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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평신도를 찾습니다] ‘향토사 대중화에 앞장’ 큰기획 대표 이기만씨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2-13 수정일 2012-02-13 발행일 1997-06-29 제 205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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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이지만 알기 쉽게”
기존 관보 형태 탈피 “신선”
「소장 책」에서「보는 책」으로

고리타분한 시사(市史)와 군지(郡誌)에 새 옷을 입히는 도서출판「큰기획」대표 이기만(도미니코ㆍ36ㆍ서울 후암동본당)씨.

보통 도 시 군 등 지자체에서 발행하는「향토사」는 분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편집 자체도 단순해 도서관에나 소장되는 등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자체는 대략 10년 주기로 펴내는「향토사」제작비로 4~5억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다.

결코 적지 않은 예산으로 책을 펴내면서 장서가 되고 마는 애물 단지인「향토사」가 큰기획 이기만씨의 손을 거치면 완전히 다른 새 책으로 탄생한다.

이기만씨가 향토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93년경 우연히「파주군지」표시 디자인을 하면서이다. 처음엔 표지 디자인만 하기로 했다가 기획 상담위의 요청으로 교정과 편집 막바지에 참여하게 된 이기만씨는 기존의 관보 형태를 탈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책을 펴내 파주군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장 책」에서「보는 책」으로, 「전문적인 무거운 내용」에서 탈피 초등학교 5~6학년 이상 수준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쉬운 내용」의「향토사」를「파주군지」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한 이씨는 간추린 보급판형「파주군지」도 함께 선 보여 기존의「향토사」출판 동향을 바꾸어 버렸다.

또 본격적인「시사」작업에 뛰어든 이씨는「순천시사」에서 사료 중심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평가된 1950년까지 순천 역사만을 기술하는가 하면, 공적인 기록과 관보로는 처음으로「여순사건」의 증언가들의 채록을 수록해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순천시사를 제작할 때 시에서 빨리 출간하자는 것을 제가 한 달에 8백만 원씩 석 달 동안 2천6백여만 원을 손해 보며 교정과 편집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여 관계자들로부터 누가 기획자이고 누가 제작자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씨의 이러한 고집 때문인지「순천시사」는 시의원들과 공무원, 향토 사학자와 시 교육청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켜 향토사로는 보기 드물게 4천5백질 1만3천5백 권을 더 찍어, 순천시 각 가정에 보급하기로 했다.

이씨의 소망대로 향토사가 대중화돼 누구나 읽혀지는 책이 된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명동대성당 청년연합회와 제정구 의원과 천주교 도시빈민회 활동을 해 온 이기만씨는 89년 계간지「민족지평」창간호부터 폐간까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이기만씨는 앞으로 향토사를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알기 쉬운 내용으로 대중화된 책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 출신 사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향토사를 연구하는 전문 공무원을 양성하는「연구 기관」을 설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