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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먹을거리, 우리가 먹읍시다] 12 지역 특산물 소개-경기도 안성 거봉 포도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2-17 수정일 2012-02-17 발행일 1997-08-31 제 206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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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당도·향에서 으뜸”
각종 비타민 가득한 천혜의 자연식품
적합한 토질·기후에 많은 퇴비 사용
신앙인의 양심으로 농약은 적게
경기도 남부지방인 안성지역과 충남 북부지방인 천안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거봉포도는 생식용으로 가장 각광을 받는 포도 중의 포도로 유명하다. 일반 포도보다는 알이 굵고 특유의 포도향에다 당도가 높으며 신맛이 적고, 씨가 없거나 1개 정도뿐이어서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맛을 내는 것이 특징…

고종 38년, 프랑스 선교사 콤벨트(공안국) 신부가 안성천주교회 초대 신부로 부임하면서 성당 정원에 심었던 두 그루의 포도나무가 안성지역 포도의 시초로 알려지고 있다.

줄기로 번식하는 대표적인 포도나무는 그 후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두 그루씩 번져갔고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제일 가는 포도 산지로서의 명성을 확실하게 얻게 된 안성포도.

그 중에서 경기도 남부지방인 안성지역과 충남 북부지방인 천안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거봉포도는 생식용으로, 가장 각광을 받는 포도 중의 포도로 유명하다.

일반 포도보다는 알이 굵고 특유의 포도향에다 당도가 높으며 신맛이 적고, 씨가 없거나 1개 정도뿐이어서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안성 거봉포도의 특징.

요즘 한창 포도 수확철을 앞두고 있는 안성지역은 푸른 포도밭으로 일대 장관을 이룰 정도로 사방이 온통 포도나무 숲으로 가득하다.

비록 대규모 포도농사를 하는 농가는 드물지만 이 지역에는 대천동본당을 비롯한 인근본당 농민들이 크고 작은 포도밭을 경작하며 프랑스 선교사가 전해준 포도의 명맥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다. 경기도 안성군 미양면 동변부락에서 10여 년째 거봉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유문재(야고보·수원교구 대천동본당·45세)씨의 경우는 이 지역에서 그런대로 포도밭 면적이 넓은 편에 속한다.

약 3천 평의 포도밭에서 연간 3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유문재씨. 비록 나라 경기가 좋지 않아 포도를 사서 먹는 소비자도 줄어 판로가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만족하고 산다는 그는 요즘 들어 포도요법 등이 발달하고 암 예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돼 점차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포도가 각종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기를 더해 주고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천혜의 자연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포도가 점차 각광을 받고 있다고 자랑한다.

비록 일손이 없어 부인 정경섭(말지나·43세)씨와 둘이서 포도 농사를 하고 있지만 유문재씨 부부는 될 수 있는대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염려, 농약을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농약을 적게 사용하고 화학비료 대신에 퇴비를 사용하자면 일손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은 포도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신앙인의 양심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일부 농가에서는 포도를 빨리 익게 하고 검게 익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박피(껍질을 돌려 상처를 가하는 방법)를 하거나 화학약품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씨는 일절 그런 방법은 취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포도가 익었을 경우는 포도알을 떼어 냈을 때 포도에 붙은 심이 빠지지만 그렇지 못 할 경우 포도심이 빠지지 않고 끊어진다는 유씨는 포도를 고를때 무조건 검게 익은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포도는 수확 시기에 따라 8월에 수확할 경우 검게 익는 편이지만 9월 말경에는 까맣게 익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어서 가을철 포도는 붉으스레하면 다 익었다는 증거인 셈.

또 포도알이 큰 것이 거봉포도의 자랑이지만 너무 크고 당도가 떨어져 맛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무엇보다 안성지역의 거봉포도가 유명한 것은 이 지역이 포도 농사에 알맞는 토질을 갖추고 있고 기후가 알맞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적합한 표현이다.

「포도 맛의 차이는 토질에서 크게 좌우합니다. 안성지역의 땅에서 난 포도는 맛과 향이 깊고 저장에도 오래 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좋은 토양과 기후, 화학비료를 적게 사용하고 퇴비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거봉포도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포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로서는 다른 과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수많은 영양분들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지역 포도 농가 농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식품 학자들의 주장이다.

「포도에는 독을 제거하는 성분이 있어 몸 안에서 깨어진 건강의 질서, 조화, 리듬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B군과 비타민C, 필수 아미노산들은 혈관 벽에서 일어나는 산화를 방지시켜 주고 혈관벽 중층에 있는 섬유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몇 년 전 KBS 텔레비전에서 방영된「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포도요법이 소개된 이후 포도 예찬론자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이 지역 포도 생산 농가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있다.

매 주일이면 바쁜 일손을 멈추고 8km 떨어진 성당까지 가서 미사에 참례하는 등 비록 농군이지만 신앙인으로서 소홀하지 않겠다는 유문재씨 부부.

4kg 한 관을 상자에 담아 판매에 나서고 있는 유문재씨는 생산 전량을 농협을 통해 위탁 판매하고 있지만 서울 등 대도시 본당에서 단체로 주문할 경우 언제든지 달려가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전 건립기금 마련 등을 위해 거봉포도 판매를 희망하는 본당은(0334)72-9749로 연락하면 된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