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밥을 나누자 사랑을 나누자] 옥수수 전달 현장 이모저모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2-13 수정일 2012-02-13 발행일 1997-06-01 제 205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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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옥수수 북한에 전달 
◆중국 단동서 옥수수 수송 주도한 오태순 신부

“이제 첫 관문 더 많이 보내야” 남북 갈라진 마음 잇는 기폭제 정부가 직접 나서 북한 도와야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6개 종단과 시민 사회단체가 합심이 돼 모은 북한동포돕기 옥수수가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됐다.

서울대교구 민화위 오태순 상임위원장 신부는 5월 20일 오전 11시, 북한을 잇는 관문인 중국 단동역 구내에서 신자들의 희생과 사랑이 함께 담긴 옥수수를 신의주로 떠나 보냈다.

「민간단체 최초로 1만5천 톤의 옥수수를 전달했지만 6백만에서 8백만 명이 굶어 죽을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의 실정으로 봐서는 극히 적은 양에 불과합니다. 이제 첫 관문이 뚫린 만큼 보다 많은 식량을 보내 주어야 합니다.」

민간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옥수수를 직접 구입,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차 화물로 실어 보낸 오태순 신부는 「옥수수를 빨리 전달하기 휘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며 옥수수를 보내기 위해 졸였던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오태순 신부는 한꺼번에 더 많은 옥수수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도착지인 신의주역의 하역 능력이 부족해 6백 톤만 보내게 됐다며 25일 2천4백 톤을 비롯 앞으로는 매회 2천4백 톤씩 6월 초까지 모두 수송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보내지는 옥수수가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가장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조선천주교인협회, 대외경제협력위원회, 큰물피해대책위원회 등 3곳에 전달 사실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해 놓았습니다.」

오 신부는 옥수수를 전달한 다음날 「옥수수를 보내 준 천주교 등 종교단체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요지의 인사를 북한 종교인협의회 한인철(토마스) 사무국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하고 모든 신자들이 정성과 사랑으로 모아 준 이 옥수수가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의 배고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희망했다.

무엇보다 오 신부는 이번에 6대 종단과 시민 사회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 옥수수를 북한에 전달한 것은 크게 북한동포돕기운동에 범국민적인 관심을 확산시키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뜻도 내포돼 있다며 「정부가 나서 북한을 직접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신부는 「이번에 보내지는 옥수수 포대에는 한글로 (옥수수)라는 표시가 뚜렷하게 표기돼 있어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서 보낸 옥수수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하고 「이런 나눔이야말로 남북한의 갈라진 마음을 잇는 기폭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옥수수보내기운동에 신자들이 불우 이웃을 돕는 차원에서 참여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오 신부는 「동족으로서 음식을 나누는 사랑의 의무로서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족의 생존을 함께 생각하는 마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한 주에 한끼 굶은 가난의 체험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를 내 품안으로 끌어 안아야 합니다.」

한 달 전 중국을 방문, 직접 옥수수 구매 계약과 함게 북한으로 안전하게 수송될 수 있도록 제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북한 동포를 위한 옥수수 보내기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오태순 신부는 「이 옥수수를 매개로 남북한간에 화해와 일치의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강한 희망을 나타내 보였다.

옥수수보내기운동이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행사로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오 신부는 「옥수수보내기운동은 북한 동포들과의 화홰, 우리 안에 잠재된 사랑의 확인, 그리스도적인 사랑의 실천 등을 위해 반드시 북한의 식량난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모저모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 보고 있는 중국 단동역.북한동포돕기 옥수수 성금으로 마련된 옥수수 1차분 6백 통이 5월 20일 오전 11시 북한으로 떠났다.

6대 종단 및 시민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동역을 출발한 옥수수는 불과 10분 거리의 신의주역에 도착, 북한 적십자사에 인계됐다.

이날 옥수수보내기 현장에는 오태순 신부를 비롯 이광선 목사, 이규홍 금융노련 부위원장, 법륜 스님, 대한적십자사 고영기 과장, 가톨릭신문사 우재철 기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전달될 총 1만5천 톤의 옥수수는 이날 6백 톤 수송을 시작으로 6월 초까지 북한 동포들에게 모두 전달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양식

천주교를 중심으로 범국민적인 모금운동으로 모아진 옥수수가 북한으로 수송되기 직전, 중국 단동역에서는 간단한 전달식이 마련됐다.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참가한 오태순 신부 일행은 이날 화물칸에 직접 올라 옥수수 포대를 살펴보며 포장상태 등을 점검. 특히 장춘지역에서 수송해 오는 도중 변질된 옥수수가 없는지를 살펴본 일행은 최상의 상품을 정성들여 보내 주는 것이 주는 이의 올바른 태도라며 「이 옥수수가 북한 동포에게 전달돼 남과 북을 잇는 화해와 일치의 양식이 되길」염원했다.

▲전달된 옥수수는 종자용 가능한 최상품

북한 동포에게 보내진 옥수수는 중국 장춘 농안현에서 오태순 신부가 지난달 직접 구매한 것으로 종자용으로도 가능한 1등급 옥수수. 특히 오 신부는 구매시 많은 이물질이 포함돼 있자 이를 전부 가려내 최상의 옥수수로 다시 포장을 하고 종자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연건조법으로 수분을 조절.

▲북한의 식량난 반증하는 중-북 교역 실태

중국과 북한을 잇는 관문인 단동에서는 연일 북한으로 향하는 트럭과 기차 화물이 줄을 잇는데 차량에 실린 유일한 화물은 밀가루와 옥수수가 전부.

또한 북한에서 나오는 차량에는 가동이 중단된 공장에서 뜯어낸 고철류만이 가득 담겨 있어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기도 했다.

북한은 현재 에너지난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없게 되자 공장 가동이 몇 년째 중단돼 왔으며 따라서 녹이 슬고 못 쓰게 된 공장 설비를 뜯어다 중국에 고철로 대량 판매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인도 식량배급 받지 못할 정도로 악화

중국 단동에서 만난 조선족 사업가인 리명술(45세 ·여)씨는 한 달에도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지만 갈 때마다 굶주림을 못 견뎌 사망하는 사람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며 남한의 대 북한 식량 지원이 시급함을 역설.

특히 리명숙씨는 「남한에서 식량 지원할 경우 군량미로 전용한다는 우려가 많으나 현재 군인도 굶고 있는 상태」라며 「같은 동족으로서 굶주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외면해서는 장래 통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6대 종단과 범시민 사회단체가 참가하는 북한동포돕기 옥수수보내기운동을 주관한 우리민족서로돕기 이용선 사무총장은 「이번에 북한 동포에게 옥수수를 전달할 수 있었던것은 김수환 추기경과 최창무 주교를 중심으로 한 천주교 측의 헌신적인 동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훗날 가장 열성적으로 보여 준 북한 동포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북한 동포들도 모두 알게 될 것」이라면 말했다.

우재철 기자