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젊은 평신도를 찾습니다] ‘김세중 청년 조각상’ 수상한 이수홍 교수

입력일 2012-02-14 수정일 2012-02-14 발행일 1997-07-13 제 2061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국 화단의 미학 선도”
작품의 소재는 나무…희망·조화·균형 담아 
“신과 인간은 조화돼야”…성 미술에도 관심

지난 6월 24일 제8회 김세중(프란치스코) 청년 조각상을 수상한 홍익대 미대 이수홍(사무엘) 교수.

35-40세 미만의 젊은 작가 중 한 해동안 수준 높은 작품으로 가장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쳐 온 작가에게 수여하는「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수상한 이수홍 교수는 화단에서도 이원론적 세계관을 통해 삶의 본질, 즉 생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제3의 미학을 선도하는 기수로 인정 받고 있다.

언제나「안과 밖, 그 사이」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는 이 교수의 작품은「삶과 죽음」 「긍정과 부정」「물질과 정신」「진실과 거짓」「존재와 본질」등 이중적 갈등 구조 사이에「희망」「조화」「균형」이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4대째 이어 오는 신앙의 집안에서 자란 이 교수는 어릴 적부터 막연히 성소를 꿈꿔 오던 미소년이었다. 형인 이찬홍 신부(서울 염리동 본당주임)의 영향으로 청년이 되어서도「사제가 될 것이냐」로 심한 몸살을 앓아야만 했던 이 교수는 결혼으로 이젠 풀 수 없는 화두가 됐건만 여전히 그 질문은 그의 작품을 통해 던지고 있다.

「작품에 종교적인 성격을 뚜렷하게 부여하진 않지만 하느님께 향한 심성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제 작품에서 피안의 세계를 느낀다고 합니다. 신과 인간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떨어뜨려 놓지 않고 조화를 이루려는 저의 의지 때문에 아마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나 봅니다」

이 교수는 문명화된 오늘의 세계를 살아가는 최선의 길은 바로「균형」과「조화」, 「질서」에 있다고 한다. 그의 메시지도 일관되게「균형을 통한 희망」이다.

「다가올 세계에 대한 희망은 균형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절제와 고통이 따를 때 희망을 꿈 꾸듯 모든 것은 조화로운 균형이 잡혀 있어야 합니다」

이 교수의 이러한 철학은 그의 교수법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형식」과「내용」을 가르치는 미학에서 그는 결코「형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생에 대한 강한 집착」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에 관한한 많은 말이 필요 없이 그의 작품 소재만 봐도「생명」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이 교수의 작품 소재는「나무」이다.

「다른 소재와 달리 생성과 소멸이 함께 존재하는 나무가 인간의 속성과 너무나 닮은 것 같아 자주 쓰게 됩니다. 죽음 뒤에 감추어져 있는 새로운 삶을 믿고 희망하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처럼 나무는 부활, 생의 순환을 보여 줍니다」만질 수 있어서 좋고 중노동에 가까울 정도로 땀 흘리며 작품을 만드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조각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 교수는 기회가 있으면 성 미술 작품을 해 보고 싶다고 한다.

「많은 작품 제안을 받았지만 아직 성 미술을 표현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주저해 왔다」고 조심스레 말한 이수홍 교수는「언젠가는 현 작품 활동을 성 미술에 응용시킬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수홍 교수는 7월 25일부터 독일 쾰른에서 작품 전시회를 갖고, 11월에는 서울 인사동 모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李吉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