험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 에이즈와 마약문제가 한국도 예외가 아님을 상기할 때 한국교회의 이 분야에서의 사회복지 연대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이런 분야에서 충분한 여력을 갖고 있다. 수많은 사회복지 시설과 이들을 위한 경제적인 후원단체 등 이 분야에서 태국교회보다 경험이 많은 한국교회가 사랑의 나눔을 하기 위해선 바로 이런 분야에서의 협력도 한 몫을 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태국은 현재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왕정과 군정이 함께 하고 있는 태국에서는 이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권탄압이 심각한 실정이다.

태국 정의평화위원회 간사 라카윈씨는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탄압에 대항하기 위해 가톨릭 뿐 아니라 불교 등 여러 종교가 연대하고 있으나 그 힘이 부족하다』고 전제하고 『이런 분야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 한국교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태국과 같은 군사독재를 겪었던 한국, 더군다나 광주항쟁과 같은 선경험이 있는 한국교회가 이 분야에서의 지원을 해준다면 이들에겐 커다란 힘이 된다는 얘기다.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 노동, 빈민 분야에서의 한국교회의 사목경험을 태국교회 관계자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평위 만삽 주교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애쓰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은 우리에게 좋은 표양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교회의 정의 평화 분야에서의 선교를 높이 사고 있다.

즉 이들은 한국교회의 정의평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목정책, 이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기구와 지원 형태 등을 알고 싶어 한다. 작은 교세이지만 이 길만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온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사는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처럼 한국교회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한다.

한국교회는 우리보다 복음화가 덜 된 아시아교회의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켰듯이 열악한 상황에서 복음 선교를 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 특히 태국교회 관계자들의 이 같은 요망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태국교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외면하기보다는 형제적 나눔의 일환으로 그들과의 연대를 모색해야 할 때다.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태국교회 관계자들의 요망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전하고 증거하는 또 다른 사명으로 한국교회는 사회복지, 인권 뿐 아니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분야에서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교회는 예수가 병자를 고쳐주고 『네 믿음이 너를 낳게 했다』고 한 말을 기억해야 한다. 태국이 후진국이라, 교세가 작은 힘없는 교회라 돕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기 위한 형제적 사랑의 관점에서 연대가 필요하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