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교회가 간다] 아시아 교회 연대 그리고 복음화 향한 대장정 14. 태국 (3) 사목현장의 사람들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2-20 수정일 2012-02-20 발행일 1997-10-26 제 207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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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이웃」에 주력
우수한 신자 양성 위해 심혈불교 문화 영향으로 선교 열악
프로그램 개발, 각계서 투신
태국교회는 그 규모면에 있어서 작은 교회이다. 신자수를 통해서 봐도 전체 태국 인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 할 만하다.

더군다나 태국 전체가 법적으로 불교국가는 아니지만 남성은 무조건 1년간 불교 사원에 들어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불교의 문화전통에 서 있는 나라여서 더더욱 선교가 어렵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태국교회의 많은 이들은 복음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가톨릭교회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사회복지, 인권, 매스컴 등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성직자뿐 아니라 수많은 평신도들도 앞장서 나서고 있다.

때론 독자적으로 때론 불교의 유사단체들과 연대해서 펼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선교여건이 열악하기에 더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만삽주교도「태국은 문화적으로 불교에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라며「이런 가운데서도 각자의 분야에서 선교를 위해 애쓰고 있는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무분별한 성생활과 성 관련 산업에 희생되고 있는 어린이 매춘문제를 비롯 마약으로 인한 사회범죄 등 현재 사회복지 분야에서 전력을 다하고 잇는 태국교회는 바로 「가난한 사람들의 이웃」이 되고자 하는 복음의 메시지를 실천하고 있다.

태국 방콕 교구장 미차이 추기경은「태국교회는 열악하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신자 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전하면서「가난한 사람들의 진정한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목현장의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분명 은총을 베풀 것이라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 태국 주교회의 사회홍보위 총무 보라윳 신부

새 복음화에 가톨릭 매스컴 일조해야

매스미디어 통한 선교 적극 추진 강조

「가톨릭계 매스컴은 교회소식은 물론 매스컴을 통한 사회의 복음화에 일조하는데 앞장 서야 됩니다. 이것은 매스미디어 시대의 교회의 또 다른 사명이기도 합니다」

태국교회 사회홍보위원회 총무인 보라윳 신부는 21세기 새로운 복음화의 첨병에 가톨릭 매스컴이 일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태국교회 주교회의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미차이(기쁜 주)지와 가톨릭신문의 편집장이기도 한 보라윳 신부는「한국만큼 발행 부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교회는 이 매체를 통해 태국사회의 복음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한국의 가톨릭계 언론들 역시 복음화를 위해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17년 창간, 올해로 90주년을 맞는 월간 미차이는 한국교회의 경향잡지와 같은 성격의 주교회의 발행지로서 발행 부수는 9천 부 정도다. 가톨릭신문 역시 9천 부 정도 인쇄하고 있지만 적은 신자 수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구독하는 것이라고 한다.

10명의 편집부 직원과 5명의 총무부 직원과 함께 매일매일 기사를 기획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 보라윳 신부는 한국의 매스컴위원회와 같은 사회홍보위원회 총무로서 일하고 있는 태국교회의 인재다.

그는「가톨릭 언론은 교회의 사목정책을 신자들에게 알리는 것과 동시에 사목정책 수립에 적극적인 선도를 해나가야 된다」고 밝히고「현재 태국교회 언론은 이와 함께 토착화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0.4%의 신자. 불교도가 거의 전부인 나라 태국에서 언론을 통한 그리스도의 복음전파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 보라윳 신부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 각국 교회가 매스미디어를 통한 선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가길 희망했다.

◆태국 정의평화위원회 간사 라카윈씨

‘불교 국교화’에 대항해 반대운동 펼쳐 개인·아동 매춘·여성문제 등 활동 다양

「국민들은 양심을 존중하는 사회를 원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종교와 관계 없이 존중 받고 타종교인들과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태국 정평위는 불교 이외의 타종교인들과 불교를 국교로 하기 위한 헌법제정 반대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태국교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간사로 일하고 있는 라카윈 리차나워니찬씨는 현재 태국에서는 불교를 국교화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이에 대해 정평위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일부 불교인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으나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에 따라 불교를 국교화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그렇지만 태국 가톨릭교회는 이 문제를 원만하게 매듭짓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그녀는 현재 태국 교도소 내의 인권문제, 아동 인신매매 등에 정평위가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태국 교도소에서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죄수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되어 왔다. 이에 대해 많은 인권단체들이 항의했으며 이 가운데 정평위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게 그녀의 증언이다.

라카윈씨는「정평위는 종교를 초월해서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탄압의 현장에 사람을 파견 그들의 편에 서서 일하고 있다」고 전하면서「아동매춘, 가난한 이들의 이주문제, 여성인권문제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선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태국 정평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단순한 자선이나 구호를 넘어 그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하는 라카윈씨는 힘없는 이들이 스스로 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975년 발족된 태국 정평위는 이듬해인 76년 쿠데타 당시 감옥에 갇힌 학생 등 양심수 석방을 위해 커다란 일을 했다. 이들은 현재 본당 사목위원 등 신자들의 교육은 물론 성직 수도자들이 인권분야에 더더욱 관심을 갖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태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만삽 주교

“부유한 교회는 복음에 역행” 「힘있는 교회」보다 가난한 이들 먼저 안아야

아시아는 빈자 인권 옹호 위해 힘 합칠 때

「우리는 아시아에서 진정한 의미의 부활체험을 해야 합니다. 외형적으로 거대하고 세속적으로 힘 있는 교회의 모습을 과감히 버리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는 그래서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모습의 교회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태국교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태국의 인권옹호를 위해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만삽(Mansap) 주교는 교회가 더 이상 부유해지는 것은 복음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만삽 주교는「태국 정평위는 태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인권문제의 선봉에 서지 못하고 있지만 불교의 유사한 단체들과 연대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며 「특히 태국의 아동매춘 문제 등 성 관련 문제에 정평위는 힘을 다해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정평위는 병원사목, 에이즈문제, 아동매춘 등 인권과 관련된 많은 사업을 하고 있으며 특히 1965년부터 태국 내에서 최초로 협동조합운동을 실시했다.

현재 방콕에만 6백 개의 신용협동조합이 있다고 소개하는 만삽 주교는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다섯 번 방문했다는 만삽 주교는「한국교회는 70년대와 80년대 인권분야에 있어서 커다란 공헌을 했지만 왠지 최근에는 조용한 것 같다」며「아시아는 이제 각 국 교회가 서로 협력,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옹호를 위해 힘을 합칠 때」라고 토로했다.

1951년 사제품을 받은 만삽 주교는 1967년 주교로 서품 된 후 현재 태국 우본라카타니(Ubonratchathani)교구 교구장을 역임하고 있다.

태국 정평위가 탄생된 1975년부터 현재까지 위원장을 맡아오고 있는 만삽 주교는 「작은 교회가 힘있는 교회」라며「힘있는 교회 공동체를 위해선 사목자들의 의식과 더불어 평신도들의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만삽 주교는 또「태국이 80년대 들어오면서 경제성장을 해오고 있지만 이와 관련 노동자들의 문제 등 심각한 인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전제하고「정평위가 이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교회 내보다는 교회 밖에서 오히려 호응을 얻고 있어 아쉬움을 느끼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분명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일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